어제 화요일 오전 아이들 도예실에 넣어놓고 전 직장상사 부부와 수다삼매경에 있는데 도예쌤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준이가 영 작업을 하려고 하지도 않는데다 소리까지 질러댄다고 놀라서 연락이 온 것입니다. 준이때문에 태균이도 신경쓰이는지 작업이 더뎌진다고 걱정을 합니다.
빠른 걸음으로 뛰어가니 준이가 제자리에서 고정한 자세로 다시 정신이 나간 듯한 표정입니다. 한동안 상태좋았고 어제도 나쁘지 않았지만 며칠 머리를 부여잡기는 했습니다. 경기파장이 주기적으로 커지는 날은 있기 마련이라 별 것 아닌 것에 지적을 받거나 수행하도록 강요당한다 싶을 때 갑자기 돌변하는 것은 앞으로도 잘 풀어야하는 숙제입니다.
특히 준이는 질책받거나 친절하지 않는 상황에 몹시 취약해서 준이의 무기력모드로 인한 선생님과의 사소한 알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도예쌤은 발달장애 성년들과의 경험이 미천하므로 아무래도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은 당황모드일 수도 있습니다.
가만히 준이의 지난 몇 달 간의 행태를 되돌아봅니다. 준이는 지난 해부터 우리와 일주일 내내 있지만 그 전에는 주말에 항상 집으로 돌아갔으니 주말의 주양육자는 준이아빠였습니다. 준이가 유난히 태균아빠와 같이 지내는 동안 온순해지고 안정되어 보였던 것에는 태균아빠와의 시간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정작 태균이는 아빠와 함께 있던 그렇지않던 그저 덤덤하고 아무런 변화도 없지만 준이의 내적 친밀과 적응은 성인남자가 더 편할 수도 있지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제 일을 기회로 준이의 상처와 나름 심리적 내면을 다시한번 들여다 보게 됩니다.
아이들을 잠시나마 양육해보면 오랜 시간 생활을 같이한 사람, 특히 부모에 의해 길들여짐은 어쩔 수 없이 배어있기 마련입니다. 준이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상처이고 스트레스이기도 해서 저와의 거리는 늘 데면데면한 것이 있지만, 아빠와 일찍이 형성된 친밀감 때문인지 태균아빠가 대신한 몇 달간 나름 안정감을 가졌던 듯 합니다.
오늘 주간보호센터에서 그린 자화상이라고 해서 하원보조쌤이 건네 준 액자를 보니 깜짝놀랄 준이의 재능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태균이의 평범하고 유아틱한 자화상에 비할 수가 없는 준이의 작품은 예술성이 뿜뿜 뿜어져 나옵니다.
녀석 그 동안 콜라겐으로 잘 다스려오던 아토피 피부가 슬금슬금 다시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발등에 적은 부위이지만 바로 피부각화와 상처들이 조금씩 번질 기세라서 눈여겨 보며 대책을 세워야 할 듯 합니다. 덩치가 커지니 콜라겐양을 늘려야 하는 모양입니다.
끝나고오면 신나게 노래방기계 틀어놓고 즐기다가 집으로 걸어가는 두 녀석. 준이는 끝까지 완수하는데 태균이가 꾀를 부리고 중도에 엄마만 기다리려고 하니 이 녀석을 어찌해야 할 지... 엄마차만 보면 가던 길 돌아서서 얼른 달려오니 꾀쟁이 다 되었습니다.
첫댓글 준이의 자화상 넘 놀랍습니다.
태균씨꺼도 참 귀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