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
―윤동재
바라나시에서 룸비니
룸비니에서 포카라
포카라에서 카트만두에 왔다
군만두 찐만두 물만두는 먹어 봤어도
카트만두는 처음이다
그런데 여기가
세상이 태어난 자리란다
아득한 옛날
하늘을 통째로 담은 호수였다나
비바시불이 찾아와
물속에 연꽃 씨 하나를 심었단다
흙도 아닌 물속에서
오랜 침묵을 밀어 올리며
꽃 한 송이 피어났고
꽃 속에는
아무도 불을 붙이지 않았는데
스스로 밝아지는 빛이 있었대
스와얌부
스스로 태어난 빛
호수는 그 빛을 오래 품었다
물이 어떻게 불을 품었을까
어느 날 문수보살이
지혜의 검으로 남쪽 산을 베자
산이 입을 열었다
초바르 협곡
그 좁은 입으로
억겁의 물이 빠져나가고
물 밑에 잠들어 있던 땅이
비로소 얼굴을 내밀었다
물고기 살던 자리에 사람이 살고
물결 지나던 자리에 길이 났다
부처는 꽃을 심고
보살은 산을 베고
호수는 제 몸을 비웠다
스와얌부나트 언덕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본다
호수는 사라졌는데
납작 엎드린 지붕들이
잔물결처럼 일렁인다
만두는 속을 채워야 만두라서
이 도시도 만두소처럼
꽉꽉 들어찼구나 싶다가
문득 내 배를 본다
끼니때만 기다리던
나라는 만두
카트만두여
너는 만두가 아니어도 좋다
속을 비우고 또 비우면
연꽃 속 그 빛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열흘째 현지식이 입에 맞지 않아
늘 허기진다
오늘 저녁은
나 스스로
카트만두는 말고
속이 꽉꽉 찬
고기만두 김치만두가 되고 싶다
*
비바시불(毘婆尸佛) : 과거칠불 가운데 첫째 부처.
스와얌부(Swayambhu) : 산스크리트어로 ‘스스로 존재하는 것’. 카트만두 분지의 창세 설화 『스와얌부 푸라나』에서 호수에 핀 연꽃 위로 스스로 나타난 빛을 이른다.
초바르 협곡(Chobhar) : 카트만두 분지 남쪽의 협곡. 설화에서 문수보살이 지혜의 검으로 산을 베어 호수의 물을 빼냈다고 전하는 자리.
스와얌부나트(Swayambhunath) : 카트만두 서쪽 언덕 위의 불탑 사원. 카트만두 계곡 세계유산의 하나.
#카트만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