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2)
택시는 카이로 시내를 향해 출발했다. 오후 6시 반, 서울과의 시차는 7시간이다. 장동민이 머리를 돌려 이영준을 보았다.
“오늘 오후 1시에도 내가 접촉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보고는 이형한테 합니까?”
“그래 주세요. 그럼 내가 본사에다 보고할 테니까요. 지사장한테도 지시가 갈 겁니다.”
장동민이 머리를 끄덕였다. 둥근 얼굴에 피부가 희고 부드러운 인상이다. 장동민이 말을 이었다.
“김태일씨는 서두르고 있습니다. 오늘 본사에서 관계자가 온다고 했더니 바로 만나자고 하던데요.”
김태일은 북한 대사관 직원 이름이다. 그것이 가명인지, 또 직급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영준이 물었다.
“거래 내역은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큰 물량이라고만 했습니다. 생필품에서부터 차량까지.”
“어느 나라 반군이랍니까?”
“그것도 말 안 했어요.”
김태일을 접촉한 사람은 장동민이다. 일주일 전에 김태일의 전화를 받은 후부터 오늘 오후까지 장동민은 세 번 만났다고 했다. 카이로 지사에는 이사급 지사장에 지사원 8명이 파견되어 있었는데 현지 채용 직원은 28명이다. 포트사이트에는 물류 창고 두 개가 있고 같은 계열사인 대광건설은 카이로 남동쪽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제 한숨 돌렸습니다.”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장동민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아무리 실적이 급하다고 북한 놈들 도움을 받다니. 이게 체면이 서야 말이죠.”
“장형이 전화 받아서 맡게 된 겁니까?”
“아. 글쎄 그렇다니까요.”
정색한 장동민이 말을 잇는다.
“마침 사무실에 나 혼자 뿐이었다고요.”
그때 기억이 났다. 비행기 안에서 읽은 카이로 지사원의 신상 기록이다. 장동민은 입사 5년 차. 카이로 지사에는 만 1년 되었고 전에는 국내영업 5부에서 근무했다. 해외 주재원 생활 1년이다. 성실한 성품이라고 인사 카드에 적혀 있었지만 소극적인 것 같다. 이영준이 입을 열었다.
“내일 김태일과 약속 정하세요. 시간과 장소는 그쪽에서 정해도 좋아요.”
“그러지요.”
장동민의 얼굴이 환해졌다. 일을 넘기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이영준의 숙소는 모한디센 지구에 위치한 아트라스 자아렉 호텔이다. 주택가에 위치해서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큰 호텔은 아니다. 내일 아침에 만나기로 하고 장동민과 헤어진 이영준이 방에서 가방 정리를 했다. 이번에는 15일 예정의 출장이어서 옷 가방도 있다. 그때 방의 전화벨이 울렸으므로 이영준은 전화기를 집어 귀에 붙였다.
“헬로.”
그러자 곧 수화기에서 한국어가 들렸다.
“대광상사 직원이시지요?”
순간 긴장한 이영준이 물었다.
“그런데 누구십니까?”
“전 북한 대사관의 김태일입니다.”
놀란 이영준이 숨을 죽였을 때 사내의 말이 이어졌다.
“놀라신 것 같은데 미안합니다. 오늘 오신다고 해서 대광상사가 주로 거래하는 호텔을 점검했던 것입니다.”
이곳은 카이로 지사의 단골 호텔이다.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이영준이 헛기침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그러자 김태일이 대답했다.
“괜찮으시다면 한 시간 후에 그곳에서 뵐 수 있을까요?”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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