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이주민 살아갈 힘은 돈보다 공감·가족 같은 관계”
김동규2026. 7. 7. 03:09
[새로고침(F5) 환대의 공동체로] 새로고침(F4)- 환대(Feast) <2> 청주 함께가는교회
이영규 함께가는교회 목사가 지난 1일 앞서 충북 청주 교회에서 열렸던 미니 선교 박람회 콘텐츠를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몽골 출신 뭉구(49)씨는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왔다. 충북 청주에 자리를 잡은 뒤 그가 붙든 것은 고향의 한 목회자가 건넨 “한국에 가면 교회를 찾아보라”는 말이었다. 낯선 언어와 생활환경 속에서 그 말은 작은 이정표가 됐다.
2019년 청주의 한 교회 문을 두드려 예배 공동체에 들어갔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신학을 공부했다. 유학생·이주민 성도와 어울리며 공동체의 리더도 됐다. 교회는 2023년 6월 그를 몽골 선교사로 파송했다. 뭉구 선교사는 고향의 일터에서 현지 교회와 한국의 공동체를 잇는 가교가 됐다.
낯선 땅에서 받은 환대가 한 이주민의 정착과 신앙 성장을 넘어, 고국을 향한 재파송의 결실로 이어졌다. 이처럼 유학생과 이주민을 단순히 도움받는 대상이 아니라 선교의 동역자로 세워 본국으로 돌려보낸다. 그 중심에 충북 청주 함께가는교회(이영규 목사)가 있다.
지난 1일 찾은 교회는 첫인상부터 달랐다. 로비에 들어서자 작은 탁자 위에 서로 다른 언어로 인쇄된 성경이 눈길을 끌었다. ‘함께가는교회(Going Together Church)’라고 적힌 나무 세계지도에는 성도들의 고향을 가리키는 여러 나라 국기가 걸려 있었다.
예배당 출입문 위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몽골 베트남 미얀마 스리랑카 탄자니아 등의 국기가 걸려 있었다. 책장에는 각국 언어로 된 책들이 꽂혀 있었다. 이영규 목사는 “우리 교회는 한국인 성도들이 세운 교회에 외국인을 초대하는 구조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주인이 되는 공동체”라고 소개했다.
교회는 2015년 겨울 충북대 유학생들과 드린 작은 예배에서 출발했다. 2002년 몽골 단기선교를 다녀온 이 목사가 이후 자원봉사를 하며 몽골 학생들을 만났고 예배를 원하던 학생들이 하나둘 모였다.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출신 유학생을 중심으로 시작한 모임은 2019년 1월 ‘유학생 플랫폼’을 표방한 교회 창립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14개국에서 온 유학생과 이주민 등 40여명과 같은 수의 한국인이 함께한다.
주일에는 한국어 예배와 몽골어 예배, 글로벌 예배를 드린다. 글로벌 예배는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되고 영어 원고도 미리 나눠 준다. 찬양 가사는 각국 언어로 띄운다. 예배 인도와 찬양, 셀 모임, 한국어 교육도 유학생들이 주도한다. 매월 첫째 주일에는 모든 교인이 참여하는 연합예배를 드리고 야외행사와 절기 프로그램도 한국인과 외국인이 한 팀을 이뤄 준비한다. 주방 봉사와 청소까지 함께 하며 누구도 ‘손님’으로 남지 않게 한다.
환대는 예배당 밖 삶의 문제를 함께 감당하는 데서도 뚜렷해진다. 교회는 비자 연장과 주거, 의료기관 연결, 법률 상담 등을 돕는다. 가족 없이 출산을 앞둔 유학생에게는 본국 가족의 긴급 비자 발급을 돕고 병원 치료가 필요한 성도에게는 지역 의료진을 연결했다. 한국어 수업도 먼저 정착한 유학생이 새로 온 유학생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스리랑카에서 온 타비타 카하와두게(26)씨는 충북대 정보통신공학 석사과정에 있다. 카하와두게씨는 “학업과 일 때문에 1년 5개월 동안 고향에 가지 못했는데 교회와 성도들이 아버지의 한국행 항공권을 지원해 준 덕분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며 “이사할 때도 목사님이 직접 찾아와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낯선 나라에 온 외국인에게 교회가 가족 같은 공동체, 말씀으로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도록 이끄는 공동체가 되면 좋겠다”며 “함께가는교회는 제게 그런 가족 같은 공동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이주민이 한국에서 살아갈 힘은 돈보다 공감과 가족 같은 관계”라며 “한 사람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것이 사역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다만 교회는 생활 지원을 전도의 조건으로 삼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필요한 순간 손을 내밀되 도움을 준 사람과 받는 사람으로 관계를 고정하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찾게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환대는 뭉구 선교사 사례와 같은 역파송으로 이어졌다. 함께가는교회는 몽골 캄보디아 탄자니아 등으로 현지 출신 교인 4명을 선교사로 파송했다. 이들은 교수와 사업가, 전공자 등 각자의 직업을 기반으로 현지에서 살아가며 교회와 이웃을 섬긴다.
교회는 정기 후원금 중심의 파송보다 파송된 선교사와 현지 교회, 한국 공동체가 계속 연결되는 관계 중심 선교를 지향한다. 예컨대 선교사와 연결된 현지 교회를 중심으로 해마다 단기선교와 성경학교, 지역 가정 섬김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최근 열린 미니 선교박람회도 같은 흐름 안에 있다. 8개국에서 온 교인은 각국 음식과 의상, 문화를 소개하는 부스를 꾸렸고 교회에 다니지 않던 친구들을 초대했다. 한국 교인들은 각국 언어로 인사를 건넸고 음식을 나눴다.
이 목사는 “환대는 한 번 밥을 사 주고 필요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한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존중받고 신앙과 삶의 기반을 세운 뒤 귀국해 자기 전문성과 복음으로 이웃을 섬기게 될 때 환대는 재파송이라는 선교의 열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기사원문 : https://v.daum.net/v/20260707030903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