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7. 아야 (啊㖿)
덕산(德山)이 편치 않거늘, 어떤 스님이 물었다.
"앓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까?"
선사가 대답하였다.
"있느니라."
스님이 다시 물었다.
"누가 앓지 않는 사람입니까?"
선사가 말하였다.
"아야, 아야." 11)
대각련(大覺璉)이 송했다.
병든 눈엔 허공 꽃이 보이나
맑고 맑으니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으랴.
아야, 소리 한 번 낸 뜻을 알고 있는가?
보거나 느끼는 것 원래 병이 아닐세.
천복일(薦福逸)이 병에서 일어나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대중을 불러 놓고 말하였다.
"작가인 종장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마치 사람이 활쏘기를 잘 알아서
쏠 적마다 맞는 것 같다는 것을 믿을지어다. 그러나 나의 견해는 여러분이 다
같이 알기를 바란다. 앓지 않는 이도 있는가?"
그리고는 스스로 대답하였다.
"있다."
"누가 앓지 않는 이인가?"
그리고는 스스로 대답하였다.
"감기가 들어서 콧물이 흐르는구나. 진중(珍重)."
설봉료(雪峰了)가 "덕산이 떠나가기에 임하여 병환을 나타내고……
'아야, 아야'" 한 데까지 들어 말하였는데도 스님이 아무 말이 없거늘
덕산이 말하였다.
"허공을 더듬고 메아리를 좇으니, 그대 헛수고만 하는구나, 꿈도 깨어 남도 그
런 줄로 깨달으면 다시 무슨 일이 있으랴?"
말을 마치자 편안히 앉아서 세상을 떠났다. 선사가 무릎을 치면서 말하였다.
"아깝도다, 노장이 평생 동안 스님이 문 안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 방망이를 빗
방울처럼 퍼부었는데 떠날 때에 임해서는 남의 건드림을 받아 화두까지 잊었다.
비록 그러나 높은 소리로 '아야, 아야' 하기만 했으니, 그게 무슨 병이던가?"
보림본(寶林本)이 병에서 일어나 상당하여 말했다.
"며칠 동안 시시한 병에 걸려 대중들을 만나지 못했었다. 그러나 몸은 괴로움
의 근본이요, 많은 병이 의지하는 곳이니, 대체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이는 누구나
면할 수 없다. 기억하건대 '덕산이 편치 않거늘……〈아야, 아야〉' 했다 하니,
우스운 일이로다. 여러분이여, 이 노장이 평상시에 한 토막의 척추가 무쇠같이
굳더니, 이에 이르러서는 곧 앞도 잊고 뒤도 잃어서 천고(千古)가 지난 오늘까지
사람들의 입맛을 쓰게 하느구나. 지금 그의 잘못된 곳을 바로잡고 다시 광채가
나게 하여 서로 둔하게 만드는 짓을 면하게 했더라면 그 아니 상쾌한 일이겠는
가?"
그리고는 주장자를 들어올리고 말하였다.
"어디로 가는가?"
이렇게 말하고 선상을 쳤다.
죽암규(竹庵珪)가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고, 또 "어느 날 곽(廓)
시자가 덕산에게 묻기를 '옛날부터 있었던 모든 성인들이 어디로 갔
습니까?' 하자, 덕산이 '무엇이? 무엇이?' 하니, 이에 곽 시자가 '나는
용마를 지적해 내라 명했더니 절름발이 자라가 나왔구나'" 한 것을 들
어 말하였다.
"'아야, 아야' '무엇이? 무엇이?' 라고 함이여, 비슷한 것 끊으면 남의 것 많지
않으니, 말 뒤와 나귀 12) 앞을 어찌하려나? 해오라기, 눈 위에 섰으나 같은 빛
아니요, 밝은 달과 갈대꽃은 그와 같지 않다."
그리고는 이어 크게 웃으면서 말하였다.
"변변치 않은 노장이 겨우 비슷한 구절만을 말했다. 어떤 것이 비슷하지 않은
구절인가? 연잎은 둥글둥글 둥근 거울 같고, 마름〔菱〕의 모는 뾰죽 뾰죽 뾰죽
한 송곳 같다. 바람이 버들솜을 날리니 털 공이 달리고, 비가 배꽃을 때리니 나
비 떼가 난다. 이게 비슷하지 않은 구절이 아닌가?"
그리고 나서 불자를 던지면서 말하였다.
"캄캄한 칠통(漆桶)들은 방에 가서 참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