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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대화 하나 보냅니다.
어머니로부터 기성의 종교를 강요 당하고 있다는 말이지만,
결국은 개인 각자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수업을 최소한도로 이해한다고 해도, 이런 정도의 대화는 오고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대화 좀 하자는 사람도 거의 없네요.
지금 상당히 진지하다고 해도, 나중에는 '두려움'에 굴복하게 되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그래서.. 참 아득한 일입니다.
더구나 수강생들이 전혀 진지하지 않으니..
아무쪼록 케이 책 열심히 읽으시기 바랍니다.
2007. 5. 15.
벅샘 김기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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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4등나무
종교를 강요 당하고 있습니다. 어찌 해야 할까요? : 등나무 -- 2007. 5. 14.
등나무 ▷ 교수님
등나무 ▷ 메일 받으셨나요?
벅수 ▶ ...
벅수 ▶ 그래요.
등나무 ▷ 저 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요
벅수 ▶ ㅎ
벅수 ▶ 얘기해 보세요.
등나무 ▷ 엄마가 OOO교 신자세요
등나무 ▷ 그런데 정말로 OOO에 다니기 시작하신 건
등나무 ▷ 제가 고3때부터였어요
등나무 ▷ 물론 직접적인 이유야 제 수험 때문이었습니다.
등나무 ▷ 제 생각에 엄마의 신자로서의 믿음은
등나무 ▷ 그리 깊지가 않습니다
벅수 ▶ ..
등나무 ▷ 아무튼 재수해서 수능을 보고 저도
등나무 ▷ 너무 절박하고 정말로 힘들어서
등나무 ▷ 저도 그때이후부터 OOO에 나가 기도를 하기 시작했어요
등나무 ▷ 그땐 이것저것 따질 기력도 없이
등나무 ▷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등나무 ▷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OOO을 나갔어요
벅수 ▶ 대부분 다 그렇지요
등나무 ▷ 네 약 한달 전까지만 해도
등나무 ▷ 저는 다니기는 하지만 그다지 믿음은 깊지 않습니다
등나무 ▷ OOO을 나간 것 자체가 얼마 안 되니까요
등나무 ▷ 그런데 교수님 수업을 듣고.. 물론 전에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닌데
등나무 ▷ 제가 일상에서 겪는 수없는 심리적 고통과 문제들을
등나무 ▷ 절대로 종교의 영적 권위가 그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도달했습니다
벅수 ▶ ...
등나무 ▷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등나무 ▷ 제가 OOO에 나갈 이유도 찾기 힘들어지더라구요
등나무 ▷ 그런데 어머니는..... 참 설명하기 힘든데
등나무 ▷ 저와 같이 힘든 시기를 보내서 그런지
등나무 ▷ 지나치게 종교에 의존적입니다
등나무 ▷ 얼마 전에 저한테 화를 내시면서
등나무 ▷ 그렇게 하려면 OOO에 다니지 말라고 하시길래
등나무 ▷ 또 저한테 니가 XXX의 OOO이 없었으면 그나마 OO대라도 못 들어왔을 거라고
등나무 ▷ 그 분이 널 얼마나 지켜보시는지 아냐고
벅수 ▶ ...
등나무 ▷ 또 OO님과 좀 친분이 있는데
등나무 ▷ 그분께는 어떻게 사죄할 거나고
등나무 ▷ 막 화를 내시더라구요
등나무 ▷ 당신 자신을 변화시키신 OO님인데
등나무 ▷ 너 따위가 어떻게 그걸 배신하냐고
등나무 ▷ OOOOO까지 받았으면서 넌 정말 무섭고 배은망덕하다고 막 그러더라구요
등나무 ▷ 전 순간 할 말을 잊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등나무 ▷ 제가 그동안 책과 수업에서 느낀 것 그리고 제 자신의 생각을
등나무 ▷ 아주 조금 말씀드렸습니다
벅수 ▶ ...
등나무 ▷ 그랬더니 넌 정말 정신세계가 이상한 아이고
등나무 ▷ 무서워서 너랑은 같이 못 살겠다면서
등나무 ▷ 순간 집을 나가버리라고까지...;;
벅수 ▶ ...
등나무 ▷ 죄송합니다 교수님 심지어
등나무 ▷ OO님보다 그런 책이나 강의나 교수님 말씀이 중요하겠냐고
등나무 ▷ 막 뭐라하더라구요
등나무 ▷ 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등나무 ▷ 전 제가 그동안 수업을 들은 것과
벅수 ▶ ...
등나무 ▷ 제 얄팍한 신앙 그리고 엄마의 신심과는
등나무 ▷ 별개라고 생각했고 단순히
등나무 ▷ 제가 느낀 것과 생각한 것이 케이의 가르침에 따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등나무 ▷ 그런데 막상 일상에서 이런 일에 부딪히니
등나무 ▷ 도저히 어찌해야 할지 해답이 안 나옵니다
벅수 ▶ 케이의 말씀에 따르는 것이 아니지요! [그리고 사회로부터의 그런 압력들 때문에 나는 이제 이 강의도 못 하게 되는 거에요.]
등나무 ▷ 정말 너무 혼란스러워요
벅수 ▶ 자신의 올바른 생각으로 살아야지, 케이의 말을 따르는 게 아니라니까요.
등나무 ▷ 네.....
벅수 ▶ 그러면 그 또한 하나의 권위에 굴복하는 건데요?
등나무 ▷ 네 방금 급하게 치다보니
벅수 ▶ 케이에게는 전혀 권위가 없지요?
등나무 ▷ 생각이 잘 정리가 안 된 거 같습니다
등나무 ▷ 네
벅수 ▶ 여기 대화들 게시해 놓은 것들.. 거의 안 읽어봤네요.
벅수 ▶ 그지요?
벅수 ▶ OOO이라.. 얼굴 기억도 안 나는데..
벅수 ▶ ...
등나무 ▷ 오늘 가입해서 두세 개 읽어봤어요
벅수 ▶ ㅎ
벅수 ▶ 여태 가입도 안 했다고요?
등나무 ▷ 네.... 3월에 들어왔었는데
등나무 ▷ 그때 당시에 케이책을 안 읽어서
벅수 ▶ 수강생들에게는 의무적으로 가입하라고..
등나무 ▷ 질문에 대답을 못 하고;;
벅수 ▶ ㅎ
벅수 ▶ 어쨌거나 뭐가 정말 옳은 건지 스스로 알아내야지요.
벅수 ▶ 대부분의 인간들이 거의 다 기성의 권위에 굴복하고 살지만..
등나무 ▷ ............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말해도
등나무 ▷ 다른 사람이 종교에 너무 깊이 조건화되어 있어서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등나무 ▷ 계속 갈등이 생기는 거 같아요
벅수 ▶ 기성의 종교.. 그것들은 삶의 고통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살짝 덮어버리는 역할밖에 못 한다는 건 맞아요?
등나무 ▷ 네
벅수 ▶ 그래서 '홀로서기'를 말씀하신 거 아닐까요?
등나무 ▷ 네 어떤 권위에도 의지하지 않고
등나무 ▷ 온전한 개인으로서 서는 삶이요
벅수 ▶ 그렇지요.
벅수 ▶ 온전한 개인!
등나무 ▷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벅수 ▶ 정말 그렇게 살지 않으면, 삶은 그저 남 따라 장에나 댕기다가 끝난다는 것은 또 보이나요?
벅수 ▶ [아, 질문부터 먼저 해보세요.]
벅수 ▶ ...
등나무 ▷ 산을 넘어야할 장애물로 인식할 때부터 문제가 생긴다는 건
등나무 ▷ 이해가 가는데요
등나무 ▷ 그럼 그걸 장애물로 인식하지 않고 그냥 존재한다고 통찰한다는 것은
벅수 ▶ 그걸 문제 못 삼으면, 산은 못 넘는 거지요.
벅수 ▶ 정말 문제로 삼아야 할 것까지 문제로 삼지 못 하면, 그냥 이렇게 살다가 가는 거 아닌가요?
등나무 ▷ 앗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벅수 ▶ 지금 그 산의 존재가 뭐에요?
등나무 ▷ 저는 그냥 살면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요
벅수 ▶ 그 산이 단순한 예전의 고통스런 기억일 뿐이라면 그건 문제 삼지 말아야지요.
벅수 ▶ 그런데 그게 반드시 넘지 않으면, 자기 인생은 없어진다는 그런 거대한 문제라면 확실하게 해결해야지요.
등나무 ▷ 예를 들면 진로 같은 건가요?
등나무 ▷ 어떤 건지 감이 잘 안 오는데요
벅수 ▶ 대부분의 인간들은 정말로 문제 삼아야 할 것들은 문제로 삼지도 못 하고.. 일상의, 전혀 문제 같지도 않은 것들에 얽매여 살다가 죽는 거 아닐까요?
등나무 ▷ 네
등나무 ▷ 강의를 듣다보면
벅수 ▶ 지금 OO이는 무엇이 정말 옳은 것인가 하는 것은 스스로 알아내지 못 한 겁니다.
벅수 ▶ 그래서 행동이 안 나오는 거지요.
등나무 ▷ 네 헷갈리고 있는 것 같아요
등나무 ▷ 제가 정말 신의 은혜를 입은 존재인가 싶기도 하고
벅수 ▶ 그거 분명히 하지 못 하면, 평생 헷갈리겠지요.
등나무 ▷ 근데 종교의 권위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고...;;
벅수 ▶ 그게 분명한데도, 우리들 대부분이.. 당장의 마찰, 그게 싫어서 그냥 대충 기성의 종교에 몸담고 살다가 가는 겁니다.
등나무 ▷ 네 저도 당장의 마찰이 두려워서
등나무 ▷ 그냥 이걸 숨기고 OOO에 대충 다닐까 생각을
등나무 ▷ 안 한 건 아니에요
등나무 ▷ 근데 그건 아니다 싶어서요
벅수 ▶ 그러면 그게 바로 남 따라 장에나 댕기다가 인생 끝나는 길로 들어선다는 거니까..
벅수 ▶ ...
벅수 ▶ 이 세상 그 어떤 기성의 종교도 인간의 고통을 해결해 주는 종교는 없지 않나요?
벅수 ▶ ...
등나무 ▷ 네 그건 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알아요
등나무 ▷ 교수님 그러면
벅수 ▶ 그게 분명하다면 뭔가 길을 찾겠지요.
등나무 ▷ 제 자신이 확실해지면 이 마찰이 해결이 될까요?
등나무 ▷ 당장 부모와 사이가 이렇게 되니까
등나무 ▷ 너무 마음이 불편해요
벅수 ▶ 그때는 그런 부모님까지도 사랑하게 되겠지요.
등나무 ▷ 제가 무슨 죄를 짓는 것 같고...
벅수 ▶ 그런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벅수 ▶ 바로 그게 나에게 씌워진 올가미 아닐까요?
벅수 ▶ 그런 식으로 조건화되어 있는 거지요.
벅수 ▶ ...
등나무 ▷ 네 OOOO 다닌지 2년도 안 되는 저희 어머니가 이런데
등나무 ▷ 다른 종교인들은 어떻겠어요..
벅수 ▶ ...
벅수 ▶ 다닌 기간은 문제가 안 될 거에요.
벅수 ▶ 그게 아니라, 내면의 고통의 깊이가, 뭔가 바라는 마음이, 자신의 욕망이 얼마나 뿌리 깊은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되겠지요.
벅수 ▶ ...
벅수 ▶ 다들 그토록 엄청난 고통 속에서 살다가 가는 거니까요.
벅수 ▶ ...
벅수 ▶ 그게 지금 인간의 운명 아닙니까?
벅수 ▶ ...
등나무 ▷ 네.....
벅수 ▶ 그러나 숙명은 아니지요.
벅수 ▶ ...
등나무 ▷ 갑자기 여쭤보고 싶은 게 생각났어요
벅수 ▶ 그게 숙명이라면 나는 평생, 기성의 종교에 파묻혀서 살다가 가야지요, 뭐.[질문은 뭐예요?]
벅수 ▶ ...
등나무 ▷ 소위 목표라는 것에 대해서인데요
등나무 ▷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등나무 ▷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목표를 설정하고 쉼 없이 달려가라고 하는데요
등나무 ▷ 강의에서의 열정과는 완전히 상반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벅수 ▶ 그렇지요. 목표라는 게 있다면, 그게 바로 뭐에요?
등나무 ▷ 제 목표요?
벅수 ▶ 목표라는 것이 바로, 지금의 내가 아닌 그 무엇으로 되어가야 하는, 저 멀리 있는 어떤 거지요.
벅수 ▶ 그런 식의 목표가 아니라면, 지금 하고픈 일을 당장 하고 있을 겁니다. 뭔가 그런 열정이 있나요?
등나무 ▷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등나무 ▷ 취미와도 혼동되고...
벅수 ▶ 지금 부모님과의 단순한 마찰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열정, 그걸 찾지 못 하면, 인생 순간순간 맨 이렇게 마찰이나 일으키면서 살 거 아니겠어요?
등나무 ▷ 그런데 열정이라는 게
등나무 ▷ 자기 소질이나 기질 혹은 뭐 좋아하는 일 그런 걸 의미하는 게 맞나요?
벅수 ▶ 그건 맞겠지요.
벅수 ▶ 그러나 인간들 대부분은 자신의 열정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른다는 게 문제지요?
등나무 ▷ 네 그렇겠지요
벅수 ▶ 그걸 발견해야지요.
등나무 ▷ 사실 지금까지 수능 공부 외에 해본 일도 없고 하니까요.
등나무 ▷ 네
벅수 ▶ 스스로의 인생 아닙니까?
등나무 ▷ 네...
벅수 ▶ 이 사회에서 제시하는 가치를 다 구현해 봐야, 그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건 이해해요?
등나무 ▷ 네 저는 이해하는데
등나무 ▷ 남들이 너무 집착하니까 제가 그걸 원하지 않으면
등나무 ▷ 약간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거 같아요
벅수 ▶ 그건 결국 내 인생은 없다는 뜻 아닙니까?
등나무 ▷ 네... 그렇지만.....
등나무 ▷ 왜 이렇게 남의 시선이 두려운 걸까요...
벅수 ▶ ㅎ
벅수 ▶ 그렇지요, 그게 두려움이지요.
등나무 ▷ 결국 그들은 저와 아무 상관이 없는데....
벅수 ▶ 남들 다들 두려움과 슬픔으로
벅수 ▶ 고통과 쾌락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다가 가는데..
벅수 ▶ ‘나는 그런 두려움 속에서 못 살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지요.
벅수 ▶ ...
등나무 ▷ 참 어렵네요..... 제가 그걸 왜 두려워하는지 저도 이해를 못 하겠어요
등나무 ▷ 마음 깊은 곳에선 그렇게 살기를 바라면서
등나무 ▷ 대체 뭐가 두려운 건지...
벅수 ▶ 결국 두려움 속에서 살다가 죽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벅수 ▶ 그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벅수 ▶ ...
벅수 ▶ 누가 뭐래도, 저는 그렇게 살지 않을 겁니다.
벅수 ▶ ...
등나무 ▷ 네 그게 늘 생각하던 거에요
등나무 ▷ 항상 학교 다니면서 이렇게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벅수 ▶ 그게 바로 꼭 넘어야만 할 산이네요.
벅수 ▶ 그거 넘지 못 하면, 그냥 이대로 주저앉을 테니까..
벅수 ▶ ...
등나무 ▷ 네......
벅수 ▶ [결코 쉬운 일일 수가 없지요..]
벅수 ▶ 그러니 학생들 거의 다.. 학기만 끝나면 인사도 안 하고 지나치는 거지..
벅수 ▶ ...
등나무 ▷ 일단 열정을 찾는 게 중요한 거 같은데
벅수 ▶ ...
벅수 ▶ 그래도 우선은 취직을 해야지요.
등나무 ▷ 잘 모르겠는 건 책읽기나 특정 전공공부 이런 게
등나무 ▷ 열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등나무 ▷ 네 취직이야 해야겠죠
벅수 ▶ ...
벅수 ▶ 한 예로.. 나는 케이 책을 한 25 년 꾸준히 읽고 있으니까.. 이게 내 열정이 되겠지요?
벅수 ▶ ...
등나무 ▷ 열정이라 하면 뭔가 거대한 거가 떠오르는데
등나무 ▷ 꼭 그럴 필요는 없는 건가요?
벅수 ▶ 세상 모든 게 열정의 대상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정말 열정인가.. 그건 누가 알겠어요?
등나무 ▷ 제가 알겠죠.......
벅수 ▶ 그게 다지요?
등나무 ▷ 네
벅수 ▶ 그래서 홀로서기,입니다.
등나무 ▷ 아... 홀로서기는 정말 너무 어려운 거 같아요.....;;
벅수 ▶ 홀로서지 못 하면, 사랑할 수 없는데요?
벅수 ▶ ...
등나무 ▷ 네...... 연결된 거겠지요
벅수 ▶ 이 세상에
벅수 ▶ 태어나서 단 한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면..
벅수 ▶ 그게 무슨 인생입니까?
등나무 ▷ 그런데 지금까지
등나무 ▷ 아무도 사랑하지 못 한 거 같아요...ㅠㅠ
벅수 ▶ 그리고 단 하나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면, 전체를 사랑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으니까.. 과연 그렇게 되나.. 안 되나.. 이제 내가 알아내야지요.
등나무 ▷ 네.....
벅수 ▶ ...아마 그럴 거에요.
벅수 ▶ 여태껏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구나.. 하는 깨달음, 그거 엄청 중요한 거지요?
등나무 ▷ 네
등나무 ▷ 깨닫기라도 해서 다행이에요...
벅수 ▶ ...
벅수 ▶ 글쎄.. 저 마음이 얼마나 갈까..
벅수 ▶ 다들 주저앉아버리는데..
벅수 ▶ ...
등나무 ▷ ㅋㅋㅋㅋㅋㅋ 근데 사실 알고 있었는데
등나무 ▷ 두려워서 부정한 걸지도.......ㅠ
벅수 ▶ ...
등나무 ▷ 사랑이라는 말은 넘쳐나는데 저는 그걸 못 하고 있다는 건
벅수 ▶ 나는 케이 소개해 줬으니까..
등나무 ▷ 그것도 또 두려움이잖아요
등나무 ▷ 네
벅수 ▶ 이제 스스로 알아서 할 일만 남은 거지요? ㅎ
등나무 ▷ 네 그런데 마음이 무겁네요..
벅수 ▶ ...
벅수 ▶ 지금 넘쳐나고 있다는 '사랑'은 진짜배기 '사랑'이 아니잖아요?
등나무 ▷ 네
벅수 ▶ 그런 사랑에 신경 쓸 거 없어요. 나는 신경 안 써요.
벅수 ▶ ㅎ
벅수 ▶ ...
등나무 ▷ 열정과 홀로서기를 위해서 스스로 해봐야겠어요...^^
벅수 ▶ 지금 우리 주위에는 가짜들로만 맺어져 있다고 봅니다.
벅수 ▶ 진짜배기가 없어요.
등나무 ▷ 네....
벅수 ▶ 그래서 우리 수업에서도 친구가 이렇게도 드물지요.
등나무 ▷ .....^^
벅수 ▶ 나는 어제 맨발 마라톤을 뛰었는데..
벅수 ▶ 본래 그런 거라고 하지만, 그 먼 길을.. 내내 혼자서 뛰었네요.
벅수 ▶ 아무도 없었지요. 사람들은 많았지만 친구는 없었어요.
등나무 ▷ 가끔 사람들 속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벅수 ▶ 그게 바로 그런 거겠지요.
벅수 ▶ 물론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벅수 ▶ ㅎ
벅수 ▶ 뭐ㅠ..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벅수 ▶ ...
등나무 ▷ ㅋㅋㅋㅋ 언젠가는 제가 교수님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벅수 ▶ 거의 모든 인간들이 가짜로 맺어져 살아갑니다.
벅수 ▶ ...
벅수 ▶ 친구라고 말로는 해도, 거기에 진짜배기도 거의 없어요.
등나무 ▷ 네 대학 와서 더 심한 거 같아요;;
벅수 ▶ 나 역시.. 내가 과연 친구를 가질 수 있는 인간인가.. 하고 스스로 물어보기도 하지만..
벅수 ▶ 하여간 없어요.
벅수 ▶ 드물어요.
벅수 ▶ 진짜 드물어요.
벅수 ▶ 이 말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진짜배기 인간이 그렇게도 드물다는 말이겠지요.
벅수 ▶ 물론 나 역시 얼마만큼 진짜배기인가는 잘 모르겠지만..
벅수 ▶ ...
등나무 ▷ 진짜배기랑 진지한 건 비슷한 건가요?
벅수 ▶ 진지하지 않으면 절대로 진짜배기로 못 되겠지요.
벅수 ▶ 지금 우리들 모습은 전부 다 가짜배기니깐.
벅수 ▶ 그게 왜 그런가.. 진지하게 바라봐야지요.
벅수 ▶ ...
벅수 ▶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그런 말은 거의 안 하지요?
벅수 ▶ ...
등나무 ▷ 두려워서 바라보기도 피하잖아요
등나무 ▷ 저부터도 그랬고
벅수 ▶ 올바르지도 않은 가치에 휘둘리는 거지요.
벅수 ▶ 올바르다면 우리를 두렵게 하지 않을 겁니다.
벅수 ▶ 올바르다면 사랑으로 이어지겠지요.
벅수 ▶ ...
등나무 ▷ 그런데 자꾸 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올바름으로 연결되고
등나무 ▷ 그걸 인식하다 그게 또 사냥개가 되고....
벅수 ▶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 중에 과연 올바른 게 뭐가 있을까.. 스스로 물어보세요. 나도 그렇게 하니깐.
등나무 ▷ 네
벅수 ▶ 그거 알아내려면 케이 책이 제일 좋을 거에요.
벅수 ▶ 그것도 원서로..
등나무 ▷ 한글을 읽으니까 오히려
등나무 ▷ 한글이 더 어려운 거 같아요
벅수 ▶ 그렇지요!!!
벅수 ▶ 그 참, 반가운 말씀!!
등나무 ▷ 영어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등나무 ▷ 내일이라도 가서 사야겠네요...
벅수 ▶ 당근!!!
벅수 ▶ 아..
벅수 ▶ 아직 안 읽어 봤군요?
등나무 ▷ 저 한글로만 읽었어요 근데 보니까
등나무 ▷ 영어로 된 게 더 쉬워보여서요..
벅수 ▶ 난 또 이미 읽어보고 하는 말인 줄 알았네..
벅수 ▶ 하여간 나는 나이 27 살에 전공도 바꾸었으니까..
벅수 ▶ 나처럼 젊음 허비하지 마세요.
등나무 ▷ 네....
벅수 ▶ 전공은 뭐에요?
등나무 ▷ 법학입니다
벅수 ▶ ...
벅수 ▶ 법학에 열정이 있나요?
벅수 ▶ ...
등나무 ▷ 네 있어요
벅수 ▶ 그건 반가운 얘기네요.
등나무 ▷ 앗 죄송합니다
등나무 ▷ 아직 열정 단계는 아닌 것 같고
등나무 ▷ 관심은 있습니다... 뭘 잘 몰라서..;;
벅수 ▶ ㅎ
벅수 ▶ 정말 관심이 있다면 열정은 저절로 솟아나겠지요.
벅수 ▶ 그런데 그게 관심이 아니라 욕망이라면 문제가 달라질 거예요.
벅수 ▶ ...
벅수 ▶ 어쨌거나..
등나무 ▷ 네
벅수 ▶ 홀로 설 수 있겠어요?
벅수 ▶ 그거 안 되면, 그저 남 따라 장에나 댕기다가...
벅수 ▶ ...
등나무 ▷ 네...... 그건 정말 싫은데...
벅수 ▶ 정말이지요?
등나무 ▷ 네
등나무 ▷ 지금까지도 그러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벅수 ▶ 그게 정말이라면 뭔가 행동이 나올 겁니다.
등나무 ▷ 네....
벅수 ▶ 이건 단순히 주의 사람들과의 마찰 문제가 아니에요.
벅수 ▶ 내 인생 문제라니까요!
벅수 ▶ ...
등나무 ▷ 교수님도 마찰이 많으셨나요?
벅수 ▶ ㅎ
벅수 ▶ 나는 공대 졸업도 안 하고 바로 딴 거 하려고 했었지요.
벅수 ▶ 그때 부모님의 만류로 공대 겨우 졸업은 했어요. 그 덕분에 대학원으로 가게 된 거지만..
벅수 ▶ 하여간..
벅수 ▶ 우리 부모님은..
벅수 ▶ "니가 하겠다면 뭐든지 해 봐라, 학비 걱정은 말고.."
벅수 ▶ 하셨으니깐..
벅수 ▶ 물론 부모님은 이런 일을 이해 못 하셨지만, 어쨌거나 나는 이 나이 되도록, 내가 하고픈 거 하고 살 수 있는 겁니다.
벅수 ▶ ...
벅수 ▶ ㅎ
등나무 ▷ 역시 부모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거네요...
벅수 ▶ 그리고 평생 그렇게, 내가 하고픈 거 하면서 살 거예요.
벅수 ▶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21살 나이에 부모님 박차고 집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벅수 ▶ ...
등나무 ▷ 네.... 순간 나갈까도 생각했지만... ㅋㅋㅋ
벅수 ▶ 내가 그러라고 하면, 나는 죽어요..
등나무 ▷ ㅋㅋㅋㅋㅋㅋ
벅수 ▶ OO이 어머니한테 바로 맞아 죽는 거지요.
벅수 ▶ ...
벅수 ▶ 그러나 결국은 누구 인생이에요?
등나무 ▷ 저요..
벅수 ▶ 그건 분명하지요?
벅수 ▶ 문제는 거기서 출발하는 겁니다.
벅수 ▶ ...
벅수 ▶ 왜 내가 남들 인생을 살다가 죽어야 합니까?
벅수 ▶ 왜 내가 거름지고 남 따라 장에나 댕겨야 한단 말입니까?
등나무 ▷ 정말 그래요...
벅수 ▶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무슨 짓을 하든지 간에,
벅수 ▶ 다 남들이 시키는 거 아닐까요?
벅수 ▶ 내 안에, 진짜배기 내꺼는 하나도 없는데요?
벅수 ▶ ...
벅수 ▶ 그래서 중고품이라고 하는 거지요.
벅수 ▶ ...
등나무 ▷ 인생이요? ㅋㅋㅋ
벅수 ▶ 생명은 새 걸로 받아 태어났는데, 그 내용물은 전부 다 남들 꺼예요.
등나무 ▷ 네
벅수 ▶ 그러니 진짜배기 내껄 알아내야지요.
벅수 ▶ ...
등나무 ▷ 인생경험과 관계가 있나요?
벅수 ▶ 정말 욕망과 관심을 이해할지..
벅수 ▶ ...
벅수 ▶ 경험...?
벅수 ▶ 무슨 뜻으로 하는 얘기에요?
벅수 ▶ ...
등나무 ▷ 열정을 찾으려면 이것저것 해보고
등나무 ▷ 아 이거다 해야 하는 거 아닌지...
벅수 ▶ 당근!!!!!
벅수 ▶ 많이 해 봐요.
등나무 ▷ ㅋㅋ 네~
벅수 ▶ 그리고 지금까지도 찬찬히 보면,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 거 아닌가...
벅수 ▶ 하는 그런 게 있을 거에요.
벅수 ▶ ...
등나무 ▷ 네 있긴 해요
벅수 ▶ 왜 한번 뿐인 삶인데, 고통과 슬픔과 두려움과 쾌락과 욕망과 갈등으로 살다가 가야 한다는 말이겠어요?
벅수 ▶ 삶이란 즐거운 겁니다.
벅수 ▶ 그게 아니라면, 그건 삶이 아니라 죽음이지요.
벅수 ▶ ...
등나무 ▷ 이상한 질문일지도 모르는데요
벅수 ▶ ...
등나무 ▷ 불치병에 걸린 사람도 즐거울 수 있을까요?
벅수 ▶ ㅎ
등나무 ▷ 꼭 불치병이 아니어도 뭔가 심하게 아픈 사람이라든가..
벅수 ▶ 병에 걸린 사람이 즐거울까요?
등나무 ▷ 안 그럴 거 같아요...
벅수 ▶ 우선은 건강해야지..
벅수 ▶ 그리고 이 세상을 순간순간 즐겁게 살고 있는 사람 너무나 드물다니까요!
등나무 ▷ 교수님 오늘 언제까지 컴퓨터 하실 건가요?
벅수 ▶ ㅎ
벅수 ▶ 기다리라고요?
등나무 ▷ 아뇨
등나무 ▷ 혹시 계실 거면 제가 또 여쭤보려고 하는데
벅수 ▶ ㅎ
벅수 ▶ 질문해 보세요.
등나무 ▷ 제가 지금 집안 일을 좀 해야 돼서요
등나무 ▷ 아직 저녁도 안 먹었고...;;
벅수 ▶ ㅎㅎ
벅수 ▶ 결국 좀 기다려라.. 그 말인데..
등나무 ▷ 헉;; 아니에요
벅수 ▶ 내일, 모레 시간 낼래요?
등나무 ▷ 내일 저녁에 괜찮을 거 같아요
등나무 ▷ 네
벅수 ▶ 몇 시쯤요?
벅수 ▶ 좀 일찍..
등나무 ▷ 8시는 될 거 같은데요....
벅수 ▶ ㅎ
벅수 ▶ 하여간 최대한 빨리 접속해 봐요. 그럼.
등나무 ▷ 네~
벅수 ▶ 못 만나면 다음으로 미루어지는 거지 뭐..
등나무 ▷ ㅋㅋㅋ 오늘 감사합니다
벅수 ▶ 나는 오전, 낮 시간이 좋아요.
벅수 ▶ 알았어요.
등나무 ▷ 다음에 뵐게요~
벅수 ▶ ^^
등나무님께서 방에서 나가셨습니다
마지막 메세지를 보낸 시간 : 2007-5-14 오후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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뺀질이 대화 -- Dialogue
종교를 강요 당하고 있습니다. 어찌 해야 할까요? : 등나무 -- 2007. 5. 14.
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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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1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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