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규명한다기보다는 그냥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는 미친 생각이 있는데 그걸 풀어놓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네. 분명 미친 생각이지만... 뭐 어떻습니까. 사실 저도 저 자신을 돌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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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전에 아래 링크의 글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작전에 대하여 썰을 푼 적이 있습니다.
https://cafe.daum.net/shogun/OCbn/797
그리고 이렇게 서술하였습니다.
// 제가 생각하기에 이번 우크라이나측 작전의 가장 큰 목적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번 전쟁을 촉발하였고, 지금도 러시아측의 전쟁을 지도하고 있는 푸틴에게 망신을 주어 그의 위신에 타격을 가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푸틴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푸틴도 인간이므로 이러한 스트레스에 대한 '자극-반응모델'을 보일 겁니다.
2차대전 이래 최초로 러시아 본토가 타국에게 점령당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당연히 '개미눈꼽'만하다는게 사실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이 일로 인해 모든 러시아 국민들이 갑자기 분개하여 포템킨의 반란 시즌2를 찍을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요. //
물론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도degree'라는 차원에서, 여전히 러시아에서 포템킨의 반란 시즌2가 일어날지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쿠르스크 작전은 푸틴을 지지 혹은 방관하고 있는 러시아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또다른 전쟁수행행위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어차피 썰인데 감출거 있나요. 이번 쿠르스크 작전의 실익은 러시아의 영토를 점령하고 적을 살상하는 물리적(Kinetic) 차원에 있는게 아니라, 적성국 국민들과 전쟁지도자(결국 푸틴이죠)의 전쟁수행의지를 꺾으려는 비물리적(Non-Kinetic) 차원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단어로 줄이자면 결국 이거죠. 인지전(Cognitive Warf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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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중에 햇볕과 구름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햇볕과 구름이 나그네의 웃옷을 벗기는 쪽이 이기는 내기를 했는데, 나그네의 옷을 강제로 벗기려 애쓴 구름은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으나, 나그네가 스스로 옷을 벗도록 유도한 햇볕이 이겼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세계 역사중에서 구름에 해당하는 가장 유명한 인물은 바로 커티스 르메이일 겁니다. 그는 줄리오 두헤의 유산이자 열렬한 폭격기주의자로써 일본을 굴복시키기 위해 말 그대로 셀 수도 없는 폭탄을 일본 영토에 투하하도록 지휘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굴복하지 않다가, 막강한 위력의 신형폭탄의 존재를 직접 체감한 뒤에서야 미주리 함상에서의 굴욕을 견뎌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동화와 달리 구름도 나그네의 옷을 벗겨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막대한 돈과 사람들의 목숨을 말 그대로 날려버렸지만, 카미카제라는 인류역사상 유래없는 자살행위까지 저지를 정도로 결사항전을 향해 달려가던 일본국민들과 지도자 히로히토 천황의 마음을 돌리는데 성공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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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세계 역사에서 햇볕에 해당하는 인물은 누구일까요?
저의 짧은 역사지식에 의하면 아직까진 없었습니다. 제 생각에 햇볕에 그나마 가까웠던 인물은 'Heal the World'를 호소한 마이클 잭슨이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결국 그는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이번 쿠르스크 작전은 구름보다는 햇볕의 전술을 채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쿠르스크 작전에서 우크라이나는 적을 죽이기보다는(* 그렇다고 아예 안죽이는건 아닙니다. 주요 도로들에 매복하여 작전구역으로 접근해오는 러시아 차량들에 탄약을 퍼부어 대니까요) 독전대에 떠밀려 온 가엾은 징집병들을 정말 큰 노력과 차량들을 동원하여 포로로 삼아서는 다시 본국으로 풀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전쟁노력에 대한 언론들의 표현은 '포로 교환'입니다.
https://www.voakorea.com/a/7756208.html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4일, 각각 115명씩 전쟁포로를 교환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에, 아랍에미리트(UAE)가 포로 교환을 중재했다고 밝혔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양측의 이번 포로 교환은 러시아가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본격적인 침공을 개시한 이후 55번째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석방된 115명 대다수는 러시아가 침공한 첫 몇 달 동안 포로로 잡힌 병사들이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풀려난 115명은 2주 전 우크라이나가 기습 공격한 쿠르스크 지역에서 잡혀간 군인들이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들은 현재 벨라루스에 있으며, 치료와 재활을 위해 곧 러시아로 이송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뭐, 전쟁포로(Prisoner of war)를 상대국을 향해 서로가 동시에 석방시켜주었으니까 '교환'의 형태를 띄고 있긴 합니다.
그리고 언론들은 교환의 순간까지만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죽을 위기와 개고생을 겪은 아들들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약에 저라면 어머니의 따뜻한 보르시치를 먹고 나서는 울고 말겁니다. 그리고 울면서 전장에서 겪은 개고생과 죽음들을 가족들에게 털어놓고 말 겁니다.
물론, '치료와 재활을 위해' 격리된 동안 입을 닥치도록 강요받겠고 그리하는 포로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모를수가 없죠. '이 아이가 거기 갔다오고나서 망가져 버렸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러한 소식과 소문은 이웃들에게 퍼져나갈 것이고, 인터넷과 SNS에도 올라가겠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더이상 푸틴과 그의 러시아를 호의적으로만 볼 수 없게 될 겁니다.
물론 이미 적었듯이 정도(Degree)의 차원에서 이게 얼마나 먹혀들어갈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시도도 전쟁의 일환으로서 수행되고 있다는게 저의 미친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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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광적인 필체로 적자면, 우크라이나는 전쟁에서 자연히 배양되는 죽음의 공포라는 바이러스를 러시아 국민들에게 주입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쿠르스크로 쳐들어가 포로라는 이름의 숙주들을 대거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숙주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바이러스를 내뿜어 댈 겁니다. 이 바이러스에 러시아 국민들이 넌덜머리를 낸다면 푸틴은 아마 괴사할 수도 있겠지요. 물론 계속 강조하지만 정도의 차원에선 회의적이지만 말입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824029800009
// "솔직히 전쟁 중이란 걸 신경쓰지 않았다. 이제 그 전쟁이 내 집에 불쑥 들이닥쳤다."
국경을 넘어 진격해 온 우크라이나군에 아직 10대인 아들이 포로로 붙잡혔다는 러시아 어머니 예브게니아 이즈마일로바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내는 온라인 청원에서 이같이 적었다.
우크라이나와 2년반 동안 전쟁을 벌이면서도 자신의 일로 여기지 않던 러시아 일반 국민들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 (생략) 러시아군은 보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선전 중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푸틴 대통령이 직업군인들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의 러시아군 주력을 쿠르스크로 돌리길 원치 않아서라고 한다.
결국 장비도 훈련도 부족한 징집병 위주인 쿠르스크의 러시아 수비군은 막대한 손실을 봤고, 병사들이 포로가 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그들의 가족을 중심으로 반전여론이 꿈틀대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설명했다. //
//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이 손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쿠르스크 주민들은 아직까진 푸틴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각을 세우는 걸 피한 채 '태만한 지휘관들'의 책임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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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이번 쿠르스크 작전은 포로를 잡아다가 러시아 국내에 반전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라고 적는다면 당연히 환원주의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쩌면 이번 작전에 이런 측면도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게 저의 미친생각이기도 합니다.
특히 의도성이라는 측면에서 저는 이 미친 생각을 떨쳐내진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전투중에 사람 한 명 실어다가 후방으로 후송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TCCC(Tactical Combat Casualty Care) 관련 영상을 보다가 알게되었는데, 아래 사진처럼 집단으로 항복한 러시아 징집병들을 한참 공세작전 중에 빼내려면 얼마나 큰 노력과 차량들이 소요될지 짐작이 가기 때문입니다.
https://twitter.com/bayraktar_1love/status/1821206406525043022/photo/1
전투중에 사람 한 명 옮기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영상을 첨부하며 이 미친 글을 마칠까 합니다.
(* 요약 : 외국인 자원병이 전투중에 엉덩이쪽에 파편상을 입고 casevac을 시도하는 영상. 1시간 넘게 헤매다가 우크라이나 부상자들을 추가로 더 싣고 Casualty Collection Point에 도착. CCP에서도 왼팔이 절단된 부상자를 추가조치 하고나서야 후방의 병원으로 다시 casevac).
https://youtu.be/fjT7wH0esf0?si=WDxiiUxLE9p4AWrF
https://youtu.be/JTrFsci4xWY?si=JXt8hVqgHDBdD9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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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을 붙이자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건 정말 어렵고 힘겨운 작업같습니다. 단순히 말로 설득한다는 차원이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