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약 두 시간 탁구 자동 연습기로 자세 교정과
공을 따라 발을 빠르게 움직여 위치를 이동하는 훈련만 했다.
기온이 섭씨 33도를 넘나들 정도로 불볕더위가 성질을 부리는
날이다. 이렇게 무더운 날에는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이 오히려
시원하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던 터이다.
김밥으로 아내와 저녁 식사를 대신하고 텔레비전에서 '불후의
명곡'을 방영하는데 가수들의 음색, 가창력, 편곡을 수반한 가슴
벅찬 공연에 돌연 짠함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체험을 했다. 살아오는
동안 무수히 많은 노래를 들어봤지만 이렇게 눈물이 그렁그렁할
정도로 감동적인 광경은 처음이었다. 'K- POP'이 북미. 남미. 동유럽.
서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게 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에 뿌듯한 자부심이 용솟음친다. "보라, 내가
한국인이다!" 하고 부르짖고 싶은 심정이었다. 일요일 새벽 네 시가 조금
지나서 일어났다. 이날은 내가 사는 아파트 친구, 선후배들의 모임에서
경북 의성군 비안면에 재첩을 잡으러 가자고 약속한 날이다. 수질이
깨끗해서 따로 해감을 하지 않고 조리를 해도 괜찮다고 하는데 기온이
34도나 된다고 해서 챙이 넓은 모자, 반바지와 반소매 등산복 상의를
준비하고, 아내, 딸, 아들이 아침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찌개라도
끓여 놓을 요량으로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먹고 싶은 것
알아서 해 먹겠지라는 생각에서다. 냄비에 물을 담아 조리기에 얹고
불을 붙였다. 라면 1/4개, 왕만두 2개를 넣고 끓이다가 물을 버리고
다시 자작하게 물을 받아 얹고 달걀 한 개를 넣고, 참기름, 김치, 밥을
넣어 볶다가 마지막으로 고추장을 넣고 비벼서 마무리. 든든한 아침을
먹고 색깔이 진한 햇빛 가리개 안경을 쓰고 내려왔다. 모임 장소는 아파트
서문 입구이다. 이미 후배들이 나와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자동차 두 대에
나눠 타고 출발했다. 대구에서 목적지인 의성 비안까지 가는 노정에는
이렇다 할 만한 볼거리가 없다. 약 한 시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침인데도 시냇물 복판에는 어린 아이들이 형형색색의 물놀이용 고무
풍선을 타며 놀고 있었다. 삼겹살을 굽고, 라면을 끓여 점심 겸 반주를
마시고 노곤한 참에 바닥이 고르고 판판한 곳을 골라 누웠더니 잠이 들었다.
새벽 일찍 일어난 데다 술을 마셨더니 피곤했던가 보다. 얼마나 그렇게
잤을까? 후배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조개와 재첩을 많이도 잡았다.
나는 낚시도 싫어하고 물이 있는 곳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중학교 때
저수지에 따라갔다가 일사병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구토를 하고 머리에
열이 펄펄 끓는 물같이 올라 병원에 실려 갔고, 그 후로는 낚시나 물이 있는
곳에 가기는 해도 직접 체험하거나 참여하지 않는다. 해거름 무렵에 그곳을
출발하여 대구로 왔다. 뒤풀이로 생맥주를 마시고 헤어질 때 재첩을 골고루
나누어 아내가 포도를 먹고 싶어 했던 기억에 마트에서 포도를 사 가지고 집으로
올라왔다. 목욕을 하고 바로 잠이 들어 일어나 보니 새벽 세 시 삼십 분이다.
여섯 시가 되어 딸이 컵라면이 먹고 싶다기에 물을 끓여 함께 먹고 딸의 출근길
배웅을 해 주었다.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다. 새 마음, 새 정신으로 시작을
상큼하게 할 일이다.
첫댓글 이열 치열 이라고
등산 수영.. 라면 끓여서 한잔 볼거리 읽을거리 다양해서 좋습니다
운동하면 몸도 개운하고.. 건강에도 좋구..
정겹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운동은 필수가 아닌 필연이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굿시님하세요
님의 살아가시는 모습에 정감을 느낍니다
바쁘게 사시니 참 좋아보입니다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길요
감사합니다. 무더위에 건강 유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