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 (희주가 자기를 따라하자 놀린다는 식으로 기분이 상한 아줌마) 보믄 몰른대유?
채희주: (신경전을 벌이듯 계속하는 희주) 묻지두 뭇헌대유?
주인: 쾌청 허구만 그류.
채희주: 신문 하나 허구유……. 껌 허구유……. 초콜렛허구유……. 담배두 주실튜?
주인: 뭘루유?
채희주: 뭐뭐 있대유?
주인: 팔팔 도라지 . 그런거쥬 뭐. (점점 약이 오르는 아줌마)
희주하고는 말씨름하는게 귀찮은 듯 상두를 보며 짜증 섞인 큰 목소리로
주인: 안그류?
공상두: ( 희주 장단에 발을 맞추는 상두) 그래두 알아야 살 것 아닌감유?
상두와 희주 서로 보며 웃는다.
상두와 희주를 번갈아 보며 한통속이라는 듯 포기한 듯하다.
주인: 됐슈. 담배 한갑 팔아서 몇 푼 냉긴다고 팔팔 도라지 한라산 하나로 오마샤리프 디스까장 줄줄이 다 외구고 있겄수? 살라믄 사고 말라믄 마슈
채희주: 그러믄 팔팔로 한 보루 주셔유.
공상두: 합이 월매래유?
주인: 만 팔백오십원이유
채희주: 계산이 워치케 고로코롬 빠르시대유? (돈을 준다.)
주인: (돈은 받아 그런지 아까보다 나긋해 졌다. 거스름돈을 주며) 매일 밥 먹고 이것만 파는디 그것두 뭇혀남유?
공상두: (도로 하나씩 아줌마에게 주며) 이건 아줌니 피우시구유 이건 아줌니 드시구유 (신문을 주며) 이건 아줌니가 보슈.
주인: 월라려?
채희주: 지들이 돌아서면 욕할거쥬?
공상두: 별 미친놈 다 보겠다구유.
채희주: 하루쯤 미친년 볼때도 있지 뭘 그런대유?
둘이 막 달려간다.
아줌마, 멍하니 쳐다보다가 침이 떨어진다.
신 108 콘도 식탁 (D)
식탁에 음식이 차려져 있다.
채희주와 공상두가 마주보고 앉아 있다.
채희주: 자, 먹자.
공상두, 숟가락으로 찌개 국물을 먹는데 채희주가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한다.
공상두: (기다렸다가) 전엔……. 안 그랬잖아?
채희주: 성당에 다시 나가.
공상두: 언제부터?
채희주: 왜 나가는 줄 알아? 너 때문이야.
공상두:…….
밥과 숟가락을 들고 공상두 오른쪽에 와 앉는다.
공상두의 오른손을 꼭 잡는다.
채희주: 나 이젠 너랑 떨어져 있기 싫어. 밥 먹어.
공상두: 어떻게 먹어 왼손으로.
채희주: (상추쌈을 싸 주며) 오늘 이거 다 먹어야 돼. 시력 장애가 올 땐 영양 섭취를 잘 해야 한다구. 알았지?
신 109 바다가 보이는 콘도 베란다 (또는 바닷가)(E)
시간이 경과했다.
바다 위로 붉게 타들어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상두와 희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말 없다가 희주 먼저 입을 연다.
공상두:…….
채희주: 무슨 생각해?
공상두: 나 손 씻을게.
채희주:…….
공상두, 채희주의 반응이 없자 고개를 들어 희주를 본다.
채희주, 울고 있다.
신 110 병월 뜰 (D)
공상두와 채희주, 휠체에를 탄 채필수가 있다.
채필수, 멀리 산을 본다.
채필수: 만약 내가 어떤 집을 독채 전세 얻었는데 평생 동안 집주인이 나가란 소리를 안 해서 거기서 살다 죽었다 치자. 그때 그 집은 내 집이었을까 남의 집이였을까?
채희주:…….
공상두:…….
채필수: 저산이 내꺼 였는데 중간에 팔아먹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죽었다. 또 저산이 내 것이 아닌데 내것이라 생각하다 죽었다.……. 그때 두 사람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채희주:…….
공상두:…….
채필수: (씨익 웃으며) 도사같은 말만 하고 있지? 죽을 때가 다 됐나부다. 죽을 때가 되면 다 도통한다잖니? (상두의 손을 감싸안는 필수)
신 111 교외 고급스런 한식당 룸 (N)
상두파의 핵심 간부회의
공상두를 비롯해서 엄기탁 오기량 나기철등 열 명 정도가 모여있다.
오기량: 남정택이쪽 애들이 속속 서울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
엄기탁: 어차피 같이 굴러 갈 수 없는 놈들입니다. 사장님을 습격한 놈도 틀립없이 그쪽입니다.
오기량: 우린 노출돼 있습니다. 먼저 쳐야 합니다. 죽이력고 날뛰는 놈들한테 당할 수가 없어요.
나기철: 지 생각도 동감이지라우. 움직임을 안 이상이사 당연히 먼저 쳐야지라우.
엄기탁: 아니면 우리가 다칩니다.
공상두:…….
신 112 동장소 야외 주차장 (N)
고급 승용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오기량, 나기철 등 핵심 간부들이 예전 같이 않은 공상두의 행동에 술렁이고 있다.
신 113 한식당 룸 (N)
조용히 마주 앉아 있는 상두와 기탁
공상두: 형!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따라 줄 수 있지…….
엄기탁:…….
공상두: (기탁을 나직하게 바라보는 상두)
엄기탁: 예?
공상두: 나……. 정리 할꺼야.
엄기탁: 예? (놀라는 기탁)
공상두: 우리 사업. 형이 맡아.
엄기탁: 그건 안됩니다.
공상두: (엄기탁의 손을 잡으며) 날 위해서 그렇게 해줘……. 형
그때 상두의 핸드폰이 울린다.
공상두: 여보세요……. 뭐?……. 알았어.
공사두 전화를 끊고 일어나 외투를 입는다. 엄기탁이 다가온다.
공상두: 희주 아버님이 돌아가셨대. 갔다 와서 얘기 하자고.
신 114 동장소 야외 주차장 (N)
주차장으로 나오는 상두. 상두를 따르는 기탁
상두를 보자 핵심 간부들이 상두의 주변으로 몰려든다.
상두의 차가 상두 앞에 선다.
핵심 간부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차에 오르는 상두.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 상두의 차
영문을 몰라 어안이 벙벙한 핵심 간부들…….
신 115 도로 상두의 차안 (N)
신 116 한식당 주차장 (N)
핵심간부들이 서로 악수를 하고 각자의 차에 오르고 있다.
상두 일행들이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는데…….
갑자기 타이어의 고이음을 내며 10여대가 넘는 남정택파들의 차량이 상두 일행의 차들을 막아선다.
남정택파의 갑작스런 기습에 놀라 우왕좌왕하는 상두 일행들…….
공상균이 앞장서고 그 뒤를 셀 수도 없이 많은 남정택파들이 몰려온다.
경악하는 공상두 일행들. 순식간에 싸움이 붙고 아수라장이 된다.
수세에 몰린 상두파.
엄기탁은 넷을 상대로 접전을 펼치다가 어깨에 칼을 맞고 휘청한다.
그때 뛰어 들은 오기량. 그러나 뒤에서 대기 중이던 고상균이 오기량의 등과 배에 칼을 후
빈다.
상두파 이리저리 흩어지고 오기량은 피를 토하며 쓰러져 있다.
남정택 뒤에서 조용히 나타나 기량의 멱살을 잡아 일으킨다.
남정택: 공상두 어딨어?
오기량, 피가 숨구멍을 막는지 연신 쿨룩거리며 피를 토한다.
남정택: ??. (더이상 물을게 없다는 걸 알고 돌아서는 남정택)
오기량 순간 있는 힘을 다해 바닥에 널브러진 칼을 잡아 남정택을 향해 달려간다.
고상균, 눈치 채고 오기량을 쳐서 눕힌 후 칼을 빼앗아 머리를 내친다.
처절한 모습으로 쓰러지는 오기량.
신 117 병원 영안실 밤 (N)
채필수의 영정이 걸려 있다.
문상 온 순님들로 시끌벅적하다.
소복을 입은 채희주. 공상두가 그 곁에 앉아 있다.
그때 영해가 미음을 가지고 온다.
영해: (희주에게) 좀 묵으라.
채희주: 됐어! 생각 없어.
영해: 상두가 뭐든지 묵구 기운을 차려야재.
공상두: 좀 먹어.
채희주: (고개를 젓는 희주)
공상두: (희주를 안아 주는 상두, 안기는 희주)
상두와 희주를 보고 있는 세연
문상객이 와서 채희주는 그 사람을 맞는다.
그때 공상두에게 걸려 오는 핸드폰.
공상두, 전화를 받으며 눈빛이 분노로 이글거린다.
공상두, 서성거린다.
희주는 문상객이 연이어 와서 말 할 틈이 없다.
공상두, 입구 쪽으로 가서 영해 언니한테 말한다.
공상두: 잠깐만 급히 다녀 올께요.
영해: 예. 그러이소. 빨리 오이소.
공상두가 나가는 것을 채희주가 문상객과 얘기하면서 본다.
무슨 일일까? 지금 이 상황에…….
신 118 조그마한 개인 병원 (N)
산소 호흡기에 생명을 맡긴채 누워있는 오기량
오기량의 손을 잡고 침통해 하는 상두…….
심장 박동을 알리는 기계가 점점 힘을 잃어가다 멈추자…….
분노에 이글거리는 상두.
엄기탁이 흰 천으로 오기량의 얼굴을 덮는다.
공상두와 참모들이 지켜보고 있다.
공상두 부하들이 여기저기 중상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있다.
모두 공상두를 쳐다보고 있다.
공상두 묵묵히 창가로 걸어간다.
올 것이 왔다는 듯한 표정의 공상두…….
문을 열고 나가려는 상두를 가로막는 기탁.
이를 악물고 기탁을 바라보는 상두
기탁을 밀치며 나가는 상두.
신 119 개인 병원 앞
차를 타고 떠나는 상두. 그 모습을 뒤늦게 나와 바라보는 엄기탁.
신 120 도로 상두의 차안 (N)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으로 거칠게 운전을 하고 있는 상두.
조수석에서 칼을 꺼내는 상두.
조심스럽게 앞에다 놓는다.
신 121 나이트 클럽 비상구. (N)
한사람이 간신히 다닐 수 있는 계단을 내려오는 상두
비상문을 열고 클럽 안으로 들어간다.
신 122, 나이트 클럽 복도. (N)
기다랗다 뻗어 있는 복도를 뚜벅뚜벅 겉고 있는 공상두.
홀쪽으로 들어선다.
내실 쪽에서 남정택 일행의 소리가 들려온다.
(off sound)
남정택: 공상두 운이 좋은 놈이군.
신 123 나이트클럽 홀 (N)
장우신: 이번 일을 잠시 보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남정택: 무슨 소리야.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밀어 붙이는 거야.
-홀로 들어서는 상두. 문을 잠그는 상두 ………….
놀란 듯 바라보는 남정택 일행.
남정택: (놀란 듯) 공, 공사장…….
-장우신 밖으로 부하를 부르려 뛰쳐 나가려한다.
공상두 순간 발길로 장우신의 턱을 후려갈긴다. 나가떨어지는 장우신
옆에 앉아있던 고상균이 칼을 뽑아 들고 상두를 향해 달려든다.
고상균의 들어오는 칼을 손으로 잡는 상두.
순간적으로 고상균의 팔등에 있는 문신을 본다. 스치듯 지나가는 기억들, 상두, 고상균의 목
에 칼을 찔러 넣는다. 피가 튀며 쓰러지는 고상균.
- 겁에 질려 있는 남정택.
천천히 다가가 남정택의 복부에 칼을 쑤신다.
살려고 바둥거리며 배를 움켜쥐며 문쪽으로 기어가는 남정택.
숨통을 끊으려 그를 ?는 공상두.
-순간 공상두의 허리춤으로 칼을 들어옴을 느낀다.
욱! 하고 허리를 붙잡고 돌아보니 장우신이 부들부들 떨며 하얗게 질려있다. 그 칼을 뽑아 장우신에게 일침을 놓는 상두.
남정택 그 모습을 보며 피가 터져나오는 배를 움켜쥐며 떨고 있다.
신 124 나이트 클럽 복도 (N)
도끼로 문을 찍고 있는 니그이와 그 일행들.
신 125 나이트 클럽 홀 (N)
문 사이로 파고드는 도끼들.
다 끝난 듯이 한숨을 쉬며 남정택 일당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공상두.
이때 누군가 들어선다.
공상두가 칼을 치켜올리려다 멈춘다. 엄기탁이다.
상황을 보고 사태를 짐작한 기탁. 일이 터졌구나 하는 낙담 어린 표정을 짓는다.
남정택의 심장에 꽂혀있는 칼을 뽑는 기탁.
상두의 지문을 지우고 자신의 지문을 묻히는 기탁,
엄기탁: 어서 피하십쇼. 사장님 얘들이 밀려 올 겁니다.
공상두: 안돼!
엄기탁: 제가 무슨 힘으로 우리 사업을 맡겠습니까? 우리 식구들 살려낼 분은 사장님 밖에 없습니다. 빨리 피하십시오. 사장님, 빨리요 (문을 연다.)
공상두 밖으로 밀며 비상구 쪽을 향한다.
공상두: 엄기탁!
엄기탁: 사장님 제발!
공상두: 엄기탁 비켜!
공상두: 사장님
공상두: 안 비켜?
엄기탁: 상두야!!!
공상두 놀라 엄기탁을 쳐다본다.
엄기탁: 빨리 가란 말야! 개새꺄!!
엄기탁 상두를 비상구로 떠밀고는 비상구의 문을 닫아버린다.
담배 하나를 피워 무는 기탁……. 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신 126 영안실 (N)
화면에 꽉찬 뉴스.
엄기탁이 경찰로 연행되는 장면이 나온다.
아나운서: 어젯밤 열 한시 오분경에 강남에 있는 모 나이트 클럽에서 조직폭력 남정파의
두목인 남정택 외 세명이 숨지는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상두파의
행동대장으로 알려진 엄기탁의 칼에 찔려 숨진 사람은 남정택 장우신 고상균등 남정택파의 보스 및 핵심 참모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조직 폭력배들의 이권 다툼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키로했습니다.
영해, 텔레비젼을 보고 놀란다.
영해 고개를 돌리면 저쪽에서 채희주가 보고 있다.
신 127 채필수의 묘 (D)
성당 식으로 조촐하게 장례식이 거행된다.
내과 과장, 이세연, 김간호사, 이간호사등 병원 식구들과 채희주, 영해 신부가 기도문을 외운다.
신부: 후세에 네 인자하심으로 천사의 반열에 모이게 하시되 우리주 그리스도로 인하여 하소서. 아멘. 저희 영혼과 죽은 믿는 자들의 영혼이 천주의 인자하심으로 평안하게 쉬어지리다.
모두: 아멘.
채희주, 소리 죽여 흐느낀다.
영해가 희주 곁에 있다.
이세연 희주를 안스럽게 바라본다.
신 128 희주 아파트 (N)
이세연의 차가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선다.
세연이 내리고 희주가 힘없이 내린다.
희주에게 다가가는 세연
채희주: 고마워
이세연: 나 사표냈어! 다음주에 미국 들어가
채희주: 그렇게 빨리.
이세연: (비행기표를 희주에게 준다.) 일단 니꺼까지 끊었어! (희주 손에 비행기표를 쥐어
주는 세연)
채희주: (비행기표를 돌려주며) 이선배 나 지금.
이세연: 알아 이런데 까지 신경 쓸 겨를 없다는 거……. 공상두 그 사람……. 너하곤 안 어울려.
채희주: (단호하게) 상관마
이세연: (격양된 목소리로) 잘못 가는 길이란 걸 알면서 어떻게 지켜만 보고만 있으란 말야!!!
채희주: (평상시 모습과 다른 이세연의 모습에 당황한다.)…….…….
이세연: (냉정을 되찾은 세연) 니 갈길도 아닌 것 같고 방황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그래. (비행기표를 다시 쥐어주며 돌아서는 세연)
세연을 보고 있는 희주
세연의 차가 사라지자 봉투를 열어보는 희주…….
신 129 최풍세 산속 농장 - 돼지축사(D)
-1년후-
최풍세 산속 농장의 전경이 보인다.
풍세와 상두가 돼지들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암퇘지가 꽥꽥거리며 울고 있다.
최풍세: 이년이 왜 우는지 아냐? 지서방 생각나서 그래……. 돼지 접 붙이는거 못봤지?
공상두:…….
최풍세: 암컷 우리에 수퇘지를 넣으면 처음엔 암놈이 내숭 떠느라고 모른 척 해…….
그런 수놈이 암퇘지의 목덜미를 쿡쿡 찔러대면서 암컷을 흥분시켜 이때다 싶으면 저질러 버리는 거야. 일이 ?나면 숫퇘지는 발랑 누워버려…….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쿨쿨 잠만 잔다 너.
암컷은 달라 수컷을 향해 얼마나 울어댄다고.
저것봐. 눈물 자국에 골이 생겨 깊게 패였잖아? 하?하 자고로 여자 울리는 건 사람이나 짐승이나 똑같다니까?
신 130 최풍세 상속 농장 정자나무 앞(N)
공상두 정자나무 앞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상두 곁으로 다가오는 최풍세
상두 최풍세를 보고
상두: 경치 좋다아!…….
풍세: 그치.
상두: 밤에 무슨 생각하냐?
풍세: 한가지
상두: 뭔데…….
풍세: 이렇게 죽어 가는 건가?
상두: 또?…….
풍세: 없어. 씨팔 좆나게 욕이나 먹고 가는 인생이 더럽다야.
상두: 하고 싶은 거 없어?
풍세: 나 새 차 뽑았잖니. 바퀴도 두꺼운 걸로 갈고. 그 차 몰고 시골길이나 드리이브 하고 싶다.
생각에 잠겨있는 상두.
신 131 안개가 자욱한 산등성이
안개가 자욱한 산을 오르는 상두.
그 밑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신 132 면회실 (D)
길게 뻗어진 감방내의 복도.
엄기탁 복도를 통해 간수와 함께 걸어오고 있다.
간수가 문을 열면 넓은 면회실의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면회실 창문사이로 뚫고 나오는 뿌옇지만 선명한 햇살…….
오랜만에 본 햇살 때문인지 눈살을 찌푸리는 엄기탁.
그 빛을 등지고 한 사내가 서있다.
엄기탁: 사장님!!!
-시간경과-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아있는 상두와 기탁. 기탁 담배를 피워 물고 있다.
엄기탁: 감방복도가 주욱 있어요. 복도 끝은 두 갈래에요. 왼쪽으로 가면 면회실이고 오른쪽은 넥타이 공장. 오른쪽으로 꺽일땐 죄다 넘어질 듯 무릎이 취영청 거리는데……. (미소를 띄며) 걱정 마십시오. 이 엄기탁인 잘 해낼겁니다. 제 성격 잘 알지 않습니까?
사장님, 저에게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하셨죠.
사장님 오늘 모습 보니까. 역시 제 판단이 옳았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큰절을 올리고 뒤돌아 서는 기탁
기탁을 말없이 바라보는 상두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서린다.
신 133 채희주의 시골 집 (D)
차가 다니는 큰길에서 개울을 따라 트랙터 정도가 다니는 샛길이 있고 그 길 끝에 희주의
집이 있다. 희주가 이사와서 사는 집 전경.
PAN하고 멈추면 희주와 영해 집을 나서고 있다.
영해: 참 좋다 여긴. 올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아늑하고 편해……. 그래도 너네 아버지 운치있데이. 이런 집을 다 마련하고…….
희주: 이 집 하나 나한테 남겨줄려고 자기몸 생각안하구 그렇게 퇴원할려구 안달하셨잖아.
영해: 미국서 이세연이 한테 전화왔더라.
희주:…….
영해: 니 전화번호 묻는데 니가 심난해 할까봐 안 가르쳐 줬다.
희주: 잘했어.
영해: 그 사람한텐……. 아무 소식 없제?
신 134 샛길 (D)
영해를 배웅하기 위해 집을 나선 채희주.
샛길에서 큰길 쪽으로 걸어간다.
영해: 언제까지 여기 있을 꺼야?
희주: 올라가야지. 안그래도 병원에다 연락했어 정리하고 올라가겠다고……. (한숨을 쉬며) 하루종일 저 나무들만 쳐다봐……. 화장 지우고 나이지우고 알량한 의사 직함 다 떼고 누군가가 쉬어갈 빈터가 되려고 그렇게 약속했는데……. 저 나무 한 그루보다 참을성이 없고 여유롭지 못해, 혼자 웃고 울고 원망하고 치고 박고 터지고 깨지고 하는 거야.
신 135 역 플랫포옴(D)
영해 언니가 탄 기차가 플랫포옴을 빠져나가고 있다.
기차가 멀어지자 발길을 돌리는 희주
신 136 채희주의 집 (D)
채희주의 집을 향해 천천히 걷고 있다.
걷다 집 뜰을 보는데 왠 사내가 차에 기대어 서있다.
자기 눈을 의심한다. 공상두 같다.
어쩔줄 몰라한다.
기뻐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걸어가야할지…….뛰어가야할지…….
채희주, 공상두에게로 천천히 걸어가는 것을 롱샷으로 잡는다.
완전히 다가가 공상두 임을 확인한 채희주.
희주를 보며 익살스럽게 웃는 공상두.
공상두: 안 반갑냐?
채희주: (상두를 못본척 집으로 들어가려 한다.)
공상두 뒤 따라간다.
공상두: 밥 있냐?
채희주: 밥도 못 얻어먹고 댕겼어?
공상두: 배고파 미치겠다야.
채희주: 니 놈 퍼줄 밥이 어딨냐? 양년들은 지 서방 밥도 안 챙겨 준다디?
공상두: 양년?
채희주: 그래 양년.
공상두: 그게 무슨 소리야?
채희주: 아니 한국에 있었으면서도 내 앞에 안 나타났단 말이야?
공사두: 강원도 산골짜기에 있었어.
채희주: 왜?
공상두: 손 씻으려고. 정갈한 모습으로 니 앞에 나타나려고.
채희주: 완전히 씻었어?
공상두: 응 (희주가 상두를 껴 안는다.)
공상두: 사람들이 본다. 응?
채희주: 볼 사람들이 누가 있냐. 또 보면 어때?
공상두 채희주를 떼어놓으려 한다.
채희주: 가만히 좀 있어. 헷갈린다 말이야.
공상두: 뭐가?
채희주: 반가워해야 할지 두드려 패야 할지.
공상두: 기왕이면 패주라.
채희주: 그렇지?
채희주, 막 울면서 공상두를 때린다.
그 후, 채희주가 껴안는다.
신 137 욕실 (N)
목욕하는 상두, 희주는 주방에서 사과를 깎는다.
채희주: 일년동안 산 속에서 뭐했어?
공상두: 돼지 키웠어.
채희주: 돼지?
공상두: 응 꿀꿀꿀 돼지.
채희주: 말도 안돼……. 일년 내내?
공상두: 응
채희주: 잘도 참았다. (문득 사과깍던 손을 멈추며) 분명히 말해 넌 아니지?
공상두: 응
채희주: 시끄러우니까 피신했던 거지?
공상두: 응…….
채희주: (다시 사과를 깍으며) 신문, 테레비에서 떠들어대는데. 얼마나 무서웠다구…….
공상두: (분위기를 돌리려는 듯) 희주야 빤스 없냐?
채희주: 무슨 빤쓰?
공상두: 남자빤스.
채희주: 남자빤스가 어딨냐?
채희주 조금 있다 노크도 없이 욕실 문을 열며
채희주: 내 빤스다 고무줄 늘어진 거라서 대충 맞을꺼야! (채희주 나간다.)
공상두: 보고싶었다.
채희주: 보고싶었다는 놈이 일년동안 소식한장 없었냐? 너 잠적한 뒤에 내가 얼마나 맹세했는지 아니? "오늘 나타나기만 해봐!……. 내 만나주나…….", "내일 나타나기만 나타나봐!……. 나쁜자식……. 다신 안 만난다.", "한달 뒤에 꽃들고 웃으며 나타날 테지?" 공상두!. 너 이새끼 다시 만나면 내가 개자식이다. (사과를 잘게 토막내며) 이젠 끝이야! 채희주……. 너 정말 끝이야!……. 너 죽어! 죽어!!! 썅……. (잠시 머뭇거리다가 처연하게) 근데……. 한달은 커녕 두달 석달 지나도 안나타나드라.
공상두, 어느새 희주 뒤에 다가와 서 있다.
뒤에서 살며시 희주를 끌어안는 상두.
채희주: 빤슨 어때? 불편하지 않아?
공상두: 좋은데! 니가 내 몸속으로 쑥 들어온 느낌이다.
채희주: 내가 왜 이 집으로 이사온줄 아니? 니 놈이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고 니가 오는
그 모습을 찬찬히……. 길게……. 봐두려…….
말이 끝나기도 채 전에. 희주를 끌어당겨 깊은 입맞춤을 한다.
신 138 백화점 (N)
엄청나게 샀다.
둘이 이것저것 가득 들고 있다.
신 139 에스켈레이터 (N)
아이스크림을 먹는 희주, 즐거워 보인다.
공상두: 맛있어?
채희주: 응.
공상두: 얼만큼?
채희주: (키스하며) 이만큼
공상두: 너 그새 용감해졌다?
채희주: 눈에 뵈는게 없다야.
채희주 앞서 나간다.
신 140 사람이 북적대는 주차장(N)
차 트렁크에 샀던 물건을 넣는 희주.
채희주: 아차차. 그걸 깜박했다.
공상두: 뭔데…….
채희주: 니 속옷 (얼른 차에다 집어 넣으며 뒤돌아 서려 한다.)
공상두: (희주를 붙잡으며) 됐어……. 나……. 지금 가야돼. 약속이 있어.
채희주: 무슨 소리야. 이 밤중에?
공상두:…….
채희주: (조심스럽게) 왜 그래?
공상두: 자수하러 가야돼!
채희주: 뭐?
공상두: 엄기탁이가 죽인게 아냐. 내 대신 뒤집어 썼어. 내가 죽인거야.
순간 채희주,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 하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채희주.
신 141 한적한 도로 (N)
공상두의 차가 달리고 있다.
공상두: 담당 변호사가 내 단독 범행에 대한 사건일지를 자세히 만들어놨어. 사건 당일, 그후의 내 종적, 자수하면 그 사건일지도 검찰에 넘겨지게 돼있어 사건 당일 입었던 피묻은 옷가지, 사용했던 칼……. 자수하겠다는 결심은 진작에 했는데 널 생각하면……. 미안해. 넣 한번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서…….
채희주, 뒷좌석에 있는 공상두의 가방을 열어본다.
거기에 칼, 옷가지 등이 들어있다.
채희주: 차 세워 ( 큰 소리로 ) 빨리.
공상두, 차를 세운다.
신 142 길가 (N)
채희주 차에서 내린다.
채희주: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떠들어 대고 있는 거야? 넌 나쁜 자식이야. 더러운 자식. 너 고칠 때 내 생각 요만큼이라도 했다면 사고 쳤겠어? 못 쳤겠지? 니 인생 니꺼니까 막 사는 거야? 그럼 난 뭐야? 왜 나타났어? 그냥 산속에 있던지 직접 형무소로 가지 않고?
공상두: (간절하게) 보고 싶었다.
채희주 차로 뛰어 들어 가방을 꺼낸다.
채희주: 안돼, 못가. 이까짓껀 불질러버리면 그만이야.
공상두: 안돼 그러지마!
채희주, 다가오는 공상두를 못오게 가방으로 때리면서 뿌리치면서 감정이 폭발한다.
채희주: 지금부터 착하게 살고 좋은 일 많이 하면 되잖아. 하나님한테 빌면서 말야!…….
공상두: 하나님이 내 병을 고쳐줄수는 있어. 하지만 내 대학 시험을 붙여줄 수가 없어. 왜냐? 날 합격시키려면 다른 한 놈은 떨어뜨려야 하는데? 이건 그런 일이야 내가 살자면 엄기탁이가 죽어
채희주: 나는 어떡해? 엄기탁이는 살리고 나는 죽여?
공상두: (희주를 진정시키며) 사람의 생명을 세명이나 죽였어! 거기다 엄기탁이가 죽어? 그런 짐을 안고 평생 살아가야 되는데…….
그러면 지금처럼 널 사랑할 수 없어! 어떻게 살다 어떻게 사랑하다 어떻게 죽느냐! 난 이 길을 택했어. 널 영원히 사랑하는 길을 선택한 거라고…….
채희주, 힘 없이 가방을 떨어뜨린다.
채희주: 그럼 무기징역인가?
공상두: 아니 사형
채희주: 자수하는 거잖아?
공상두: 세명이나 죽였는걸?
채희주: 사형……. 아버지도 떠났어. 이젠 너까지. 실감이 안나. 날 한번 떠보려고 한것같아.
공상두: 미안하다. 애송이때 오십명쯤 되는 떼거리들한테 둘러싸인 적이 있어. 우린 고작 다섯인데. 잘못하면 다 죽겠구나 싶더라구. 나가 나섰지 나만 패라. 나 혼자 다 얻어 맞겠다. [어쭈 이 새끼] 하면서 주먹 발길질이 사방에서 날라와도 하나도 안 아팠어. 특별 봉사니까. 내가 좋은 일 했던건 고작 그런 거야. 성경에 이런 말이 있대. 죄가 깊으면 은혜도 깊다…….
채희주: 그래. 짐작은 했었어. 아니길 바랬지.
공상두: 미안해.
채희주: 면회 갈게. 솜 옷도 넣어주고.
공상두:…….
채희주: 내 생각해. 내 품에 안겼다고 생4데요.
채희주, 할 수 없다는 듯이 공상두를 끌고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신 146 성당 안(N)
채희주, 십자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성호를 긋는다. 공상두도 따라한다.
채희주, 촛불을 켜서 불을 밝힌다.
채희주와 공상두, 십자가 앞에 나란히 선다
채희주: 신랑에게 묻겠습니다. 신랑 공상두는 신부 채희주를…….
공상두: (갑자기 채희주의 팔짱을 풀며) 왜 이래?
채희주: (강제로 잡으며) 시끄럿!
공상두: 농담하지마.
채희주: 나도 농담 아냐.
공상두: 희주야.
채희주: 시끄럽단 말야. 넌 누가 뭐래도 나한텐 가장 소중한 사람이
채희주 십자가를 바라본다.
채희주: 신랑에게 묻겠습니다. 신랑 공상두는 신부 채희주를 아내로 맞이하여 잘 살겠습니까?
공상두:…….
채희주: (공상두가 대답할 때까지 한참을 기다린다.)
공상두: 네.
채희주: 이번엔 신부에게 뭍겠습니다. 신부 채희주는 신랑 공상두를 남편으로 맞이하여 영원토록 한 지아비만을 모시면 살 것을 서약합니까? '네' 이에 두 사람의 결혼이 원만히 이루어졌음을 선포합니다.
다음은 주례사야…….
신랑 공상두는 18세에 부산 남포동 뒷골목 양아치로 입문하여 그후 이십오세라는 약관의 나이로 상두파를 조직, 두목의 자리에 앉게 됩니다. 현재 많은 사업장에 카지노까지 가지고 있는 재력가로서 딴에는 야쿠자의 한국 상륙을 원천 봉쇄한다는 미명아래 온갖 폭력을 자행한 되게 나쁜 놈입니다. (공상두에게 하라고 쿡 찌른다.)
공상두: (주저하다가) 신부 채희주는 우선 총명합니다. 심청이 못지 않은 효녀입니다. 또한 미국까지 가서 공부하고온 꽤 괜찮은 의삽니다. 푸른 들판과 같은 미래가 있습니다. 곧장 가면 그걸로 만사형통입니다.……. 어느날 벼락을 맞죠. 친 구덩이에 빠집니다. 나오라해도 안 나옵니다. (잠시 말을 못 잇는다.)……. 미친개한테 물린 거죠. (울먹이다가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사내의 첫 눈물이다.) 당신께서 저한테……. '니 죄가 무엇이냐'고 물으셨을 때……. 이 사라을 만나고……. 사랑하고……. 홀로 남겨두고 떠난게 가장 큰 죄일 것입니다.……. 제 자신이 그렇게 미운거 있죠. ( 눈물 범벅이 된다.) 하지만 이 사람을 사랑하는데 있어서 만큼은 . 정말……. 이지……. 인간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채희주: (눈물 범벅인 채로 공상두를 보다가 다시 십자가를 보며) 아닙니다. 신랑 공상두는 미친개도 진 구덩이두 아닙니다.
공상두: (울부짖듯) 쓰레깁니다.
채희주: 예로부터 영리한 아이는 순진한 맛이 적고 미련한 아이는 인간미가 철철 넘친다고 했습니다. 신랑 공상두는 인간미가 철철 넘칩니다. 그 만큼 미련퉁이라는 얘깁죠.
공상두: 네 저는 미련합니다. 얘는 모자라고요.
채희주: 얘는 지 밥도 못 챙겨먹는 얼간이에요.
공상두: 얘는 돈 년이에요. 미친 년이에요. 남자 볼 줄도 몰라요.
채희주: 감사합니다 인생은 이렇게 아옹다옹 티격태격 거리면서 사는 건가봅니다. (백에서 목걸이를 꺼내 공상두 목에 걸어주며) 이거 결혼 선물이야.
공상두: 근데 어떡하지? 난 줄게 없어.
채희주: 이거 금줄이야. 가짜 아니다 너. 너오면 주려고 미리 금은방 가서 맞춰 뒀던거야.
공상두:…….
채희주: (키스를 한다.) 우린 이제 부부야.
채희주,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머금고 있다.
공상두: 무슨 선물이 좋을까 하고 한참을 고민했는데 못 골랐어. 마땅한게 없더라구. 널
생각하면 양에 안차 ( 양복 윗도리를 벗어서 채희주 어깨에 걸쳐준다.) 이게 선물이야.
채희주: (아예 눈을 감아버린다.)
공상두: 나. 간다.
공상두 돌아서서 서너 발짝 가는데.
채희주: 상두야.
공상두: (걸음을 멈춘다.)
채희주: 마지막인데……. 내 맘대로 불러도 돼?
공상두: 그럼.
채희주: 웃지마.
공상두: 응.
레기, 배신자 취급을 하며 닥달하다가 생일 파티를 위해 드레스로 갈아입은 메그가 내려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생일파티를 준비한다. 룰루가 도착하자 드디어 생일 파티가 시작된다. 메그가 제일 먼저 축하의 말을 하고 골드버그는 스탠리에게 다소 과장된 듯한 축하의 말을 늘어놓는다. 나중에는 룰루의 제안으로 장님 놀이를 하게 되는데, 스탠리가 술래가 되어 눈을 가리고는 갑자기 그들을 향해 킬킬거리며 웃기 시작한다. 맥켄과 골드버그는 스탠리에게 달려든다.
3막: 다음 날 아침 메그는 전날의 파티로 몸이 지쳐 있으나 아침부터 스탠리를 찾는다. 늦게까지 스탠리는 내려오지 않고 메그가 시장에 나간 사이, 피티가 어젯밤 파티에서 심한 충격을 입은 것 같은 스탠리의 안부를 골드버그에게 묻는다. 골드버그는 간단한 신경쇠약일 뿐이라고 말한다. 잠시 후, 골드버그와 맥켄은 스탠리를 전인간적인 사람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데리고 떠난다. 피티는 떠나는 스탠리에게 매우 불안한 마음을 갖는다.
1막
해변의 집, 거실. 무대 좌측 전면에 현관 입구로 나가는 문이 하나 있다. 좌측 후면으로는 후문과 창이 하나, 중앙 뒤쪽으로 부엌 칸막이 창문이 있다. 우측 후면에 부엌문. 중앙에 테이블과 의자 서너 개. 막이 오르면, 피티이가 신문을 들고 좌측에 있는 문으로 들어와 테이블에 앉는다. 신문을 읽기 시작한다. 메그의 목소리가 부엌 칸막이 창문을 통해 들린다.
메그: 당신이우, 피티이? (사이) 피티이, 당신이우? (사이) 피티이?
피티이: 왜 그래?
메그: 당신이었군요.
피티이: 응, 나야.
메그: 뭐라구요? (부엌 칸막이 창문 위로 얼굴을 내 보인다.) 돌아오셨군요? 오늘 아침, 일 많이 했수?
피티이: 아니. 낡은 의자 몇 개 고친 것뿐야. 못질을 하고 닦아내고
메그: 바깥 날씨, 좋아요?
피티이: 응, 아주 좋아. (사이)
메그: 스탠리는 아직도 2층에 있나요?
피티이: 몰라. 그런가?
메그: 나도 모르겠는데요. 여기 내려온 건 아직 못 봤는데.
피티이: 그럼 아직 안 일어났나 보지.
메그: 스탠리가 언제 부두가로 산보 좀 데리고 갔으면 좋겠어요. 내가 마지막으로 부두에 나갔던 게 언제죠? 스탠리 더러 날 데리고 부두가 좀 나갔다오라구 얘기해 주세요, 피티이.
피티이: 왜 당신이 직접 말하잖구?
메그: 싫어요, 당신이 말해 줘요. (사이) 그 애는 이상하게 양말이 빨리 떨어져요.
피티이: 왜? 1주일에 서너 날은 침대에서 뒹구는 앤데.
메그: 걔, 일어나야 될 텐데. 왜 안 일어나죠? 몇 시예요?
피티이: 열 시 반쯤 됐을 거야.
메그: 내려와야 되는데. 저, 아침 늦겠구먼.
피티이: (메그에게 돌아서서) 아 참, 메그, 어젯밤 어떤 남자 둘이서 나를 찾아 왔었어. 바닷가로 말야.
메그: 남자 둘이서요?
피티이: 응, 이틀 밤만 묵겠다면서 빈방이 없느냐는 거야.
메그: 이틀 밤을 우리 집에서요?
피티이: 응.
피티이: 어쩜 오늘 올지도 몰라. 준비가 되겠어?
메그: 아, 그 예쁜 방을 내 주면 되잖아요.
피티이: 준비된 방이 있단 말야?
메그: 손님을 받으려고 안락 의자도 들여놓고, 예쁘게 다 꾸며 놨잖아요.
피티이: 그걸 몰랐군, 확실한가?
메그: 네, 오늘 와도 준비는 다 돼 있어요.
피티이: 잘 됐군. (메그, 양말이랑 모두 장 서랍에 다시 넣는다.)
메그: 쟬 깨워야 되겠어요.
잠시후 메그, 돌아온다
메그: 지금 내려와요. 늑장부리면 아침을 굶긴다구 했거든요.
피티이: 그 말이 성공적이었군.
메그: 스탠리의 코온플레익스를 만들어야겠어요.
메그, 부엌으로 퇴장한다. 피티이, 신문을 읽는다. 스탠리, 들어온다. 파자마 자켓 바람이다. 면도를 하지 않았고 안경을 쓰고 있다. 테이블에 앉는다.
피티이: 잘 잤나, 스탠리?
스탠리: 안녕하세요. (침묵. 메그, 코온플레익스 그릇을 들고 나온다. 테이블에 놓는다.)
메그: 봐요, 결국 내려왔죠. 아침을 먹으려고 드디어 내려오긴 왔지만, 피티이, 쟨 아침 먹을 자격이 없죠? 그렇잖아요? (스탠리, 코온플레익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잠 잘잤니?
스탠리: 조금도 못 잤어요.
메그: 조금도 못 잤다구. 당신 들었수, 피티이? 너무 기운이 없어 아침도 못 먹겠니? 자, 착하지, 코온플레익스 다 먹어. 어서. (스탠리, 먹기 시작한다.)
메그: 코온플레익스 어떠니, 스탠?
스탠리: 맛이 고약해요.
메그: 그 코온플레익스가, 그 맛있는 플레익스가? 거짓말쟁이, 요 거짓말쟁이야. 그건 아주 산뜻한 아침식사야. 그렇게 써 있다. 특히 늦게 일어나는 사람한텐 별미라구.
스탠리: 우유가 썩었어요
메그: 아냐. 피티이는 잘 먹었는데. 그렇죠, 피티이?
피티이: 응, 그래.
메그: 거 봐라.
스탠리: 좋아요. 그럼 다음 접시를 주세요.
메그: 첫번 접시도 비우지 않고 다음 순서를 내 놓으래요.
스탠리: 난 익힌 게 좋아요.
메그: 안 줄걸.
피티이: 줘.
메그: (테이블 우측에 앉아서) 안 줄 거예요. (사이)
스탠리: 아침을 굶는군. (사이) 밤새 아침 밥 꿈을 꿨는데.
메그: 잠을 하나두 안 잤다면서 꿈을 꾸었어?
스탠리: 백일몽이죠, 밤새 백일몽을 꾸었어요. 근데 지금 와서 아무 것도 안주겠대요. 글쎄, 식탁에 빵 부스러기 한 조각도 안 내 준 대요. (사이) 저 부두에는 날씬한 여관들이 많던데, 아무래도 그쪽으로 구해서 나가봐야 되겠어요.
메그: (빨리 일어서며) 우리 집보다 거기가 아침 식사가 나을 줄 알아? 천만에. (부엌으로 퇴장한다. 스탠리, 크게 하품을 한다. 메그, 접시를 들고 칸막이 문에 나타난다.) 여기 있어, 네가 좋아할 거야. (피티이, 일어선다. 접시를 가지고 테이블로 와 스탠리 앞에 놓는다.)
피티이: 흠, 난 나가 봐야겠는걸.
메그: 또 일 나가시는 거예요.
피티이: 응.
메그: 홍차! 당신 아직 차를 안 드셨잖아요
피티이: 됐어, 시간도 없어.
메그: 안에서 다 만들어 놨는데.
피티이: 괜찮아. 그럼 이따 봐, 스탠. 따 따. (스탠리, 접시를 밀어 놓고 신문을 든다.)
스탠리: 홍차는 어떻게 됐어요?
메그: 홍차를 마시고 싶니? (스탠리, 신문을 본다.)
스탠리: 홍차 좀 주시겠어요?
메그: 먼저 미안하지만을 붙이고.
스탠리: 미안하지만을 붙이고.
메그: 아니, 그냥 미안하지만만.
스탠리: 그냥 미안하지만만.
메그: 넌 따귀감야.
스탠리의 접시를 들고 간다. 스탠리를 지나가며 스탠리의 머리를 흩트려 쥔다. 스탠리, 소리를 지르며 메그의 팔을 뿌리친다. 메그, 부엌으로 들어간다. 스탠리, 안경 밑 눈을 비빈 후 신문을 집는다. 에그, 들어온다.
메그: 차 주전자 째 가지고 왔어.
스탠리: 이 홍차, 주전자에 얼마나 오래 담가 뒀어요?
메그: 맛있는 홍차지? 진하고 맛있는 홍차야.
스탠리: 이게 홍차예요? 무슨 홍차가 이렇게 끈끈해요.
메그: 아냐.
스탠리: 도루 가져가요.
메그: 스탠! 새벽 홍차가 싫으니? 내가 가져다주는 아침 홍차가 싫어?
스탠리: 이 찌꺼긴 못 마시겠어요. 적어도 차 주전자는 덮어야 돼요. 그런 얘기도 못 들으셨어요?
메그: 이런 모욕을 당하고 있는 걸 보면 아버지가 가만 안 계실 거야.
스탠리: 아버지요? 도대체 아버지란 게 집에서 뭔대요?
메그: 너를 고발할걸.
스탠리: (졸린 듯) 내가 당신을 모독했나요? 메그, 내가 그런 못된 짓을 했어요?
메그: 그래.
스탠리: (두 손으로 머리를 쥐며) 후유, 피곤해요. (침묵. 메그, 장으로 가서 먼지떨이를 가져 와 스탠리를 바라보면서 맥없이 방을 턴다. 테이블에 와서 테이블을 턴다.) 여긴 제발 관둬요. (사이)
메그: 외출할 거니?
스탠리: 당신하곤 안 나가요.
메그: 그렇지만 나도 금방 시장에 갈 텐데.
스탠리: 가세요.
메그: 너 혼자 있으면 심심할 테지.
스탠리: 내가요?
메그: 너의 메그가 없으면 심심하지 않겠니? 손님 두 분이 온다니까 난 준비를 해야 돼. 시장도 봐야 되구. (사이. 스탠리, 천천히 고개를 든다. 돌아서지 않고 말한다.)
스탠리: 손님 두 사람요?
메그: 손님이 올 거야. (돌아선다.)
스탠리: 뭐요?
메그: 너는 모르고 있었지? 그렇지?
스탠리: 무슨 얘기죠?
메그: 신사 두 분이서 이 집에 한 이틀 동안 묵을 방이 없겠느냐고 피티이에게 묻더래. 난 그분들을 기다리고 있는 중야. (먼지떨이를 들고 식탁보를 털기 시작한다.)
스탠리: 믿기지가 않는데요.
메그: 사실야.
스탠리: (메그에게로 가면서) 괜히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
메그: 피티이가 아침에 그랬다니까.
스탠리: (담배를 깨물며) 언제예요? 피티이가 언제 그 사람들을 만났대요?
메그: 어젯밤.
스탠리: 어떤 사람들이죠?
메그: 몰라.
스탠리: 자기들 이름을 댔을 거 아녜요.
메그: 아니.
스탠리: (방을 오락가락하면서) 여기로요? 이 집에 있겠다구요?
메그: 으응, 그렇다니까. (머리에서 커얼러를 뺀다.)
스탠리: 왜요?
메그: 이 집은 리스트에 올라 있거든.
스탠리: 그렇지만 그 사람들 누구죠? 제가 궁금한 건, 왜 하필…….
메그: 어떤 사람인지 만나 보면 알 것 아니니?
스탠리: (단호하게) 안 올 거예요.
메그: 안 오긴 왜 안 오니?
스탠리: (빨리) 분명히 말해 두지만 그 사람들은 안 오는 거예요. 올려면 왜 어젯밤에 안 왔겠어요? 이리 오세요.
메그: 무슨 소리니?
스탠리: 이리 오세요.
메그: 싫어.
스탠리: 얘기할 게 있어요. (메그, 손을 만지작거리며 초조하게 군다. 스탠리에게 가지는 않는다.) 이리 와요. (사이) 좋아요, 여기서라도 얼마든 물어 볼 수가 있어요. (고의적으로) 대답해 주세요. 보올즈 부인, 나한테 말씀하실 때는 정말 상대방이 누군가 정확히 알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침묵. 스탠리, 신음 소리를 낸다. 몸을 앞으로 굽힌다. 두 손안으로 머리를 떨군다.)
메그: (작은 목소리로) 아침밥 맛있게 먹었지, 스탠? (테이블로 다가간다.) 스탠? 피아노 연주회는 언제 또 있니? (스탠리, 툴툴거린다.) 옛날처럼 네 피아노 치는 것 또 들었으면 좋겠어. (스탠리, 툴툴거린다.) 네가 피아노 치는 걸 보고 있는 게 얼마나 큰 즐거움이었다구. 피아노 언제 또 칠 거니?
스탠리: 못 해요. 제가 피아노 칠 수 있을 것 같아요?
메그: 왜 못 치니?
스탠리: 피아노가 없잖아요? 내가 어디 피아노가 있어요?
메그: 없지만, 내 말은 언제 옛날처럼 일을 하게 되는 가야. 꼭 네 피아노가 아니라도 되잖니?
스탠리: 시장이나 갔다 오세요.
메그: 오늘 아침, 왜 기분이 언짢니, 스탠? 오늘 아침 어디 나갔었니? (스탠리, 뻣뻣하게 몸을 쭈욱 펴고 천천히 일어선다.) 갑자기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 메그, 스탠리를 지나 창가로 가서 쇼핑백을 챙긴다. 문에 다시 노크 소리. 메그, 외출한다. 스탠리, 옆 걸음으로 문 쪽으로 가서 귀를 기울인다.
목소리: 안녕하세요, 보올즈 부인? 그게 왔어요.
메그: 아, 왔어.
목소리: 네 방금 배달이 됐어요.
메그: 어디, 그거야?
목소리: 네, 바로 가져오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들고 왔죠.
메그: 어때? 멋있어?
목소리: 아주 멋있어요. 이걸 어떡할까요?
메그: 응, 사실은 알리지 말고…….-(속삭인다.)
목소리: 물론 그래야죠…….-(속삭인다.)
메그: 그렇지만 만일…….-(속삭인다.)
목소리: 안 그럴께요……. (속삭인다.) 다녀 오세요, 보올즈부인. 따- 따.
스탠리, 빨리 테이블에 앉는다. 룰루, 들어온다.
룰루: 오, 안녕하세요?
스탠리: 아, 아.
룰루: 여기다 이걸 좀 두려구요.
스탠리: 두세요. (룰루, 장 쪽으로 건너가서 장 위에 딱딱하고 둥근 꾸러미를 놓는다.) 뭔가 큰데!
룰루: 만지면 안돼요.
스탠리: 내가 뭣하러 그걸 만져요…….-
룰루: 아무튼 당신이 손대면 안돼요…….-
스탠리: 잠깐 앉지. (룰루, 후면으로 간다.)
룰루: 왜 문을 열어 놓지 않아요? 공기가 아주 텁텁해요. (후문을 연다.)
스탠리: (일어서며) 무슨 소리야. 내가 아침에 소독을 한 방야.
룰루: (문에서) 훨씬 낫군.
스탠리: 그래 저 꾸러미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끝내 말 안 하겠다는 거야?
룰루: 누가 그래요. 내가 그걸 안다구?
스탠리: 당신이 그러지 않았어?
룰루: 난 그런 적이 없어요.
스탠리: (의기양양하게) 저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당신도 모르면서 어떻게 나한테 가르쳐 줄 셈야?
룰루: 내가 언제 가르쳐 준 댔어요?
스탠리: 오늘 비 올 것 같은데, 당신 생각엔 어때?
룰루: 당신은 왜 면도를 안 하세요? (스탠리에게 콤팩트를 내 주며) 얼굴을 좀 보실래요? (스탠리, 테이블에서 물러선다.) 면도를 하면 멋있어 보일 거예요. 그걸 아세요? (스탠리, 앉는다. 우측으로) 생전 밖엔 안 나가세요? (대답이 없다.) 제 얘긴 왼 종일 이렇게 집안에만 틀어 박혀서 뭘 하시냐구요? (사이) 당신이 항상 보올즈 부인 발끝에만 붙어 있으면 그 부인도 할 일을 다 못 할 것 아네요?
스탠리: 부인이 마루를 쓸 때는 나는 항상 테이블 위로 올라가지.
룰루: 왜 밖엔 한 번도 안 나가세요?
스탠리: 내가 나가 있을 때 당신이 안 나와 있으니까 그렇겠지.
룰루: 난 항상 나가는 걸요.
스탠리: 둘이 마주치지 않으니까 그렇지. 이윤 그것 뿐야.
룰루: 왜 세수는 안 하세요. 아주 흉해요.
스탠리: 세수한다고 뭐 흉한 얼굴이 달라 보이나?
룰루: (일어서며) 나가서 공기를 좀 쐬세요. 그런 꼴로 있으니까 나까지 답답해져요.
스탠리: 공기? 오, 난 그런 것 몰라.
룰루: 날씨가 얼마나 좋은데요. 샌드위치도 몇 개 싸 왔어요.
스탠리: 무슨 샌드위친데?
룰루: 치즈.
스탠리: (돌연히) 나하고 어디로 훌쩍 떠나지 않을래?
룰루: 어디로?
스탠리: 아무 데고. 일정한 곳은 없지만 어디든 가면 되잖아.
룰루: 그렇지만 어딜 가요?
스탠리: 아무 데도 없어. 아무 데고 가야 할 곳은 없으니까. 그러니까 아무 데든 그냥 가면 되잖아. 어쨌든 상관없는 것 아냐.
룰루: 여기 그냥 있는 것도 좋지 않아요?
스탠리: 아냐, 여긴 좋지 않아.
룰루: 그럼 어디가 좋아요.
스탠리: 어디든지.
룰루: 흠, 아주 매력적인 프로포즈예요.
룰루: 그래 잠깐 산보 안 나가시겠어요?
스탠리: 지금은 나갈 수 없어.
룰루: 당신 기운이 통 없나봐요.
룰루, 좌측으로 퇴장한다. 잠시 후 스탠리, 거울로 가서 들여다본다. 부엌으로 가서 안경을 벗고 얼굴을 닦기 시작한다. 사이. 후문으로 골드버그와 맥켄, 들어온다 맥켄은 여행가방 두개를, 골드버그는 서류 가방 하나를 들었다. 문안에서 잠깐 멈추다가 무대 전면으로 걸어 나온다. 스탠리, 얼굴을 닦으며 칸막이 문을 통해 이들의 뒷모습을 본다. 골드버그와 맥켄, 방을 둘러본다. 스탠리, 안경을 걸고 옆 걸음질을 해서 부엌문으로 가서 후문으로 나간다.
맥켄: 이 집예요?
골드버그: 여기야.
맥켄: 확실해요?
골드버그: 물론, 확실하구말구. (사이)
맥켄: 언제 어떡하죠?
골드버그: 걱정 마, 맥켄. 앉지.
맥켄: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골드버그: 내가 어떻게 하다니?
맥켄: 앉으시겠어요?
골드버그: 우리 같이 앉을까? (맥켄, 여행 가방을 내려놓고 테이블 좌측에 앉는다.) 등을 기대, 맥켄. 편히 앉으래니까. 어찌된 일야? 나는 자네를 해변으로 한 이틀 데리고 나온 거야. 휴가를 즐겨. 자기 자신한테 좋은 일을 하란 말야. 편히 쉬며 즐기는 걸 배워, 맥켄. 항상 초조했다간 아무 것도 되는 일이 없는 법야.
맥켄: 아, 그렇겠죠. 노력해 보겠어요, 냇트. 냇트, 이 집이 바로 그 집이라고 어떻게 단정을 내릴 수가 있어요?
7골드버그: 뭐라구?
맥켄: 어떻게 이 집이 바로 그 집이라고 알 수 있냔 말예요?
골드버그: 이 집이 그 집이 아니라는 이유는 또 뭐야?
맥켄: 난 이 집 문패를 안 봤잖아요.
골드버그: 문패를 찾으러 온 건 아냐.
맥켄: 여긴 어떻게 해요, 냇트? 인제 누가 곧 들어오겠는데요?
골드버그: 맥켄, 뭐가 그렇게 애가 타지? 마음을 가다듬어. 요즘 자넨 어딜 가든지 꼭 장례식에 가는 기분을 낸단 말야.
맥켄: 그건 진짜예요.
골드버그: 진짜라구? 물론 진짜야. 그 이상야. 이건 숫제 사실이 돼 버렸어.
맥켄: 그 말씀이 옳은 지도 몰라요.
골드버그: 도대체 무슨 일야, 맥켄? 옛날처럼 내가 미덥지가 않은 모양야.
맥켄: 아녜요. 물론 당신을 믿어요. 냇트.
골드버그: 그 얘기 반갑군. 근데 웬일야. 일에 손대기 직전까지는 서둘러서 준비하다가도 일단 해치워야 할 때는 그만 휙 하고 열이 없어져 버리니.
맥켄: 나도 모르겠어요, 냇트.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만 알게 되면 괜찮아지죠.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를 알게 되면 난 바로 괜찮아진다니까요.
골드버그: 응, 넌 일은 잘해 내니까.
메그, 좌측으로 들어온다.
골드버그: 아, 보올즈 부인?
맥켄: 네?
골드버그: 어젯밤 집주인 되시는 분에게 말씀을 드렸죠. 우리 얘길 들으셨겠죠? 부인께서 여행자를 위해 친절히도 방을 준비해 놓고 계시다구요. 그래 제 친구도 한 명 데리고 왔죠. 잘 아시겠지만 우린 좋은 방을 구하러 다녔어요. 그래서 부인을 찾아온 거죠. 전 골드버그, 이 사람은 맥켄입니다.
맥켄: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서로 악수한다.)
골드버그: 부인을 뵙게 돼서 우리도 반갑습니다.
메그: 잘됐군요.
골드버그: 반갑군요. 어때, 맥켄? 아참, 보올즈 부인, 제 친구가 부엌에 들어가 목을 좀 가셔도 괜찮을까요?
메그: (맥켄에게) 왜, 목이 아프세요?
맥켄: 어어, 네, 아픕니다.
메그: 소금 좀 드릴까요?
맥켄: 소금요?
메그: 목이 아플 땐 소금이 좋거든요.
골드버그: 좋은 정도인가요, 최고죠. 어서 부엌으로 가봐, 맥켄.
맥켄: 부엌이 어디죠?
메그: 저기요. (맥켄, 부엌으로 간다.) 소금은 선반에 있어요.
맥켄, 퇴장한다. 골드버그, 테이블 우측으로 간다.
골드버그: 지금은 여기 몇 분이나 계신가요?
메그: 지금은 딱 한 명밖에 없어요.
골드버그: 한 분뿐이에요?
메그: 네, 당신이 오기 전으로는 꼭 한 명이죠
골드버그: 그리고 남편이 있구요, 물론?
메그: 네, 하지만 그분은 나하고 함께 자거든요.
골드버그: 무슨 일을 하십니까? 부인의 남편 말입니다.
메그: 부두가 의자를 지켜요.
골드버그: 오, 좋은 직업이군요.
메그: 네, 그인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나가서 일을 하세요. (가방에서 시장 감을 풀기 시작한다.)
골드버그: 그러시겠죠. 그리고 손님은요? 남자 분인가요?
메그: 남자요?
골드버그: 여자 분인가요?
메그: 아뇨, 남자예요.
골드버그: 이 집에 오래 있었나요?
메그: 거의 1년 됐어요.
골드버그: 아, 네. 장기 투숙자군요. 그분 이름은 뭔데요?
메그: 스탠리 웨버.
골드버그: 아 그래요? 이곳에 일이 있나요?
메그: 전엔 일을 했었어요. 피아니스트거든요. 부두가 콘서트 파티에서 줄곧 일을 했었죠.
골드버그: 아 그래요? 부두가에서요? 어: 피아노를 잘 치나요?
메그: 네 얼마나 잘 친다구요. (테이블에 앉는다.) 개인 연주회도 한 번 열었는데요.
골드버그: 오! 어디서죠?
메그: (머뭇거리며) 으응…….- 커다란 홀에서요, 아버지가 샴페인을 가져 왔어요. 그런데 그만 사람들이 극장 문을 잠가 버렸어요. 스탠리가 갇히고 만 거죠. 수위들도 모두 집에 가 버리고 아침까지 기다려야 했어요. (확신을 갖고) 그 사람들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었어요. (사이) 모두들 스탠리에게 팁을 주고 싶어했어요. 그래 받았죠. 그러고 나서 급행 열차를 타고 바로 여기로 왔어요.
골드버그: 그래요?
메그: 네에, 여기로 곧장 왔어요. (사이) 걔가 오늘 밤 피아노를 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골드버그: 왜 오늘 밤예요?
메그: 걔 생일이거든요.
골드버그: 그분 생일이에요?
메그: 네, 오늘 예요. 그렇지만 이따 밤까지 얘기 안 할 작정이에요.
골드버그: 자기 생일인 줄 모르나요?
메그: 내가 아직 얘길 안 했거든요.
골드버그: (심각하게) 아, 아, 아. 어때요, 부인께서 파티를 열 계획인가요?
메그: 파티요?
골드버그: 파티를 할 생각이 아닌가요?
메그: (눈을 크게 뜨며) 아뇨.
골드버그: 그렇지만 당연히 파티는 하셔야죠. (일어선다.) 우리 파티를 합시다, 네? 제 의견이 어떻습니까?
메그: 어머, 그래요.
골드버그: 물론 해야 되요. 우리 그 분을 위해 생일잔치를 하는 거예요. 모든 걸 저한테 맡기십쇼.
메그: 어머, 참 근사해요, 미스터 골드
골드버그: 골드버그.
메그: 버그씨.
골드버그: 제 의견이 좋습니까?
메그: 오, 오늘 참 잘 오셨어요.
골드버그: 오늘 안 왔더라도 우린 내일 왔을 겁니다. 아무튼 오늘 오길 잘 했군요. 딱 그분 생일을 맞춰서 왔군요.
메그: 잔치를 하고 싶었어요. 한데 잔치를 하려면 사람이 있어야죠.
골드버그: 이젠 다르잖아요. 제가 있고 맥켄이 있구. 맥켄은 잔치라면 어디서든 판을 쳐요. 맥켄이야말로 파티의 생명이고 파티의 영혼이랍니다. (맥켄, 부억에서 나온다.)
메그: 오후에 룰루를 부르겠어요. (맥켄에게) 우리 오늘 밤 잔치를 할 계획이에요.
맥켄: 네에?
골드버그: 이 집에 유숙하는 손님이 한 분 계시는데 오늘이 그분 생일이라잖아, 맥켄. 근데 본인은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다는 거야. 그래 우리가 알려 주려는 거지. 그분을 위해 잔치를 벌이고
맥켄: 오, 그것이 사실이었나요?
메그: 오늘 밤예요.
골드버그: 오늘 밤. 목은 가시었나?
맥켄: 네, 감사합니다.
메그: 난 파티 드레스를 입겠어요.
골드버그: 난 술을 구해오죠.
메그: 스탠리가 얼마나 좋아할까? 기분이 나아질 거예요. 요즈음 쭈욱 우울해 있거든요.
맥켄: 지금 제 방에 올라갈 수 있을까요?
메그: 오, 두 분이서 한 방을 쓰시도록 했는데, 방을 같이 쓰셔도 괜찮겠죠?
골드버그: 괜찮습니다.
메그: 잔치는 몇 시에 하죠?
골드버그: 아홉 시.
맥켄: (문에서) 이쪽입니까?
메그: (일어서면서)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괜찮으시다면 2층으로 모시겠어요?
골드버그: 튜울립하고 같이? 영광입니다.
메그와 골드버그 웃으면서 퇴장한다. 맥켄, 뒤따라간다. 스탠리, 창문에 나타난다. 우측 문으로 들어온다. 좌측 문으로 가서 문을 열고 귀를 기울인다. 침묵, 테이블로 걸어간다. 서있다. 메그가 들어오자 앉는다. 메그가 건너가서 쇼핑백을 옷걸이에 건다. 스탠리, 성냥을 그어 불이 타는 걸 본다.
스탠리: 누구예요?
메그: 신사 두 분이 오셨어.
스탠리: 어떤 신사가 둘이죠?
메그: 오기로 돼 있던 손님들예요. 방금 방으로 안내해 드렸어. 방이 아주 마음에 드나봐.
스탠리: 그 사람들이 왔어요?
메그: 아주 좋은 분들야, 스탠.
스탠리: 왜 어젯밤에?.
메그: 침대가 참 좋대요.
스탠리: 그 사람들 누구예요?
메그: (앉으며) 멋있는 분들야, 스탠리.
스탠리: 내 얘기가 안 들려요? 그 사람들 누구냐구요?
메그: 말했잖아. 오기로 돼 있던 분들이라구.
스탠리: 그 사람들이 오리라곤 생각 안 했는데. (일어서서 창문으로 간다.)
메그: 왔어. 내가 시장 갔다 오니까 벌써 와 있는걸.
스탠리: 여기서 뭘 하겠대요?
메그: 여기서 머무는 거야.
스탠리: 얼마 동안요?
메그: 그 얘긴 안 했어.
스탠리: (돌아가면서) 근데 왜 여길 왔대요. 왜 다른 곳을 찾지 않고 여길 왔냐니까요?
메그: 이 집은 리스트에 있거든.
스탠리: (전면으로 나오며) 그 사람들 이름이 뭣이냐니까요? 그 사람들 이름이 뭐예요?
메그: 오, 스탠리, 생각이 안나. 잊어 버렸어.
스탠리: 그 사람들이 이름은 댔을 거 아녜요. 그렇잖아요? 아니면 이름을 대지 않았나요?
메그: 글쎄……. 그 사람들이…….
스탠리: 뭐랬어요, 네? 생각 좀 해봐요.
메그: 왜, 스탠? 아는 사람들이야?
스탠리: 내가 아는 사람인지 어쩐지 이름도 모르고 어떻게 알아요?
메그: 응! 그래, 생각 나. 이름을 댔어.
스탠리: 네에? (메그, 생각한다.)
메그: 골드, 뭐라더라.
스탠리: 골드, 뭐예요?
메그: 응, 골드…….
스탠리: 골드…….?
메그: 골드버그.
스탠리: 골드버그?
메그: 맞았어, 한 사람 이름은 골드버그야. (스탠리, 천천히 좌측 테이블에 앉는다.) 그 사람들 아니? (스탠리, 대답이 없다.) 스탠, 그 사람들 때문에 네가 아침잠을 못 자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야. 약속야, 그 사람들한테 조용히 하라고 단단히 말해 둘께 응. (스탠리, 가만히 앉아 있다.) 그 사람들 오래 있지 않을 거야. 스탠, 너한텐 변함없이 아침 일찍 홍차를 갖다 줄께. (스탠리, 가만히 앉아 있다.) 오늘, 그렇게 우울하면 안돼. 오늘은 네 생일이야. (사이)
스탠리: (멍청하게) 네?
메그: 오늘이 네 생일야, 스탠. 이따 밤까지 비밀로 하려고 했었는데.
스탠리: 아네요.
메그: 네 생일이라니까. 선물도 준비해 두었어. (장으로 가서 꾸러미를 가져다 스탠리 앞에 놓는다.) 여기 있어. 자, 열어 봐.
스탠리: 이게 뭔데요?
메그: 네 생일 선물이야.
스탠리: 내 생일이 아네요, 메그.
메그: 오늘은 네 생일이라니까. 어서 선물을 뜯어 봐. (스탠리, 꾸러미를 바라본다. 천천히 일어서서 꾸러미를 푼다. 장난감 북을 꺼낸다.)
스탠리: (무뚝뚝하게) 북이네요. 장난감 북이에요.
메그: (다정하게) 피아노가 없으면 어떠니?
스탠리: 이 북을 내 목에 걸까요?
메그, 분명치 않게 스탠리를 바라본다. 스탠리, 북을 목에 걸고 부드럽게 북채를 두드린다. 테이블로 오면서 박자를 맞추어 두드린다. 메그, 흐뭇해서 스탠리를 바라본다. 역시 규칙적으로 북을 두드리며 또 한 번 테이블을 돌기 시작한다. 중간쯤에 오자, 북 소리, 규칙적인 템포를 잃고 엉망이 돼 버린다. 제 멋대로 두들겨진다. 메그, 실망하는 표정을 짓는다. 스탠리, 메그의 의자에까지 와선 북을 더 마구 두드린다. 스탠리의 얼굴 표정과 함께 북소리도 더욱 더 난폭해지고 홀린 듯이 미친 듯이 계속된다.
2막
맥켄, 티이블에 앉아 신문을 오리고 있다. 똑같은 크기로 다섯 조각을 낸다. 그날 저녁이다. 잠시 후 스탠리, 좌측에서 들어온다. 맥켄을 보자 멈춰 서서 맥켄을 지켜본다. 잠시 후 부엌 쪽으로 가다가 다시 멈춰 서서 말한다.
스탠리: (빨리) 여긴 왜 왔죠?
맥켄: 몇 일 휴가를 보내려구요.
스탠리: 이 집을 고르다니 우습잖아요. (일어선다.)
맥켄: 왜요?
스탠리: 이유는 간단하죠. 이 집은 하숙집이 아니니까요. 하숙집인 적도 없었죠.
맥켄: 여긴 분명히 하숙집이오.
스탠리: 왜 하필 이 집을 골랐죠?
맥켄: 선생께선 오늘이 생일이시라는데 기분이 상당히 언짢은가 봅니다.
스탠리: (날카롭게) 왜 날 선생이라 부르죠?
맥켄: 마음에 안 드십니까?
스탠리: (테이블에다 대고) 잘 들어 주십시요. 절대로 선생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맥켄: 선생께서 싫다면 그렇게 안 부르겠습니다.
스탠리: (비켜가며) 싫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아무튼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오.
맥켄: 아녜요?
스탠리: 아녜요. 내 생일은 다음 달이 지나야 돌아와요.
맥켄: 이 집 주인 아주머니의 말로는 그렇지가 않은걸요.
스탠리: 주인 아주머니요? 그 여자 돌았어요. 돌아도 단단히 돌았단 말예요.
맥켄: 그런 말은 그렇게 함부로 하는 게 아닐 텐데.
스탠리: (속삭이며, 다가가서) 그 사람이 뭐라고 얘길 했죠? 당신이 여길 뭣 하러 왔는지 아세요? 자, 말해 보세요. 나를 무서워할 필욘 없어요. 아니면 아직 그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나요?
맥켄: 무슨 말을 안 해요?
스탠리: (이빨 사이로 쉿 소리를 내며) 제기랄!
골드버그와 피티이, 후문으로 들어온다.
골드버그: (들어오면서) 백 사람 중에 하나 있을까 말까하는 어머니였죠. (스탠리를 본다.) 아!
피티이: 오, 헬로, 스탠. 스탠리와 아직 인사가 없었죠, 골드버그 씨?
골드버그: 아직 그런 영광이 없었는데요.
피티이: 아, 자, 이분은 골드버그 씨, 이분은 웨버 씨.
골드버그: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피티이: (테이블에서 일어서며) 난, 그만 나가 봐야겠어요.
골드버그: 나가다뇨?
피티이: 오늘밤은 체스를 하기로 한 날이라서.
골드버그: 파티에 참석 안하시겠어요?
피티이: 못하죠. 미안해, 스탠. 난 조금 아까까지도 네 생일 파티하는 걸 몰랐지 뭐니. 체스에 빠질 수는 없고 될 수 있으면 빨리 돌아오지.
골드버그: 술을 좀 남겨 놓겠어요. 아, 그러니까 생각이 나는데, 나가서 술을 사오도록 해.
맥켄: 지금요?
골드버그: 물론 지금이라야지. 시간이 다 돼 가는걸. 저 모퉁이를 돌면 돼, 알겠지? 내 이름을 대면 돼.
피티이: 나도 마침 그 길로 나가요.
골드버그: 빨리 이기고 돌아오세요, 보올즈 씨,
피티이: 그러도록 해 보죠. 나중에 보자, 스탠.
피티이와 맥켄, 좌측으로 나간다. 스탠리, 중앙으로 간다.
스탠리: (전면으로 나오면서) 뭐가 착오가 생긴 게 틀림없어요. 이 집은 다 예약이 돼 있어요. 당신내 방도 다른 사람이 들게 돼 있단 말예요, 보올즈 부인이 깜빡 얘길 안 했나본데, 다른 데를 찾아보세요.
골드버그: 이 집의 매니저이신가요?
스탠리: 그래요.
골드버그: 벌이가 괜찮으신가요?
스탠리: 난 이 집을 운영해요. 손님하고 친구 되시는 분, 빨리 다른 데 있을 곳을 정하시는 게 나을 거예요.
골드버그: (일어서면서) 아, 깜빡 당신 생일 축하하는 걸 잊었군요. (손을 내밀며) 축하합니다.
스탠리: (손을 보지도 않으며) 당신 혹시 귀머거리인가요.
골드버그: 천만에.
스탠리: 나가요: (맥켄, 술병을 여럿 들고 들어온다.) 술병을 다 들고 나가요. 이 술들은 모두 특별 면허가 나 있는 가게에서나 마실 술이에요.
골드버그: 오늘 지독히 기분이 나쁜 모양인데, 웨버 씨, 오늘은 당신 생일인데다가 그렇게 좋은 주인 아주머니께서 정성을 다해 파티를 열어 준다는데. (맥켄, 술병을 장에 넣어 놓는다.)
스탠리: 술병을 모두 내 가랬잖아요. 안 들려요?
골드버그: 웨버 씨, 앉으실까?
스탠리: 어떤 종류 건 말썽을 일으키는 건 좋지 않아요.
골드버그: 앉아.
스탠리: 내가 왜 앉아야 되죠?
골드버그: 사실대로 말을 하자면, 웨버, 자넨 지금 나한테 대항하러 들기 시작했어.
스탠리: 그래요? 글쎄, 그렇다면:
골드버그: 앉아.
스탠리: 못 앉겠어요. (골드버그,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 우측에 앉는다.)
골드버그: 맥켄!
스탠리: 냇트?
골드버그: 앉으라고 부탁을 해.
맥켄: 알겠습니다. 냇트. (스탠리에게로 간다.) 괜찮으시다면 의자에 앉아 주시겠습니까?
스탠리: 네, 괜찮지가 않아요.
맥켄: 아, 그렇다면…….-그렇지만 앉으시는 게 좋을 텐데요.
스탠리: 당신은 왜 안 앉죠?
맥켄: 아, 내가 아니고 당신 말입니다.
스탠리: 사양하겠습니다, (사이)
맥켄: 냇트.
골드버그: 뭐야.
맥켄: 앉으러 들지 않는데요.
골드버그: (스탠리에게 건너가며) 웨버, (조용히) 앉아.
침묵. 스탠리, (The Mountains of Morne) 을 휘파람 불기 시작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테이블 옆 의자로 한들한들 간다. 둘이서 지켜본다. 휘파람을 그친다. 침묵. 스탠리, 앉는다.
스탠리: 조심하시는 게 날걸요.
골드버그: 웨버, 어제 뭘 했지?
스탠리: 어제요?
골드버그: 그리고 그 전날, 그 전, 전날 뭘 했지?
스탠리: 무슨 얘기죠?
골드버그: 웨버, 넌 왜 모든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지? 왜 모든 사람의 방해가 되느냐 말야.
스탠리: 내가요? 지금 무슨:
골드버그: 말해 두는데 웨버, 너는 이미 인생의 낙오자야. 왜 이 사람 저 사람의 심지를 빨아먹고 살지? 왜 늙은 여주인을 들뜨게 만드냐 말야.
맥켄: 그게 취미인 걸요.
골드버그: 왜 그렇게 행실이 나쁜가, 웨버? 왜 이 집 영감님은 체스를 핑계대어 밖으로 몰아냈지?
스탠리: 내가?
골드버그: 왜 그 젊은 아가씨는 문둥병 환자 취급을 해. 그 아가씬 문둥이가 아냐, 웨버.
스탠리: 도대체 무슨
골드버그: 무슨 옷을 지난 주일에 있었었지, 웨버? 어디에 자네 양복을 두나?
맥켄: 왜 조직을 떠났지?
골드버그: 나이 든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시겠나, 웨버?
맥켄: 왜 우리를 배반했지?
골드버그: 내 가슴에 상처를 주고 있어. 웨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