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태극전사들은 하나둘씩 유럽 구단의 러브콜을 받으며
네덜란드, 잉글랜드, 터키, 독일, 프랑스 등으로 진출하였고,
이와 더불어 축구가 벌어지는 판을 보는 국내 축구팬들의 시각도 무척 넓어진 게 사실입니다.
이후 가속화된 미디어 확대 움직임은 이제 국내의 팬들도
안방에서 유럽의 리그를 편하게 시청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기껏해야 국내 K리그나 실업축구 또는 각종 학생 축구대회 중계방송이 전부였을 때보다
방송 횟수도 많아졌고, 그에 따라 눈에 익지 않은 새로운 해설자들도 많이 등장했죠.
98년 월드컵 때까지만 해도 신문선으로 대표되던 축구 해설자의 영역도
이용수, 강신우, 김주성, 이상철, 그리고 이 외에도 각종 스포츠 채널에서 활동하는,
비교적 이들에 비해 지명도가 낮은 사람들에 이르는 다각화 구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양'이 많아졌다고 해서 그 '질'까지 보장되는가 하는 데 대한 문제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축구 중계라면 국적이며 리그를 가리지 않고 모두 챙겨보는 저에게는 요새 하나의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건 바로 난립하는 축구 해설자들의 해설과 관련된 질의 문제입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축구 잡지에 글을 쓰던 기자, FIFA 에이전트 등이 축구 해설을 하는데,
이들의 해설이 과연 진정 축구 해설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축구팬들에게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은 물론 관심이 가고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경기에서의 움직임이며 활약,
그리고 팀 구성원으로서의 경기 집중력이지,
그가 몸값이 얼마며, 전 소속팀이 어디였으며, 그의 가족은 무엇을 하고 심판의 직업이 무엇인지는,
지루해지는 경기 중간에 가끔 들을 수 있는 여담에 가까운 것이어야 하고,
절대로 해설의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2002년 월드컵 관련 중계방송을 모두 MBC로 지켜봤습니다.
물론 차범근 감독이 말투가 어눌하고 느릿느릿하여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를
스피디하게 전달하는 데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경기를 분석하여 돌아가는 상황을
시청자들에게 정보의 형태로 가공하여 전달하는 데는 아주 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와의 평가전 때 지단이 교체되어 나갈 때 보여주었던 제스처에 대해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충분히 오해할 수 있었지만,
차범근은 그것을 정확히 캐치하여 시청자들에게 알려주었고, 우리는 답답함이 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었죠.
이탈리아와의 16강 경기에서도 전반전 이후 하프타임 때 차범근 감독은 빗장은 안에서 열어야 한다면서,
안 되더라도 계속해서 이탈리아 수비 뒷공간으로 공을 떨어뜨리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에 부지런한 X자 체인지에 이은 수비 뒷공간 침투를 노림으로써
동점골과 역전골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해설은 이런 것이죠.
지고 있는 팀이 어떤 공격 포메이션 변화와 전술로 역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
이기고 있는 팀은 어떤 수비 전략으로 스코어를 지킬 수 있는가를 설명해줄 수 있는 해설가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스포츠 채널에 난립하는 많은 해설가들은 이런 얘기를 해주지 않습니다.
물론 일반 시청자들보다 어떤 선수가 어떤 팀에 있고, 그 선수의 경력은 어떤지 더 많이 알고 있죠.
그러나 그게 전부입니다.
경기의 흐름을 뺏긴 팀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떤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안해주는 건지 못해주는 건지, 아무튼 중계방송에서 잘 언급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답답합니다.
특정 선수의 독단적이고 외곬수에 가까운 성격이 조직력을 와해시켰으나, 그 깨진 팀웍이
경기의 어떤 면에 나타나는지는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축구선수' 해설자들은 발빠른 선수가 많이 움직여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축구' 해설자들은 이 선수가 투입되어 많이 움직여주며 수비를 끌어내리면,
움직임이 좋은 다른 선수가 배후 공간을 침투하여 패스가 좋은 선수의 킬패스를 노려볼만 하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는 하일성 야구 해설위원.
저는 그의 해설을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95% 가량은 신뢰합니다.
20년 넘게 프로야구를 해설한 경력에는 경기를 읽는 눈이며 노하우까지 짙게 배어있습니다.
"진갑용 선수 오늘 3타수 무안타지만, 몸쪽 직구 걸리면 여지 없거든요.
철저하게 바깥쪽 승부해야 돼요."
그러다 투수는 몸쪽으로 던졌고 진갑용은 홈런을 쳐냈습니다.
하일성의 중계를 보면 이런 장면을 비일비재하게 볼 수 있습니다.
볼카운트 2-3에서 삼진을 잡아내는 승부구, 1사 1,3루 찬스에서의 히트앤드런, 또는 스퀴즈.
이런 게 맞아들어가는 걸 보는 시청자들은 중계방송을 보며 짜릿함까지 느끼게 되죠.
선수에 대한 정보는 그 선수의 기록, 장점과 단점, 오늘의 컨디션, 혹은 잠재력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왜 우리가 그 날 경기 주심의 결혼기념일을 알아야 하고, 선수와 친인척 관계인지를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KBS 이용수 해설위원이 극적인 장면에서 지나치게 침착한 게 좀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그의 중계를 보면 축구를 알고 볼 수 있다는 게 만족스럽습니다.
만약에 2002 월드컵에서 KBS에 최수종이나 펠레같은 사람을 앉히지 않고
이용수 해설위원을 앉혔다면 저는 차범근과 이용수 사이에서 무척 많은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물론 기술위원장이라 그게 불가능했지만요.)
그러나 그 고민은 필시 즐거운 고민일 것입니다.
우리는 '축구'를 보고 싶은 것이지, '축구선수'를 알고 싶은 게 아니기 때문이죠.
저랑 어느정도 비슷한 의견이시군요.솔직히 해설할때 막 쓸데없는 사적인 이야기 하는거 짜증납니다.그리고 서형욱 박문성 한준희..저도 무척 좋아하는 해설진이지만...유럽축구의 정보,상식에 능통한거지 축구를 조목조목 분석하고 이해하는것은 선수출신 해설자보다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첫댓글 오 정말 동감이네요^^;
진짜 요즘 맨유경기나 토튼햄경기 중계진보면 정말 짜증나더라구요 유럽선수들의 이름을 헷갈려하거나 전술이나 선수들 특징을 말하지않고 오로지 박지성과 이영표만 보니 짜증나더라구요 그나마 공중파에서 활동하는 해설자중에 케이리그와 맞지 않다고 느낀 것도 있더라구요
박문성과 한준희 그리고 서형욱 해설자들은 공통된 특징이 유럽리그에 정통한 해설자들이라는거죠 그런 해설자들이 케이리그를 해설하는걸보면 뭔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니까 이 세명의 해설진은 국내리그와 체질이 맞지않다는 느낌이라는거죠
저랑 어느정도 비슷한 의견이시군요.솔직히 해설할때 막 쓸데없는 사적인 이야기 하는거 짜증납니다.그리고 서형욱 박문성 한준희..저도 무척 좋아하는 해설진이지만...유럽축구의 정보,상식에 능통한거지 축구를 조목조목 분석하고 이해하는것은 선수출신 해설자보다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솔직히 축구선수출신의 해설자들은 각 선수의 특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종이에 써져있는 키, 몸무게, 국적, 포지션 등을 보고 대충 말하는 느낌입니다.
동감 100만표 !
음
음
저도 동감이요... 하하 그리고 반성이요,, 저도 축구보다는 축구선수에게 더 집중하고 있었던것 같아요.. 물론 축구 사랑해요..
좋은 글이네요 정말 동감됩니다 ㅎ 그래도 소강상태에서는 잠깐 던져주는 축구외적인 부분의 얘기도 재미있던데 ㅎ 이런것과 축구 내적인 해설이 잘 조합된다면 정말 재미있게 보겠네요.
다 스타일 아닌가요? 뭐 전 그런거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ㅋ
저도 공감이요.. 근데 저는 이용수씨 차분한게 좋아서.. ㅎㅎ
글쎄..전생각이 다른데..울나라에는 없지만 외국대학에는 축구산업학,경기학등의 학문이 있습니다.박문성위원이 그런케이스구요..(리버풀대학원).선수들 움직임,생각등은 선수출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데,전술적,플레이유형,등은 위의 해설위원들이 정통하다고생각하는데요...
누가해설해도 큰차이는없는데....선수 출신 해설자들은 준비를 적게한다는느낌....머 박문성 한준희 서형욱 해설위원들은 평소 정보를 계속 접하고 해서 선수들이나 팀 분위기 이런걸 잘아는데...선수 출신들은 준비가 아무래도 부족한게 사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