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울각시랑 울엄마 모시고 강화도와 그 서쪽에 있는 교동도를 다녀왔습니다.
겨울이라 마땅히 볼만한 것은 없었지만 교동도에 있는 망향대에 가서 바다 건너 북한 땅도 보고,
피난민들이 배타고 와서 만들었다는 대륭시장도 구경했습니다.
오래된 건물들 사이사이에 한 사람이 겨우 다닐만한 미로 같이 좁은 시장 골목길과 곳곳의 벽면에 그려 놓은 추억의 표어와 극장 포스터들이 눈길을 끕니다.
이런 여행길에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 없지요.
가는 길에는 김포시 장기동의 '상화만두' 집에 갔습니다.
줄서서 기다렸다가 구운 만두를 이용한 비빔만두,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넣은 전골을 시켰습니다.
신도시라 아직 네비로는 찾아갈 수 없는 터라 물어물어 가면서 '맛 없으면 니들은 죽었어'라는 농담을 했었는데 살려둘 수밖에 없는 맛이었습니다.
돌아올 때는 강화도에 있는 '편가네 강된장 비빔밥' 집에 갔습니다. 두부가 있는 돼지고기 수육 한 접시와 비빔밥을 시켰습니다.
맛있는 TV에서 '맛 검증단'이 선정한 맛집다웠습니다. 맛도 서비스도 짱이었습니다.
강화도 여행길에 꼭 추천하고 싶은 두 집입니다.
제가 젤 사랑하는 세 여인 중 두 여인을 뒷 좌석에 태우고 드라이브와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긴 더할나위없는 하루였습니다.
가고 오는 길에 울엄마의 옛날 얘기도 구수하고, 울엄마 얘기가 술술 나오게 하는 울각시도 엄청 이뻤습니다.
장모님께서 지독한 감기에 걸리셨는데 이럴 때 이렇게 맛난 거 드시면서 드라이브 쫘~악 하고 나면 한결 좋아지실텐데...
주말을 맞아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만드세요. ~^.^~
♥돼지고기 한 근♥
벌써 20년이 넘은 일이다. 결혼을 하고 이듬해, 처할아버지 술 한 병과 돼지고기 두 근을 끊어서 산골에 있는 처가를 방문했다.
당시 유치원에 다니는 처남을 비롯해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잠시 와 있는 처의 사촌동생 둘을 포함해서 식구만 열한 명에다 장모님은 산판을 하는 사람들 밥을 해 주고 계셨는데 그분들이 열 명, 모두 스무 명이 넘었다.
그러니 그 돼지고기 두 근을 누구 코에 붙일 것인가! 하지만 그때는 우리 형편이 어려워 그것도 쉽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퍽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장모님께서 우리를 살짝 부르시더니 "이거 저 뒷산에 가서 둘이 구워 먹고 놀다 오게. 집에는 입이 많아서 따로 구워 줄 수가 없어." 하시면서 우리에게 돼지고기 한 근을 신문지에 말아 주시며 열무 한 광주리 이고 시내로 팔러 가셨다.
식구들에게는 좀 미안했지만 처와 둘이서 그 돼지고기를 들고 뒷산 개울로 올라가 넓적한 돌을 놓고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으니 얼마나 맛나던지...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맛있는 돼지고기를 먹어 본 적이 없다.
고기가 모자라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개울에서 가재까지 잡아서 구워 먹고 놀다가 저녁때가 다 돼서 내려오게 되었다.
더 일찍 내려와도 됐지만 혹시라도 고기 냄새가 옷에 배어 있을까 봐서...
그런데 처갓집에 오니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그리고 장인어른, 처남들, 산판쟁이 아저씨들 모두 함께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드시고 계셨다.
그럴 줄 알았으면 진작 내려와도 될 것을 괜스레 늦게 왔구나 하면서 끼어 앉았는데, 그건 고기가 아니라 돼지비계였다.
속을 모르는 장인어른은 "사위는 따로 고기를 좀 사다 구워 줄 걸 그랬지." 하시면서 나를 미안하게 하셨다.
돼지비계도 소고기보다 더 맛나던 그날. 장모님은 머리가 내려앉도록 많은 열무를 이고가 팔으셔서 돼지비계를 잔뜩 사 오셨던 것이다.
우리만 먹은 돼지고기 때문에 딸과 사위가 미안할까 보아서...
-행복닷컴/원주시 최oo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