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심판' 기로에 선 헌재
선고 앞둔 헌재도 당혹… 구속 취소 이후 '변론 재개' 여론 커져
김희래 기자
박혜연 기자
입력 2025.03.10. 01:06업데이트 2025.03.10. 05:46
바리케이드에 차벽… 긴장 감도는 헌재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경찰이 겹겹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비를 서고 있다. 뒤편에는 경찰 버스를 세워 ‘차벽’을 만들었다. /조인원 기자
법원이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도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여론에 헌법재판소는 내부적으로 당혹한 분위기다. 공식적으로는 “구속 취소와 탄핵 심판은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선고만 남기고 있는 헌재 입장에서는 뜻밖의 변수가 생긴 셈이다. 법조계에선 “변론 재개는 되지 않더라도 선고 시점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을 종결한 뒤, 거의 매일 평의를 열고 사건을 검토 중이다. 과거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변론 종결 후 약 2주 뒤 금요일에 선고가 내려졌기 때문에 헌재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 선고는 오는 14일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래픽=송윤혜
◇“공수처 수사 기록, 증거에서 배제내야”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주된 사유는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적법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헌재는 법원이 논란이 있다고 판단한 수사 기록을 증거로 채택해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대통령 탄핵 심판은 변론을 재개해 공수처 불법 수사에 기반한 증거를 걷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하면서 헌재가 여러 절차적 논란을 일으킨 점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헌재는 검찰 조서의 증거 채택과 증인 신문 시간 제한, 윤 대통령의 직접 신문 금지, 선별적 증인 채택 등 재판 절차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한덕수 총리의 탄핵 심판 등 먼저 종결된 사건을 미루고 대통령 탄핵 사건을 서두르는 모습에서 윤 대통령 측이나 여권의 반발을 샀다. 대형 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선고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헌재는 변론을 재개해 절차적 흠결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내란 행위로 대통령을 탄핵해 놓고, 향후 법원에서 공소기각이나 무죄가 선고되면 어떻게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이번 구속 취소가 탄핵 심판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헌법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구속 취소가 탄핵 여부의 결정적 변동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곽종근 녹취’ 증거 조사 여부도 변수
최근 공개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육성 녹음 파일도 대통령 탄핵 심판의 새 변수로 등장했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들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핵심 증인인데, 야당이 그를 회유·협박한 정황이 담겨 있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이 곽 전 사령관의 녹음 파일을 추가 자료로 제출하며 변론 재개를 신청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직후인 12월 5일 20년 지기 지인과의 통화에서 “살려면 양심선언을 하라고 한다” “(안 그러면) 내란죄로 엮겠단다”라고 했다. 그와 통화한 지인은 TV조선 인터뷰에서 ‘양심선언을 요구한 주체’에 대해 “국민의힘 쪽은 아니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이 지난 7일 헌재에 헌법학자들의 의견을 모아 의견서를 냈는데, 여기에서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은 오염됐고, 일관되지 않는다. 헌재가 이런 다툼의 여지가 있는 증거(곽 전 사령관의 진술)를 채택해선 안 된다”고 했다.
고법 부장 출신 한 변호사도 “변론 종결 이후 뒤늦게 곽 전 사령관의 육성이 공개돼 여러 숨은 곡절을 국민이 알게 됐다”며 “(곽 전 사령관 증언은) 이른바 ‘내란죄’ 프레임의 단초를 연 것이기 때문에 헌재가 변론 재개 후 한두 기일 집중 심리를 해서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헌재가 변론 재개는 하지 않고 선고 시점만 늦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교수는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로 여론 대립이 격화되고 있어서 헌재 입장에선 곧바로 선고하기보다는 뜸을 들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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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래 기자
박혜연 기자 사회부
사회부 법조팀에서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