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살비(Nicola Salvi·1697~1751)와 주세페 파니니(Giuseppe Pannini·1718-1805),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1732~62년, 트래버틴, 대리석, 석고 등, 높이 26m, 로마 소재.
로마의 트레비 분수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분수일 것이다. 지난 2023년 한 해에 이곳을 찾은 이들이 로마에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며 던진 동전만 23억원어치라고 한다.
폴리(Poli) 궁전과 연결된 높이 26m의 웅장한 개선문 아래는 모든 강을 낳은 대양의 신 오케아누스(Okeanosi)가 반은 말, 반은 물고기인 히포캄푸스(Hippokampos) 두 마리가 이끄는 전차 위에 서서 솟구치는 물살을 다스린다. 그가 지키고 있는 한, 로마에는 맑은 물이 끊이지 않고 그만큼의 풍요와 평화가 차오르니, 한 번쯤 다시 오게 해달라는 소소한 바람은 쉽게 들어줄 것 같다.
대대적인 분수 재건축은 1730년 로마 교황 클레멘스 12세(Clemens XII) 주도 아래 로마 건축가 니콜라 살비(Nicola Salvi·1697~1751)가 맡았다. 살비는 물과 자연석, 건물과 조상(彫像)이 어우러져 마치 오케아노스가 실제로 물에 올라타 땅을 박차고 나온 것 같은 극적인 장면을 구상했지만 완성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다. 그 뒤를 이은 게 주세페 파니니(Giuseppe Pannini·1718-1805)다.
사실 처음 공모에서는 살비가 아니라 피렌체의 건축가가 당선됐다. 그러나 반드시 로마인이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청원에 따라 살비로 낙찰됐다. 강물이 피렌체(Florence)와 로마(Rome)를 따져가며 흐르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살비의 분수는 오늘도 많은 이들을 로마로 불러 모은다.
트레비 분수는 기원전 19년부터 아니에네강(Aniene R.) 유역의 수원지로부터 20km를 달려 로마 도심에 물을 공급하던 수도교 ‘아쿠아 베르고(Aqua Virgo)’가 끝나는 지점이었다. 수백 년 동안 하루 1억L의 물을 나르던 ‘아쿠아 베르고’는 제국의 멸망과 함께 사용되지 않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복원됐다.
니콜라 살비(Nicola Salvi·1697~1751)와 주세페 파니니(Giuseppe Pannini·1718-1805),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1732~62년, 트래버틴, 대리석, 석고 등, 높이 26m, 로마 소재.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는 고대의 황제 아우구스투스(Augustus, BC 63-AD 14)가 명한 ‘처녀의 샘(Aqua Virgina)’으로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들에게 물을 준 한 처녀의 전설을 분수로 만든 것이다. 분수의 정면 오른쪽 위에 이런 일화를 담은 조각품이 있다.
트레비 분수를 번역하면 숫자 3을 의미하는 뜨레, 길을 의미하는 비아가 합쳐져서 트레비 분수가 되었으며, 이름 그대로 '삼거리 분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고대 로마 시대는 풍부한 수원과 총 14개의 거대한 수도망이 있었고 로마 전역에 물을 공급했지만 서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많은 이민족들이 침입하면서 이 수로망을 파괴했다. 그로 인해 물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물 부족은 15세기 이후에 들어서면서 새로이 로마를 재정비하려던 교황들이 여러 수도교와 분수를 만들면서 해소되었다. 그중에 제일 유명한 것이 바로 이 트레비 분수이다. 트레비 분수의 아름다움은 17~18세기 유럽에서 성행한, 감각적 풍요, 극적 효과, 생동감을 특징으로 하는 바로크 양식(baroque樣式)의 마지막 최고 걸작품이라고도 한다.
이 트레비 분수가 유명하게 된 이유는 영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에서 ‘스페인 계단’이 유명해졌듯이, 영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에서 주인공인 마스트로이안니와 여주인공이 분수에 뛰어드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땅의 남편'이나 '땅의 주인'을 의미하는 포세이돈(Poseidon) 조상(彫像).
트레비 분수의 중앙에 있는 근엄한 모양의 부조물은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Poseidon)’이며, 양쪽에 말을 잡고 있는 두 명의 신은 포세이돈의 아들인 트리톤이다. 트레비 분수 가운데에는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Ōkeanós)가 서있고, 이를 양 옆에서 바다의 신 트리톤(Triton)이 보좌하는 모습이다.
트레비 분수의 항아리.
트레비 분수의 오른쪽 끝 난간에 항아리 하나가 있는데, 이 항아리의 비밀은 바로 이발소와 관련이 있다. 항아리 조각을 기준으로 바로 앞을 보면 상점 하나가 있는데, 이 상점은 17세기 트레비 분수가 한창 만들어지고 있을 때 이발소였다고 한다. 당시 이발소 주인은 트레비 분수가 만들어지고 있을 때 하도 참견을 많이 했다. 그래서 그때 트레비 분수를 만들고 있던 니콜라스 살비가 참견을 그만해달라는 의미로 항아리를 만들었고, 실제로 가게 앞에서 트레비 분수를 보면 분수가 항아리에 완벽히 가려진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트레비 분수의 왼쪽은 격동의 바다를, 오른쪽은 고요한 바다를 상징하며 바다의 두 이면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오케아노스를 포세이돈(Poseidon)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케아노스는 빛을 이용한 더 극적인 효과를 위해 기둥 위에 서있고, 그의 옆에는 풍요의 여신이 항아리에서 물을 흘려보내는 모습, 건강의 신이 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 석상으로 조각되어 있다.
트리톤과 말의 자세는 최대한으로 역동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 당대의 장식적이었던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종종 테베레 강(Fiume Tevere)이 범람해서 이곳까지 물에 잠길 때가 많자 바다의 신을 만들어 이를 막고자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분수 왼쪽에 날뛰는 말은 풍랑을 상징하고, 오른쪽의 말은 고요한 물을 상징한다.
건물 제일 위를 보면 라틴어로 ‘CLEMENS XII PONT MAX(클레멘스 12세 가장 큰 다리)’라고 클레멘스 12세(Clemens XII, 1652-1740)의 이름이 적혀 있고, 아래로는 분수의 명칭인 ‘AQVAM VIRGINEM(아쿠아 비르즈넴)’이 적혀져 있는데, 이게 현재는 아쿠아 비르고라고 불리고 있다. 아쿠아 비르고는 트레비 분수에 물을 공급하는 수로로써, 이 뜻을 직역하면 ‘처녀의 샘분수(Aqvam Virginem)’라고 한다. 과거 수로의 수맥을 찾던 병사들이 더위로 쓰러지자 한 처녀가 나타나 물이 솟는 지점을 가르쳐 주고 사라졌다는 전설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글귀 아래에 수로를 만드는 과정과 물이 샘솟는 지점을 가리키는 장면이 조각되어 있다. 양쪽에 있는 4개의 여인 조각상은 물이 제공하는 4계절의 모습을 담고 있다. 왼쪽부터 풍성한 과일·비옥한 토지·가을의 풍요로움·편리한 정원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동전 속설은 아쿠아 비르고가 완성이 되고 난 후, 한 청년이 독일 쪽으로 전쟁을 하러 가게 되었다. 당시 청년의 연인은 아쿠아 비르고 물의 잔을 담아 그에게 전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전쟁으로부터 안전하게 돌아오도록 기원을 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이후, 로마 사람들은 전쟁을 나갈 때마다 안전하게 로마로 돌아오라는 의미로 군인들에게 물 잔을 건넸다고 한다. 그래서 이 전설로 인해 동전을 한 개 던지면 다시 로마로 돌아오는 것, 두 개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지는 전설이 남게 되었다고 한다.
✵트레비분수에서 동전 던지는 법에 대한 말도 안 되는 특강(?)
1. 반드시 오른손으로 동전을 잡는다.
2. 왼쪽 어깨 너머로 동전을 던진다.
3. 첫 번째 동전은 다시 로마로 돌아오는 것을, 두 번째 동전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세 번째 동전은 그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4. 사진을 찍으려면 반드시 오른쪽 손이 왼쪽 어깨너머에 있을 때 찍어야 멋지게 잘 나온다.
출처 및 참고문헌: 조선일보 2024년 07월 23일(화)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Daum·Naver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