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 고안나
괜찮다 괜찮을 거다
속고 속이며 삽니다
내가 나를 속이고 사는 동안
주름살만 늡니다
세월은 그저 태연하기만 한데
나만 속는다고 동동거리며 바쁩니다
내 말에 내가 속아
스스로 위안 받습니다
잘될 거다
잘될 것이다 속이다 못해
이젠 최면을 걸면서
정말 괜찮은 듯
정말 잘된 것처럼
잘도 속아 삽니다
달리 방법 없을 때에는
아주 나쁜 일도 아닌 듯싶습니다
오늘도 속고
내일도 속다 보면
정말 그런 날 오겠지요
체면치레라도 할라치면
정말 괜찮은 날 오겠지요
이 말에 또 속더라도
이것이 인생이려니 하는 믿음입니다
ㅡ웹진 《시산맥》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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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연락이 된 지인이 안부를 물어오면 '잘 지냈다'고 얘기합니다
친인척의 안부도 '다 무고하다'고 에둘러 전해줍니다
여전히 글을 쓰느냐고 물어오니 그럭저럭 글밭에서 머뭇거린다고 전해 줍니다
모두 거짓말입니다
매일 한 줌의 약을 털어넣으며 하루에 천 보 걷기도 힘이 듭니다
아흔 다섯 장모님 귀는 점점 어두워지고, 손녀들 잔병치레도 끝을 모릅니다
문학의 숲길을 헤매고 다니기는 하는데 창작 앞에서 숨이 가쁩니다
그렇다고 시시콜콜 털어놓기가 뭣 해서 괜찮다고 거짓말을 늘어놓습니다
막상 참말을 하더라도 구원의 밧줄이 뻗어오지 않을 것이니
그저 체면치레로 거짓말을 일삼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