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모짜르트 ?
일본의 조성진 ?
No !!!
그러나 끝날 때까진 아직 끝난게 아니다 !!!
후지타 마오 리사이틀을 홍보하는 기사에 그를 표현하는 워딩이 "동양의 모짜르트", "일본의 조성진" 등등이었는데 오늘 공연에서 직관한 후지타 마오는 약간 오타쿠 느낌이 나는 일본의 신인 피아니스트 정도였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선곡의 실패같기도 한 것이
오늘 그가 가장 잘 친 곡은 두번째 앵콜곡 베토벤 열정 소나타 3악장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본 공연보다 훨씬 좋았던 앵콜공연이라니.......
무대에 놓인 피아노를 보면 기대감이 상승합니다
저 건반위를 인간의 손이 춤추듯 미끄러지면서 어떤 소리의 향연이 펼쳐질까 하는 그런 기대감이고
예당 콘서트홀에서의 마지막으로 직관한 피아노연주가 또 윤찬림이었다 보니
오늘도 차이코프스키 콩쿨 2위에 빛나는 일본의 청년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의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아주 높아진 상태였습니다
무대 위로 앳된 외모와 뭔가 순수함이 아직 잔뜩 묻어있는 청년이 손에 손수건인지 핫팩인지 알 수 없는 뭔가를 쥐고 호기심많은 어린이같은 표정으로 등장합니다
기대감은 더 높아졌습니다
노련한 연주자가 아닌 듯한 외모의 아티스트에게서 뭔가 신선한 연주가 나올 것 같았어요
피아노에 앉아서 손으로 건반을 한 두번 쓸고나서 연주가 시작됩니다
스크랴빈 전주곡 1번 연주가 시작되고 후지타 마오의 손가락이 물흐르듯 가볍고 유연하게 건반 위을 굴러갑니다
2번 역시 비슷한 느낌인데 여기서부터 좀 뭔가 기대와 다르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다가
5번이 끝나고 생각지 않았던 장면이 연출됩니다
후지타 마오가 연주를 멈추고 6번을 시작하지 않고 있네요 잠시 휴지하나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휴지가 너무 깁니다
가만보니 합창석 쪽으로 늦게 온 관객이 몇몇 입장하고 있었고 휴지가 길어지니 기침을 참았던 관객들은 마치 악장 사이처럼 연달아 기침이 이어져서 그런지 후지타 마오는 멀뚱히 본인 정면 쪽 관객석을 바라보면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이해되기도 했지만 그렇게까지 오래 중단을 할 필요가 있나 하고 좀 불편한 감정이 들긴 시작하면서
7번이 시작되는데 여전히 그의 연주는 똑같습니다
전체적으로 거의 모든 소리가 피아노, 피아니씨오, 피아니씨씨모의 음량으로 일관되어 잘 전달이 안되는 느낌이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유연한 것이라기보다는 구렁이가 담에서 그냥 미끄러지는 듯 디테일이 살아있지 않고 뭉개지는 타건이 대부분이었고 특히 왼손 저음쪽 스케일과 오른손 멜로디 타건이 동시에 진행될 때는 여지없이 오른손 멜로디 쪽 소리가 묻힙니다
포트테 타건에서는 손가락 끝에 송곳이 장착되어 찍어 누르는 듯 머리 속까지 뻥 뚤리는 타건도 넒은 단면으로 철퍼덕 내리치는 타건도 아닌 복잡한 울림의 타건이었습니다
스크랴빈 전주곡은 내내 별 감동을 주지 못하는 연주로 일관되어서 전주곡이 끝나고 스크랴빈 판티지 연주가 시작되었지만 스크랴빈은 후지타 마오의 영역이 아닌 듯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쇼팽의 전주곡이 시작되는데 1번의 아름다운 도입부가 아닙니다
아 망했다 싶은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역시 오른손 멜로디 음량이 작아 밸런스가 안맞으니 기대하는 감동이 일지를 않는 1번이었고
더없이 낭만적인 4번도 어쩌면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들릴까요
15번 빗방울 전주곡은 그곡이 아닌 다른 곡 같았습니다
내리는 비를 보면서 오지않는 상드와 그녀의 아들을 걱정하는 쇼팽의 불안함과 간절함도
아름다운 빗방울의 느낌도 전해지지 않습니다
쇼팽 전주곡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은 박수를 보냅니다 대단한 환호는 없었습니다
사실 앵콜을 별로 듣고 싶지않아서 일찍 나오고 싶었지만 후지타 마오가 바로 다시 나와서 앵콜연주를 합니다
첫번째 앵콜은 몸푸의 퓨렐류드 5번이었는데 본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관객들의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앵콜곡 베토벤 열정 소나타 3악장에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다른 연주자같았습니다 빠른 비트의 양손 스케일에서 후지타 마오의 기량은 놀랍습니다
차이코프스키 콩쿨의 입상이유를 알겠습니다
테크닉이 대단하고 몰입력도 좋아서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의 귀를 휘어잡습니다
아 본공연에서 이런 연주를 보여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아직 젊고 전도유망한 후지타 마오의 가능성을 마지막 앵콜곡에서 확인했습니다
다만 유료 해외공연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본인이 가장 잘하는 레퍼투아를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모짜르트 연주를 듣고 싶었는데 모짜르트도 없었고
스크랴빈이나 쇼팽의 전주곡은 후지타 마오에게는 아직 어울리지 않은 선곡이었다는 결론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성진초와 윤찬림을 품고있는 나라인데 그들의 연주로 한껏 귀가 높아진 청중을 좀 더 분석하고
연주회를 기획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젊은 월클 피아니스트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