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여기 '분천'에 도착하지마자 보니,
물론 서울과는 달라 에어컨을 틀지는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여긴 새벽엔 추웠답니다.)
여기도 늦더위와 가뭄에 시달리는 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추석 연휴에 여기도 비가 왔다는데도,
아침에 교육을 받으러 가면서 보니, '분천천'이 여전히 바짝 매말라 있드라구요.
(사실인 즉, 이 물을 다른 마을까지 끌어다 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만.)
그러니 저야,
도대체 왜 비도 안 오는 거야? 하늘만 잔뜩 찌푸려있으면서...... 하고 불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오전 교육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오늘은 어제 교육을 못했기 때문에, 그게 오늘 오후로 밀려있어서,
오후에 다시 교육을 받으러 가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꽃밭의 풀도 뽑이주었고, 몇 장 달려있던 상추도 잎을 떼어주는 등...)
어?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래서 어쨌거나 반가운 마음에 그런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가 병원 문제로(요즘 병원에 가면 사람들이 밀려서, 제대로 검진을 받들 수 없다고 합니다.), 오후 교육도 추후로 미룬다는 문자가 도착하는 거 아니었겠습니까?
그러니 저는 또,
에이, 잘 됐다! 비도 오는데, 일이나 하자. 하게 되었구요.
컴퓨터(노트북) '제 2 모니터'에 문제가 생겨,
작은 노트북 화면으로 이미지를 보며 이것저것 생각에 잠겼다가, 오후가 깊어갈 무렵에야 겨우 밑그림 하나를 그려놓긴 했는데요,
오후 내내 비는, 양이 줄다가 늘다가를 반복해가며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또,
오늘, 막걸리 한 잔을 햬? 하는 생각이 아니 들지를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달 말에 지인이 오면서 사왔던 서울 막걸리가 아직도 한 병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었던 거지요.
근데, 기왕에 마실 거면... 누군가와 함께 마시고도 싶었는데,
여기 공동체에 약간의 변동이 생겨,
오늘 따라 사람이 뜸하기도 했지만,
제일 끝집의 0 선생님 부부는, 있기는 하지만... 부인이 몸이 안 좋아, 오늘 외부의 병원에 갔다왔다고 해서(그리고 그 분 자체가 술을 썩 즐겨하지 않아서), 더구나 막걸리가 딱 한 병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래저래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았고, 젊은 지호씨는 오전에 일 때문에 나갔기 때문에 숙소에 없어서 또 제외가 되는 등,
아무래도 혼자 마셔야 할 상황이었답니다.
어쨌거나 여기서도 저는,
오늘은 '남궁문표 김치부침개'을 붙이게 되었고,(진짜 묵은 김치는 아닙니다만)
이렇게 조촐하게(아래),
저녁 겸 막걸리 한 잔으로 혼자서 기분에 젖어보았답니다.
모처럼 내리는 비(아, 저는 정말 애타게 비를 기다려왔답니다.),
그래서 통행인도 별로 없어서, 제 숙소 정면 블라인드도 올린 채(평소엔 햇볕과 지나다니는 행인들(차) 때문에 주로 닫아놓고 지내지만),
비를 즐기기로 했던 거지요.
근데요,
'사람처럼 간사한 게 없다' 듯,
그렇게 비가 오니까, 눅눅하기도 했지만 어쩐지 선선하기까지 해서,
저는 여기 온지 처음으로 난방도 틀어보았답니다.
여기는 '전기 판넬'이라던데, 이 숙소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일단 1층 한 쪽에 난방을 틀어 놓으니,(제일 약하게)
아닌 게 아니라, 고실소실한 게 좋드라구요.
그렇게 이 산골에도 비가 내렸고,(전국적으로 많은 곳은 300 밀리가 내린다는 뉴스도 있던데)
예보로는 주말까지 비가 이어진다니,
이제는 정말, 가을이 오겠지요?(지금 기온을 보니 18. 4도인데, 그래서 옷을 하나 더 걸치고 있는데......)
가을에 비가 오는 건 좋지는 않은 일이라지만,
그래도 저는, 그동안 '추석'이라고 서울 나들이를 한 것 등,
다소 어수선한 주변 환경 때문에 중단되었던 일도 하면서,
주말을 보낼 생각입니다.
이제 정말 가을 맞을 준비를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