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산조 페르시아에서 손꼽히는 장군 황제를 꼽는다면,
호스로우 1세를 제외한다면 필두는 단연코 샤푸르 2세가 될 것입니다.
샤푸르 2세는 주로 대로마 전선으로만 알려지지만,
이 사람은 궁중에서의 암투도 모두 이겨냈고, 그 페르시아 중장 기병들을 끌고 사막 한복판까지
쳐들어가서 아랍인들을 박살내버리는 대위업도 세운 바 있는 대단히 뛰어난 장군 황제입니다.
어떤 의미에선 페르시아판 한무제!
게다가 사산조의 두통거리가 북동에서 자꾸 쳐들어오는 야만족들인데 얘들도 샤푸르 2세한테는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가끔 쳐발렸죠.
그런데 이 상승세의 사산조 페르시아가 유독 군대를 움직이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대로마 전선에서는
성과가 없는데......
콘스탄티우스 2세 때의 로마 제국이 사산조보다 강하지 않았냐고 하겠지만,
콘스탄티우스 2세는 공동 황제가 분리해서 다스리던 시대의 황제였고 그가 다스리던 동로마 제국은
역대 동로마 제국 중 최약체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동로마 제국 영역에서 일리리쿰은 고사하고,
아카이아와 마케도니아까지 서로마한테 다 떼어준 한심한 상태였죠.
이 상태에서는 인력이나 경제력에서 사산조에 비해 확실히 약세였습니다.
게다가 콘스탄티우스 2세의 장군으로서의 능력은 머...... -_-
샤푸르 2세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죠. 콘스탄티누스의 아들들은 죄다 진두지휘형 야전 장군 형태인데
이 사람만은 비겁한 책상 물림입니다.
하지만 샤푸르 2세는 유리한 물량, 우수한 지휘 능력으로도 콘스탄티우스 2세를 영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
그게, 비겁한 콘스탄티우스 2세가 철저하게 방어적인 전략으로 일관하면서 샤푸르 2세가 바라는 정정당당한 야전을
좀처럼 안해줍니다. -_-
그러니 샤푸르 2세가 서전에선 좀 기세를 올려도 로마의 강력한 방어선 요새들을 함락하려다가 인력은
인력대로 다 잃고 시간은 시간대로 보내다가 동북쪽 야만족 경보가 울리면 할 수 없이 군대를 빼는 형태가 반복됩니다.
샤푸르 2세에겐 참으로 환장할 노릇으로 아나톨리아 동부는 골아픈 산악 지대가 형성되어 있고,
좀 침투하기 편하다고 무슨 자오곡 계책마냥
이집트나 팔레스타인으로 어설프게 빙 돌아 진군하면 아나톨리아 주둔 로마군한테 옆구리를 찔리거나
보급선을 차단당해서 애로사항이 꽃피게 됩니다.
해서 적어도 콘스탄티우스 2세가 살아있었을 때는 샤푸르 2세가 로마 영토를 넘보질 못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콘스탄티우스 2세에게는 사마의와 비슷한 점이 하나 더 있었죠.
당대 로마 제국 최고의 조직력과 행정 수완 그리고 권모술수의 달인이었는데 특히 권모술수나 속임수란
영역에선 콘스탄티우스 2세가 콘스탄티누스 대제보다도 훨씬 뛰어났었습니다.
.....
다만 제갈량 VS 사마의 상황과 다른 점은
1. 물량이란 측면에선 제갈량이 압도적으로 열세였지만 이 경우는 샤푸르 2세가 오히려 약간 유리했던데다
2. 사마의 격인 콘스탄티우스 2세가 먼저 병사했고
3. 보급의 기초적인 면에서 실수를 저지른 마속은 제갈량 팩션이었지만,
역시 보급 면에서 큰 실수를 저지른 율리아누스는 콘스탄티우스쪽 팩션이었다는 거.
또 다른 고려할 점.
*. 율리아누스야 샤푸르 2세를 계속 몰아붙였다지만, 율리아누스는 동서 로마 제국 통합 황제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사산조 페르시아는 파르티아와 마찬가지로, 로마 제국이 통합된 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일격을 가하면 그걸 버텨냈을 때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재미있는 가정이지만, 율리아누스보다 군재가 뛰어났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만약 계획대로 사산조 페르시아로 진군했다면,
그 당시에는 아직 경험을 제대로 쌓지못한 샤푸르 2세가 버텨냈을진 미지수입니다. 제 생각으론 콘스탄티누스가 조금만
더 오래 살았다면 사산조와의 쟁패 구도가 상당 부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결론: 같은 말은 로마도 할 수 있으나, 어쨌든
사산조 페르시아가 역대 최고의 장군 황제를 맞이했을 때 제대로 성과를 못낸 건 좀 아쉽습니다.
이후에 샤푸르 2세를 능가하는 황제가 결국 나오지만, 하필이면 당시의 로마에는 벨리사리우스와
유스티니아누스가 있었죠.
계속 하늘에서 밸런스 패치해준 모양입니다.
첫댓글 서양판 치트팩션 동로마
샤푸르 1세도 그못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호스로우 2세도 참 불쌍하죠. 초반에 잘나가다 망테크찍고 멸망의 단초제공
오히려 이슬람 제국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로마는 그때와는 달리 제대로 된 방어선도 만들어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멍청한 호스로우 2세가 점령지 관리를 초개판으로 하는 바람에 다 망가졌죠.
관대하지 못할망정 학살어그로가 참 크고 사위한테 쿠사리주고 아들에게 끔살이란ㅡㅡ
더 신기한건 비잔틴 사산조 서돌궐이 시간차가 있지만 비슷한시기에 무너지네요. 서돌궐의 타르두경우 서방에선 큰재미보다가 수나라에서 ㅈ망타는ㅜㅜ
샤푸르 2세가 참 대단한 인물인 게, 위에 형들이 줄줄이 귀족들한테 나가리돼서 엄마 뱃속에서 제위에 오른 양반인데 결국 귀족들 물먹이고 제국을 전성기로 이끌었죠.
그러나 말년이ㅜㅜ
그러나 그보다 훨씬 찌질한 콘스탄티우스 2세에게 대망이 저지당한 게 불운. 콘스탄티우스 2세 때문에 곤궁해진 영웅이기도 하죠.
마법의활//그러나 배교자 아저씨 요단강 건너게 한거에 만족ㅡㅡ;;
재밌게 읽었습니다~!
율리아누스를 서술한 책에서 콘스탄티우스 2세가 영 찌질하게만 나오던데, 의외로 모략과 방어전이 뛰어났네요. 반면 율리아누스는 알렉산더 흉내 내다가 요단강을 건너 버렸고.
내치에서는 오히려 콘스탄티누스보다도 나았던 황제입니다. 뛰어난 행정가이자 조직가였고, 디오클레티아누스 때부터의 군제 개혁이 거진 완성된 것도 콘스탄티우스 2세의 업적이죠. 다만, 확실히 모략이 지나치게 뛰어난 나머지 애꿎은 사람들도 의심해서 죽이는 행태가 있었던 건 확실합니다.
로마 제국 황제들 중 가장 선조와 인조에 가까운 황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