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고종(高宗) 때 간행된 민간활용구급방(民間活用救急方).
3권 1책. 현존하는 한국 최고(最古)의 의서이다. 원간본(原刊本)은 본래 강화도의 대장도감(大藏都監)에서 간행되었으나 현재 전해지는 것은 일본 궁내정에 소장된 중간본으로 1417년(태종 17) 최자하(崔自河)가 경상도 의흥(義興)에서 편사(編寫)한 것이다. 주요내용은 〈천금요방 千金要方〉·〈외대비요 外臺備要〉·〈성제총록 聖濟總錄〉·〈태평성혜방 太平聖惠方〉 등에서 나오는 통치방 중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로만 구성된 처방을 발췌해놓은 것이며, 우리 고유의 처방이나 독창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은 없다. 향약구급방은 본래 생활고에 찌들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반 대중들이 의사의 손을 빌리지 않고 손쉽게 처치·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편찬되었으며, 국내 최초의 의서라는 점에서도 의사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책이다. 또한 약초명 아래에 한자로 쓴 속명(屬名)은 그 시대의 고전 연구와 향찰의 표기법과 13~15세기 국어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현재 이 책은 〈한국의학대계 韓國醫學大系〉 속에 영인되어 있어 쉽게 구해볼 수 있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 조선초
1433년(세종 15)에 노중례(盧重禮)·유효통(朴允德) 등에 의해 완성된 종합적인 향약의서.
85권 30책. 고려 중엽 이후 정치·경제 사정이 어려워져 일반 백성들은 값비싼 중국 약재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향약구급방 鄕藥救急方〉·〈향약고방 鄕藥古方〉·〈삼화자향약방 三和子鄕藥方〉·〈동인경험방 東人經驗方〉·〈향약혜민경험방 鄕藥惠民經驗方〉 등의 향약방서(鄕藥方書)들을 간행·보급하여 주위에서 쉽게 풍부하고 값싼 약재들을 활용하도록 했고, 조선 초기에도 이러한 정책이 지속되었다. 실제로 태조는 의료기관인 제생원(濟生院)을 두어 일반인들을 치료하는 한편 〈향약제생집성방 鄕藥濟生集成方〉을 편찬했다. 세종은 이러한 향약장려정책을 계승하여 1431년 책의 편찬을 집현전 학지들에게 명하였다. 이 책에는 당대의 과학적인 학문풍토에 힘입어 〈향약제생집성방〉을 기본으로 959종의 병증과 17만 706종의 방문(方文), 1,416조(條)의 침구법, 향약본초, 표제법과 간행 당시의 임상경험 및 모든 향약 등에 대한 설명이 있다. 인용된 의서는 주로 〈태평성혜방 太平聖惠方〉·〈자생경 資生經〉·〈천금방 千金方〉·〈일화자 日和子〉 등이고 〈향약구급방〉과 달리 병의 원인을 설명하고 처방을 달아서 이론적인 연구의 흔적을 남긴 귀중한 책이다. 판본은 1942년 한성도서에서 간행한 활자본과 〈한국의학대계 韓國醫學大系〉 속에 영인되어 있고 북한 과학백과사전 출판사에서 1984년 번역한 것이 유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