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양냉면’은 많이 들어봤지만 ‘평양온반’은 제가 무척 생소한 말입니다.
오늘 평산 마을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거기 간 더민당 사람들에게 김정숙 여사가 직접 만든 평양식 온반을 내어놓았다는 기사를 보고 찾아보니 오뚜기식품에서 컵에 담긴 ‘평양온반’이 시판되고 있다고 합니다.
양력 1월 1일이 ‘설날’이냐는 얘기는 해묵은 소리지만 정초에 손님이 오면 떡국을 대접하는 것이 우리의 오랜 풍속인데 역시 문재인 전 대통령 댁은 무엇이 달라도 다른 가 봅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정초에 떡국이 아닌 평양온반이 나온 것인지 궁금하지만 누구에게 묻겠습니까?
북한의 김정은이와 더민당의 이재명 대표가 대한민국의 윤석열 대통령을 협공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내, 적의 적은 친구(我敵人的敵人是我的朋友, The enemy of my enemy is my friend)’라는 말이 있는데 이게 지금 그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도 합세하는 형국인 것이 확실합니다.
전직 대통령이나 야당대표에게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그들이 처내야할 정적일 뿐 나라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손톱만큼이라도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국민이라면 이런 얘기가 어떻게 나올 수 있겠습니까?
<2023년은 누적된 모순이 폭발해 전혀 새로운 상태를 만들어내는 ‘양질 전환’의 시기가 될 것이다.
특히, 여야관계와 남북관계에서 결정적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재명 범죄 혐의 수사와 윤석열 타도 공격, 윤 정부의 대북 비례대응과 김정은의 대남 도발이 맞부딪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의 신년사만 보더라도 윤석열-이재명 사이엔 정치적 내전, 윤석열-김정은 사이엔 치열한 냉전의 막이 올랐다.
1500년 전 신라 백제 고구려의 삼국 각축을 연상시킨다. 존망의 사투로 이어질지, 궁즉통 묘수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윤 대통령이 칼자루를 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재명과 김정은에게서 서·북 양방향 협공을 받는 불리한 형세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운명도 중대한 기로에 섰다. 재도약과 대재앙, 어느 쪽일지는 이제부터의 도전과 응전에 달렸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주권 국가로 탄생한 지 75년 만에 거목으로 성장했다. 자유민주주의 ‘뿌리’ 위에 시장경제로 경제 대국 ‘줄기’를 세우고, 민주화를 통한 법치주의 ‘가지’까지 일궈낸 결과다. 뿌리 깊은 나무는 거센 바람도 견뎌낸다. 상황이 어지러울수록 자유민주주의 나침반은 더 중요해진다.
대한민국 국명 자체가 뿌리의 상징이다. 제헌 국회에서 격론이 벌어졌고, 헌법기초위원회 표결을 통해 대한민국 17표, 고려공화국 7표, 조선공화국 2표, 한국 1표로 결론이 났다.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최초로 대한민국을 채택했지만, 당시에도 우파는 대한, 좌파는 조선, 중도파는 고려를 주장했다. 국명 결정은 분단을 감수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한 것과 동전의 앞뒷면이다. 국민 대다수가 문맹이었고, 선거와 민주주의가 뭔지도 모르던 시대였다. 그래도 무상몰수 무상분배, 세금 없는 천국 같은 공산주의 선동에 넘어가지 않았다.
뿌리의 2차 고비는 6·25 전쟁이었다. 한국은행이 남침 10여 일 전인 1950년 6월 12일 설립됐을 정도로 국가 체제도 완비되지 않았다. 예산 중 조세 비중이 10% 남짓해 세금으로는 공무원 봉급도 주기 힘들 정도였다. 미국과 유엔의 즉각 참전이 없었다면 그때 ‘뿌리’가 뽑혔을 것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한미동맹까지 쟁취한 것은 가위 천운이었다. 1953년 체결된 상호방위조약은 지난 70년 동안 국가 발전의 토대가 됐다.
이승만 대통령은 가진 게 없었지만 봉이 김선달처럼 휴전 반대와 독자 북진 등 벼랑 끝 전술로 미국을 압박했다. 반공포로 석방을 강행하자 미국은 이승만을 축출하는 ‘플랜 에버레디’와 한국 중립화 방안을 마련해 실행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승만의 목숨을 건 결단과 탁월한 외교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다. 이제 명실상부한 쌍방향 동맹으로 확장할 때다.
건국과 호국, 산업화, 민주화 시기를 굽이굽이 지나면서도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이 흔들린 적이 없다. 1987년 민주화 시기에 국민은 민중민주주의 선동에 넘어가지 않았고,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운동권 인사들이 포함됐지만, 반독재 세력 중심이었다.
그런데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권부터 달라졌다. 친북·좌파 세력이 주도권을 잡았다. ‘자유’를 삭제한 개헌을 시도했다. 힘든 국가 과제는 회피하고 북한에는 굽실댔다. 이재명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이어 대표가 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포퓰리즘으로 시장경제를 흔들고, 자녀세대를 위해 고생을 자청했던 국민정신까지 타락시킨다. 당이 아니라 개인이 연루된 범죄 혐의임에도 ‘야당 탄압’을 내걸고 민주당을 방패로 삼았다. 자유민주주의 ‘뿌리’를 파헤치고, 시장경제 ‘줄기’에 도끼질하고, 법치주의 ‘가지’를 꺾으려 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개딸 같은 극성 지지층을 제외하면 국민이 적반하장 궤변에 더는 휘둘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소극적 각성으론 부족하다. 올해는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해다. 노동·연금·공공·교육개혁 등 시대적 과제들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김정은이 윤 대통령의 상호주의 대응에 정면 반발한다면, 미국과 군비 경쟁을 벌이다 붕괴한 소련처럼 북한의 최후도 가까워진다.
대란대치의 기회다. 2023년 양질 전환이 올바른 방향으로 귀결되도록 하기 위한 국민의 판단과 결단이 필요한 때다.>문화일보. 이용식 주필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김정은이와 이재명의 협공에 시달리는 것은 분명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둘은 목적이 다릅니다. 목적이 다르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을 궁지로 몰려는 언행은 분명합니다. 거기다가 전직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민 분열에 앞장서는 자세는 과연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대통령의 지혜와 용기, 믿음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민의 지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