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정겨운 아파트 이름들이 사라지고 있다.
개나리, 진달래, 까치, 목화, 장미, 목련, 청실, 홍실, 상아 등 한민족의 전통적인 정서를 친밀감을 반영한 기존 아파트 이름이 재건축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서 모두 사라지고 영문복합어나 한자어 등 외래어 일색으로 바뀌고 있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경제개발과 함께 서울 강남권 개발이 한창때인 지난 70∼80년대다.
당시 아파트는 브랜드라는 개념이 없었고 아파트 이름을 듣기좋고 읽기 편하게 지었다. 때문에 아파트 이름이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야생화의 이름이나 전통적 색깔 등을 많이 사용했다.
더구나 이름이 중립적인 단어여서 아파트 단지 이름에 그치지 않고 버스 정류장이나 각종 장소를 알려주는 동네 명소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아울러 당시 아파트 이름은 그 시대상황을 반영한 것들도 많았다. 아파트 이름중에 ‘시영’이 들어간 것은 시(市)에서 지은 아파트임을 명시한 것이다. 고덕시영, 가락시영, 잠실시영 등이 그것이다.
또 영동 AID와 같이 AID가 들어가는 아파트 단지는 차관을 얻어 지은 아파트라는 뜻이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지난 70∼80년대에 차관을 들여와 집을 지은 결과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이한석씨(31)는 “강남 아파트 대부분이 재건축을 하거나 진행중이어서 모두 I-PARK나 래미안 등의 이름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이제 버스를 타고 가다 ‘다음 정류장은 개나리 아파트’라는 안내방송이 나올 일은 없을 듯 하다”면서 아쉬워했다.
출처 : 05.06.06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