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1월13일
도심 속 문화 유적 홍주읍성
▲ 홍주읍성 야경. 남문인 홍화문 쪽에서 본 모습이다. 성벽 안에 여하정, 홍주아문 등 볼거리가 많다.
지방의 소도시지만 충남 홍성엔 뜻밖에 문화 유적이 많다. 대부분 읍내 중심부에 몰려 있어 묶어 돌아보기도 좋다. 핵심은 홍주읍성이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옛 성벽이다. ‘홍주’는 홍성의 옛 이름이다. 일제강점기에 홍주군과 결성군이 통합되며 홍성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홍주읍성의 성벽 둘레는 축성 당시 1772m에 달했다고 한다. 지금은 800m가량 남았다. 읍성 안에 있던 옛 관아 건물과 성곽 문루들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대부분 파괴됐다. 조양문과 성안의 홍주아문, 안회당, 여하정 등이 복원돼 남아 있다.
▲ 홍주성 역사공원에서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지고 있다.
조양문은 동문이자 정문으로 쓰였다. 현재도 홍성의 관문 노릇을 하고 있다. 조양문 너머는 홍주성 역사공원이다. 항일의병기념비, 홍주성 역사관 등 다양한 역사유적이 전시돼 있다.
안회당은 홍성군청 건물 바로 뒤에 있다. 조선시대 홍주군수 등이 행정 사무를 보던 동헌이다. 단정한 목조 건물이 인상적이다. 안회당 맞은편은 여하정이다. 옛 관리들의 휴게 공간이었던 곳이다. 아담한 연못, 아름드리 왕버드나무와 어우러진 모양새가 그야말로 한 폭의 수묵화다.
●홍주아문 안에 700살 느티나무 한 쌍
홍성군청으로 드는 문은 홍주아문이다. 동헌이었던 안회당의 바깥문으로 쓰였던 문을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다. 지방 공공기관마다 서구풍의 번듯한 새 건물로 바꾸는 요즘 세태와 비교되는 장면이다. 홍주아문 안쪽엔 거대한 느티나무 한 쌍이 서 있다. 고려 공민왕 때 식재됐다고 전해지는 노거수다. 수령이 얼추 700년을 향해 간다.
▲ 다양한 화초들이 전시된 ‘들빛’. 시린 겨울에 ‘초록 백신’ 역할을 하는 곳이다.
밤이면 홍주읍성 역사공원에서 미디어아트 쇼가 펼쳐진다. 조양문 방향의 KT 건물 뒤 벽을 스크린 삼아 다양한 영상 쇼가 진행된다. 주민들의 사연을 영상으로 표출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 해넘이 풍경이 고운 어사리 노을공원.
홍성엔 역사책에서 자주 봤던 위인들의 탄생지가 많다. 홍성 북쪽의 홍북읍은 고려의 명장 최영 장군이 태어난 곳이다. 대인리에 최영 장군의 위패를 모신 기봉사가 조성돼 있다. 이웃한 노은리엔 성삼문 유허지가 있다. 조선 초의 충신 성삼문이 태어난 곳이다. 출생 당시 하늘에서 “낳았느냐”라고 묻는 소리가 세 번 들려와 ‘삼문’(三問)이라 이름 지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 한용운 생가 앞에 세워진 동상. 결성면에 있다.
홍성 서쪽엔 김좌진, 한용운 생가지가 이웃해 있다. ‘만주벌 호랑이’ 김좌진 장군은 저 유명한 ‘청산리 대첩’을 이끈 독립 투사다. 갈산면 행산리에 그의 생가와 백야기념관, 사당 등이 조성돼 있다. 인접한 결성면에선 만해 한용운이 태어났다. 1919년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의 공약 3장을 작성하고, 시집 ‘님의 침묵’을 출간하는 등 저항문학에 앞장선 인물이다. 생가 주변에 만해사, 민족시비공원, 만해문학체험관 등이 있다.
홍성군농업기술센터 내의 ‘들빛’은 추운 겨울에 빛을 발하는 곳이다. ‘초록의 휴식은 천연 백신’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작은 식물원이다. 노후한 육묘장이 도시 속의 농업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규모는 작아도 수백 종의 식물과 꽃 등을 만날 수 있다. 매서운 추위를 피해 쉬어 가기 딱 좋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상시 개방한다. 입장료는 없다.
●어사리 인증샷 찍고 방금 캔 석화도
이제 홍성의 바다를 즐길 차례다. 고즈넉한 낮의 풍경도 좋지만, 서해 쪽이다 보니 아무래도 해넘이 풍경에 초점을 맞춘 공간들이 많다. 요즘 가장 ‘힙’한 노을 명소는 세 곳이다. 남당노을전망대는 남당항 바로 옆에 있다. 해질 무렵이면 해변의 모래들이 노을빛을 받아 붉게 물든다. 이 느낌이 참 좋다.
바로 이웃한 어사리에도 노을공원이 있다. 연인의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 ‘행복한 시간’ 덕에 요즘 한창 사진 명소로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공원 바로 아래에 공동작업장이 있다. 해거름에 갯일 마치고 돌아오는 어민들의 서정적인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갯벌에서 방금 캔 석화도 살 수 있다. 속동전망대는 뭍과 바짝 붙은 섬에 조성한 전망대다. 걸어서 갈 수 있다.
글·사진 홍성 손원천 기자
2022-01-13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