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작가 ; 프리모 레비(1919-1987)
초판 발행 ; 1947
나치즘과 홀로코스트라는 20세기 역사의 질곡에서 탄생한 증언문학의 대표 작가 프리모 레비는 1919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출생했다. 그는 1943년 반파시즘 레지스탕스 운동 조직인 “정의와 자유(Giustiziae Libertà)”에 가담했다가 체포되었다. 요즘 발사믹 식초로 우리에게도 유명한 모데나 근처의 포솔리 임시집결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다가 1944년 2월 아우슈비츠로 강제 이송되는 무시무시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된 것은 그의 나이 24세, 청춘의 한가운데에서였다.
그 ‘죽음의 수용소’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레비는 1947년, 첫 작품『이것이 인간인가』를 출간하고, 이후 『휴전』(1963), 『 주기율표』(1975), 『 지금 아니면 언제?』(1982),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1986) 등 증언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작품들을 출간했다. 이들 작품 외에도 다수의 단편 모음집과 시집을 펴냈고 수많은 기고와 인터뷰, 강연 등을 펼치며 나치즘의 만행에 대한 증언과 고발, 그리고 이러한 폭력의 역사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경종을 울리기 위한 증인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아우슈비츠라는, 인간의 언어를 넘어서는 전대미문의 역사적 폭력을 견디고 살아 돌아와, 증언하기 위해 살아남았다는 자신의 말대로 40년 간 증언문학 작가로서의 활발한 활동을 펼친 프리모 레비는 그 어떤 폭력도, 그 어떤 극한 상황도,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인간 이성의 상징이자 인간성의 승리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그런 그가 1987년, 돌연 자택 계단에서 몸을 던져 투신자살했다. 왜일까? 40년간 써낸 작품들을 통해 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프리모 레비는 특이한 경력의 작가다. 유대인이지만 엄격한 유대주의 교육을 받지 않고 평범한 이탈리아 청년으로 성장한 그는 화학 전공으로 토리노 대학에 입학했고, 이탈리아에서 1938년 반유대주의 인종법이 반포되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최우등으로 졸업한 전도유망한 화학도였다. 아우슈비츠의 경험 이후에도 평생을 화학자로 살다가 1975년 직업 전선에서 은퇴한 후 글쓰기에 매진하는 ‘전업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섬세한 윤리의식과 날카로운 비판정신,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문체, 문학적 완결성, 사물과 상황에 대한 객관적 관찰과 탁월한 통찰로 가득한 작가로서 레비의 재능은 그의 작품들을 고전의 반열에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인터뷰에서 수차례 아우슈비츠의 경험 때문에‘우연히’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밝힌 레비는 화학자이자 작가인 자신을 반인반수인 켄타우로스에 비유했다.
그러나 우리는 예민한 문학적 감수성의 소유자이자 작가적 재능을 타고난 청년 레비의 모습을 『주기율표』의 한 장인 <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성과 합리에 대한 신념으로 무장하고 화학을 “파시즘의 해독제”로 받아들이며 기꺼이 매진했던 청년 레비는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에서 그 어떤 시보다 아름답고 고귀한, 심지어 압운까지 들어맞는 숭고한 시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화학자-작가 레비의 작품들에서 과학과 문학, 감성과 지성,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인간인가』, 『휴전』그리고『가라앉은자와구조된자』
1945년 1월 27일, 러시아군에 의해 아우슈비츠가 해방되고 난 뒤, 레비가 동료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어도 너무 멀었다. 폴란드, 러시아, 벨로루시, 루마니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독일을 거쳐 고향 토리노로 장장 10개월에 걸친 여정 끝에 돌아온 레비는 얼마 되지 않아 『이것이 인간인가』를 출판한다. 그러나 레비의 글쓰기는 이미 아우슈비츠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화학자였던 이력 덕분에 수용소의 눈밭이나 진흙밭에서 극심한 추위와 무거운 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실험실에서 일하게 되면서 생존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실험실에서의 막간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레비는 작품 속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회상의 고통, 자신이 인간임을 느끼게 되는 오래되고도 가혹한 고통이었다. 그것은 어둠으로부터 의식이 나오는 바로 그 순간에 개처럼 나에게 달려드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연필을 들고 노트에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에 대해 적어본다”
-이것이 인간인가-
아우슈비츠의 끔찍한 경험을 담은 다른 많은 작품들과 달리 날선 비난이나 넋두리 없는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생생하게 기록한 레비의 첫 작품이자 증언 문학의 백미로 손꼽히는 『이것이 인간인가』. 아우슈비츠 해방 후 모험가득하고 파란만장한 귀환의 여정, 죽음에서 삶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 두 번째 작품으로 독자를 울다가 웃게 만드는 작가 특유의 유머와 아포리즘, 관조적 성찰로 가득한 『휴전』. 그리고 증인이자 작가로서의 40년 세월이 흐른 뒤, 아우슈비츠의 경험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집대성한 마지막 역작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비롯한 레비의 작품세계 전체는 단순히 나치즘과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 폭력에 대한 증언을 넘어서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와 성찰을 담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 책을 쓴 동기 중 하나가 아우슈비츠에 대한 극단적인 단순화라고 밝혔다.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은 독자들이 문제를 박해자(괴물)와 희생자(무구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로만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용소의 신입 수감자들에게 먼저 가해졌던 것은 같은 동료라고 생각한 다른 수감자들의 폭력이었다. 수용소에는 0.5ℓ의 죽을 더 받기 위해, 혹은 얼마간의 생존을 더 보장받기 위해 포로이면서 하위 관리자로 부역한 포로들이 적지 않았다.
상처의 기억·회색지대·수치·쓸데없는 폭력·아우슈비츠의 지식인 등 묵직한 주제들을 다루는 평론집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는 더더욱 그러하다. 특히 특권과 협력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 주인과 하인의 두 영역을 나누는 동시에 연결하는, 경계가 불분명한” <회색지대>장에서 레비는 나치즘의 피해자인 동시에 다른 포로들의 가해자로 전락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통해 아우슈비츠 안의 세계와 밖의 세계 모두를 관통하는 인간의 본성을 조명한다.
회색지대에 위치하는 수용소 계층의 대표로 레비는 ‘존더코만도스’를 들며 그들의 끔찍한 임무와 절망적인 삶을 증언한다. 최근 개봉된 영화 <사울의 아들>에서도 다루고 있는 존더코만도스는 수용소의 가스실과 소각실의 관리와 시체처리 임무를 맡은 포로들로 구성된 특수부대이다. 레비는 이 존더코만도스를 비롯한 회색지대의 인물들에 대해 “억압당하는 환경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들에게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기를 청하면서, 무엇보다 개인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 억압적 구조의 체제 자체의 문제, 그 체제에 의해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구조적 메커니즘의 문제에 주목한다. 그는 “소수 또는 한 사람이 다수에 대해 권력을 행사하는 곳에서 특권은 태어나고, 권력 자체의 의지에 반하면서도 특권은 증식한다”고 지적하면서 억압적 권력이 만들어내는 특권층의 구조적 메커니즘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실험장이라는 시각에서 회색지대를 바라본다. 또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전체주의 억압체제가 축소된 거대한 사회학적, 생물학적 실험실로 바라보는 시각을 견지한다
<작가 -프리모 레비>
1919년 7월 31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상들은 19세기 초 스페인에서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으로 이주해온 유대인들로 토리노에서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다.[1] 토리노 대학 화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1]유대계였던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말 파시즘에 저항하는 지하운동에 참여하다 1943년 12월 13일 파시스트 민병대에 체포되어, 1944년 2월 21일 다른 포솔리 수용자들과 함께 아우슈비츠로 이송되었다. 총 650명의 수용자가 12칸의 화물차로 이송되었으며, 레비가 탄 화물칸에서는 45명 중 4명이 살아 남았다. 레비는 붉은 군대에 의해 해방되기 전까지 11개월을 수용소에서 보냈다. 당시 새로 들어온 수감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3개월이었다.
제3수용소에서 노예의 삶보다 못한 나날을 지냈다. 1945년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아 토리노로 돌아왔고 1977년까지 니스 공장에서 관리자로 일하며 작품들을 발표했다. 1987년 토리노의 자택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1947년 처녀작이자 대표작 '이것이 인간인가'를 발표했다. 수용소에서 해방되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책 '휴전'(1963)으로 제1회 캄피엘로 상을 수상했다. 1975년 세 번째 회고록인 '주기율표'를 발표했고, 1978년 '멍키스패너'를 출간해 스트레가 상을 받았다. 아우슈비츠의 경험을 다룬 또 하나의 소설 '지금이 아니면 언제?'는 1982년 비아레조 상과 캄피엘로 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1986년 아우슈비츠 경험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집대성한 '익사한 자와 구호된 자'를 출간했다.
첫댓글 책이 두텁지도 않고, 읽기도 쉽고, 문장 표현이 좋고, 수필적 냄새가 많이 나고,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주문해서 읽겠습니다
프리모 레비가 쓴 책으로 주기율표 라는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화학자 다운 발상입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노예보다 못한 삶을 살다가 혼자 살아나왔다는 죄책감으로 돌연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가
아깝습니다.
댓글을 달다 보니
이것이 인간인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본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