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있어 이른 새벽, 출근을 서두르는데 하현(下弦) 달빛이 아직 앞집
감나무에 걸려 있었다.
겨울의 밤은 '초승달' 하나만으로도 풍기는 운치가 대저 으뜸이지 않을 수 없다.
달의 벗!
으시시한 추위가 여태 남아 있지만 금세 환경에 적응한 듯 알바를 준비하는
딸래미 옷차림이 초봄마냥 가벼웁다.
청춘(靑春)이니 두려울 것이 있을까마는 저러다 감기 걸리지..,
잔소리는 하마 바람을 타고~
새해들어 막내 여직원이 첫 생일을 맞이하였다.
선배들이 준비한 케익과 작은 선물 안에서 옹기종기 따뜻함을 주고 받는
사무소 분위기가 어쩜 사업추진의 의욕보다 값지니 화요일 시작이 아름답다.
차가운 날씨인데도 아침 일찍 사무실을 찾은 어르신에게 매화 새겨진
졸품(拙品) 족자를 건네었다.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한문체를 부탁하였지만 근래 캘리그라피의
다양다박한 아름다움에 빠져있는 터라 제멋대로 붓을 놀리고 말았다.
받아든 어른도 다행히 괜찮다 웃음을 주시니 격려인듯 싶지만
적지 않은 시간 무거운 고민에 둘러싸인 어른이시다.
마음에 지닌 짐들을 훌훌 털어버리는 날에 한문체와 캘리가 어우러진 밝은
표구를 다시 올려드리마 약속을 다짐하였다.
신정 '설' 지낸지 얼마지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구정 '설' 떡국떡을 준비하는
부녀회원들의 손놀림이 바빠지셨다.
맛 좋기로 이미 정평이 나 계시니 예약 주문량만 따져보아도 벌써 스무가마
이상을 계산해야하니 분들의 고생이 다시 시작될 수 밖에-
2017 정유년 한해, 새로운 봉사활동이 시작된 셈이다.
영업점을 찾는 주요 고객에게도 설 명절 안부삼아 손편지를 준비한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한결같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니-
글씨 하나, 매화 한송이에 정성을 다하고..,
설 명절 호기(好機)를 놓칠세라 농산품 홍보와 판매를 겸하여 산지 지인들이
상경하였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발효 이후, 여러 부문에서
매출감소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한우를 고집하는 '한우전문식당' 두레우가도 마찬가지지만 축산과 화훼,
과수 그 밖의 버섯.., 등 특수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과 일선 판매장의
힘겨움이 당장 목전에 밀려있으니 사과 주산지로 유명한 지인들인들 마음이
편할까?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직거래장터 참여를 위하여 안간힘을 쏟는 그들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발품을 돕는다.
두레우가 정찬으로도 모자랄 시장끼이지만 재래시장에서 유명한 단골팥죽집을
찾았다.
식사 전 덤으로 얹는 보리밥마저도 오늘따라 이토록 아우성이니 팥죽집 주인장,
지인들의 타는 마음을 이미 알아채신 듯 돈 주고 먹는 팥죽은 아니내오고
보리밥을 양푼째 내미는데 시키지도 않은 탁배기가 한주전자 가득이다.
당분간의 금주령을 또다시 깨야 하나보다?
한잔, 두잔-
시국을 읽는 안타까움이 안주마냥 더해지지만 어찌하랴..,
스스로에게 주어진 짐이고 과제일진데 노력과 열정만이 해답이려니 새로운
탁배기병이 아쉽지만 내일의 스케줄들을 위하여 일찌감치 숙소를 안내한다.
퇴근!
오늘따라 유난히 어깨가 무겁다.
발걸음조차 떼기 힘드니 한잔의 탁배기지만 천근 쇠뭉치가 얹혀졌었나 보다.
눕고 뒤집고를 반복하지만 그리하여도 습관처럼 다시 일어서야하니 지향하는
그 무엇인가가 오뚜기이다.
알바 마치고 귀가한 종달새 두마리 - 아들과 딸래미!
이제 막 사회를 체험하는 연습생들이지만 녀석들에게도 '오뚜기'는
가장 신뢰하고 신뢰받는 벗 중의 '벗' 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