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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다소 자극적인데,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열심히 공부한 다른 분들에게 좀 민망하고 부끄런 합격수기입니다.
전 약 15년 정도 설계회사(라고 하지만 용역회사라고 불리는)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네임밸류 있는 회사에서도 근무했던 경력도 있고 어느 덧 팀장까지 됐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잦은 야근과 불규칙한 업무형태, 갑을을 지나 병정까지 이어지는 하도급 관계......
뭐 나름대로 버틸만 했습니다. 서울/경기쪽에서는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고가 전혀 없는 전북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서울/경기에 비해 지방 토목은 열악하기 그지 없습니다. 연봉은 대략 한 직급 정도(당시 약 천만원)가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지방이니까요. 같은 지방에 있는 다른 회사도 대동소이 하더군요.
지방은 다 그래...................라는 소리를 3년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습니다.
전문적인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이것저것 돈이 되는 일은 다 합니다. 정말 말 그대로 용역회사라는 별칭에 걸맞아요.
서두가 길었네요.
작년 12월 경에 퇴사를 하고, 무작정 2018년을 넘기고 1월까지 어영부영 놀았습니다.
막연하게나마 공무원 준비를 해야겠다 싶어서 올해 1월부터 이것저것 알아보긴 했습니다만 적극적이진 않았습니다.
한 번에 이렇게 단 시간에 될 거란 기대를 안 했거든요.
기술사 준비를 짬짬이 하긴 했지만, 40넘어서 본격적으로 수험을 위한 공부를 하기엔 두려운 마음도 컸습니다.
교재를 알아보고 인강을 알아보고 독서실에 등록해서 책상앞에 앉은 게 정확하게 2월 11일. 구정 바로 다음 주 였습니다.
나름대로 이름대면 알만한 서울 4년제를 나오긴 했지만, 공부에서 손을 놓은지 너무 오래였습니다.
일단 워밍업이라 생각하고 인강을 듣지 않고 유투브의 무료강의(......)와 교재위주로 공부했습니다.
ㄱㄷㄱ, ㅎㅋㅅ 같은 곳의 인강비가 너무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생각도 들었고,
아무리 페이백(?) 시스템이 있다고 하더라도 뭐하나 확실한 마음가짐 없이 시작한 공부에 그 정도의 돈을 투자하긴 부담스러웠습니다.
유투브에 검색해보니 공통과목은 무료강의가 많이 있긴 했지만 체계적이지 못하거나 강의에 집중하기 어렵거나 광고성 강의만 난무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나마 ㄱㄱㅂ 강의가 풀버전이 다 무료로 풀려있긴 했습니다만.....
한국사 ㅈㅁㅈ 선생님 강의 정도 들을 만 했고 나머지 선생님 강의는 너무 듣기 힘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전공 강의는 찾아봐도 안 나오죠. 막막했습니다.
무작정 모의고사를 풀어봤습니다. 당연히 과락이고 반타작도 못하더군요.
3월쯤에 접어들어서 우선 전공은 해야겠다 싶어서
원래 가지고 있던 전공교재 이외에 이학민 선생님 교재를 구했습니다.(중고로.......)
지안토목 인강을 수강했습니다. 그날 하루 종일 응용역학 한 과목 강좌만 들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는 깨달았죠.
'아.................... 나 뭔가 엄청 잘 못 생각했구나................'
제가 학창시절 공부하던 그런 공부가 아니었습니다.
꼰대같지만 예전에는 무식하게 공부했다면 요즘에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그 전략은 결국 돈으로 해결하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자기 분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하듯이 빌드업 전략짜고 렙업도 하고 유닛을 뽑아내면서 적기지로 공격하듯이.........
4월 초에 국가직을 테스트겸 봤습니다. 시험이 쉬웠던 건 느껴지는 데 문제는 전혀 안 풀렸습니다.
과락은 면했지만 60점도 못 넘었습니다.
특히나 토목설계는 제가 설계회사 다녔다는 게 부끄러워질 만큼 점수가 안 나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일했던 분야는 토목설계 내용에 전혀 나오질 않습니다.
직군으로 따지자면 거의 시공이나 구조 파트에 국한된 과목이라......
실질적으로 3달 정도 남은 기간 동안 전공과 한국사에 올인했습니다.
한국사는 아까 말씀드린 유투브 무료강의를 완강하고 계속 문제만 풀었습니다.
휴대폰 어플 중에 런투런이라는 어플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국어, 영어는 그래도 항상 과락 이상은 나오고 특히 한자는 어렸을 때 부터 좀 친근했던 터라 과감하게 패스했습니다.
국어/영어는 따로 말씀드릴 게 없을 정도에요.
제 개인적인 견해지만 두 과목 다 활자를 읽는 능력이 중요한 데 그건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어는 아는 데 독해가 안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무조건입니다. 문장을 읽는 것과 단어를 해석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수험기간 내내 화면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글자를 접하려고 노력하시는 게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휴대폰 들어가서 스포츠 연예 기사 보지 말고 신문을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세요. 영자신문도 물론 좋습니다.
앞길이 캄캄한데 무슨 짓이냐 할 수 있겠지만, 토목직 컷은 사실 매우 낮습니다.
단어도 독해도 둘 다 중요한 데 저는 개인적으로 독해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단순비교로 단어알고 독해안되서 찍는 문제보다 단어 몰라도 독해하는 감으로 찍을 수 있는 문제가 더 많습니다.
한국사는.................하................
우선 앞에 말씀드린 ㄱㄱㅂ의 ㅈㅁㅈ 선생님 강의는 1회독 했습니다. 그치만 뒤돌아 서니 남는 건 하나도 없더군요.
당연한 거죠. 겨우 1회독인데.
개정 전 국사 교과서가 전부였던 세대라.... 광복이후는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그마저도 일제시대도 두루뭉실 넘어가듯이 배웠구요.
암기 정말 싫어하고 힘들어해서 수능때도 고생했었는데, 또 발목을 잡더군요.
다들 아시는 ㅈㅎㄱ 선생님. 잘 가르치시고 에너지 넘치시고 욕 씨게 하시고 재밌죠.
하지만 그 분 하나 때문에 인강 결제를 하자니 좀 망설여졌습니다. 물론 무료로 풀리는 강의는 다 챙겨봤습니다.
두 번째로 관심있던 분이 ㅎㅋㅅ의 ㅇㅈㅅ 선생님입니다.
사실 이 분 강의는 유투브에 꽤 많이 풀려있습니다. 이번 시험 전까지 유투브에 있는 이분 강의는 싹 다 봤습니다.
다만 공무원 시험이라기 보다는 경찰직에 더 초점을 맞춰 강의하신다고 하는데 별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그런 차이를 느낄 정도로 제가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저는 살을 발라내고 뼈만 먹기로 했습니다. 한국사는 다들 아시다시피 선사/고대/중세/근세/근현대사로 시대순으로 나뉘고
또 정치/경제/사회/문화 정도로 주제별로 나뉩니다. 전 정치만 팠어요.
물론 정치사가 제일 양이 많지만, 나머지 경제, 사회, 문화를 빼고 나면 생각보다 양이 줄어듭니다.
아까 말씀드린 어플로 정치사만 달달달달 풀고 틀리고를 두 달 정도 했습니다. 머리에 남는 것도 있고 안 남는 것도 있고 그랬네요.
그냥 과락만 면하자 싶은 마음으로 했습니다.
쓰다보니 길어지고 양이 많네요.
전공과목으로 가겠습니다. 이게 더 핵심이에요.
우선 저는 2018년 교재로 인강을 들었는데 인강에서 얘기해주시는 문제번호와 달라서 독서실에서 책을 마구 뒤적였던 게 생각납니다.
별로 차이 없겠지 싶어서 중고교재를 썼는데........편집 스타일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새 교재를 살 껄 그랬어요.
중고교재...........이 부분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응용역학이던 토목설계이던 간에, 일단은 기출입니다. 서울시 준비하시는 거 아니면 서울시 문제는 빼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번 서울시 문제 보세요....................C...............
그리고 국회직도 저는 한 번만 풀어보고 그 다음부턴 안 봤습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었기에, 수업을 거의 2배속으로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겨우 1회독을 끝냈는데.
물론 수업만 듣는 건 빨리 빨리 넘겨서 2회독 정도는 가능했을 테지만 그런 방식이 아니라,
수업 중에 선생님 진도에 따라 기출을 풀 때 그 페이지에 있는 해당 진도의 문제만 푸는 게 아니라 다른 문제까지 다 풀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2년 지방9급 12번이면 그 페이지에 있는 부정정이든 단순보든 T형 플랜지든 풀었습니다.
1회독 때에 그렇게 했더니 시간이 좀 걸렸지만 어느 부분에서 취약한지 바로 알 수 있게되더군요.
한국사와 마찬가지로 포기할 건 포기했습니다.
응용역학을 예로 들면,
응용역학 일반에서는 판별식만 보고 넘어갔고, 정정보 해석에서는 케이블, 아치, 도르래는 패스했습니다.
재료역학 부분에서도 심화-2는 패스했구요. 변위 파트에서도 에너지 챕터만 팠습니다.
탄소성 부분도 거의 건너뛴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 제 글을 보시는 분들은 절대로 이렇게 공부하시면 안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모자란 시간 동안 벼락치기 처럼 공부한 거라, 이번에 불합격 했어도 전 아무런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사는 최소 3회독은 하셔야 되고, 전공도 각 1회독에 강의중 문제풀이와 모의고사 강의를 꼭 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 처음하시는 분들은 전공을 먼저 시작하세요. 물론 한 과목에 편중된 공부를 하면 안됩니다.
다만 전공 1회독을 먼저 끝내시는 게 다른 과목 공부하는 데 훨씬 부담이 덜 합니다.
중고교재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단계입니다. 저같은 오류를 범하지 마세요.
공대 출신이 대부분이시고 워낙에 다들 가성비 따지는 사람들인 거 잘 압니다.
그래도.... 새 교재로 하시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이번에 떨어지신 분들이라면 다른 얘기겠지만.
처음부터 중고교재 쓰는 건 절대적으로 비추입니다.
또한, 인강 듣는 거에 저처럼 너무 아까워 하지 마세요. 다행히 저는 이번에 붙었지만, 만에 하나 불합격이었으면, 그저 인강을 수강 안 한 저한테 핑계거리 하나 더 만들어주는 것 밖에 안됩니다.
다들 제각각의 사정이 있으시겠지만, 저 처럼은 하지 마세요. 어영부영 아무것도 안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현재 직장다니면서 준비하시는 분들. 과감하게 그만두고 공부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경제적 부담이 매우 커서 힘들다고 하시는 분들은 이번에 과락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여기저기 지자체에서 기간제로 인력을 구합니다. 거기에 지원해 보세요.
현재 직장보다 훨씬 업무강도도 덜하면서 퇴근이 확실하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공부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정말정말정말 운이 좋아서 합격한 수기라 부끄럽고 괜히 열심히 하는 다른 분들께 누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부디 끈기있게 열심히 하셔서 모두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래봅니다.
추가로, 이학민 선생님.
직접 뵙고 수업을 들은 건 아니지만 명쾌하고 깔끔한 강의 감사합니다. 노량진에서 수업을 들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아쉬워요.
언젠가 수산시장에서 쏘주 한 잔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했었네요. 덕분에 힘든 와중에도 수험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건승하시길.
(개인적으로 질문하시면 최대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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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합격축하드리고요!
발령받으셨는지 모르겠지만
토목직 공뭔도 그렇게 만만치는 않습니다.
야근도 많코 업무량도 많코,
일스타일도 용역사와 아주 다르구요.
공뭔 생각보다 편하지 않아요.
가끔 용역사 생각납니다.~
반갑습니다. 용역사 출신인가 봅니다. ㅎㅎ 아직 대기 중이네요. 언제쯤 발령날런지....
부서마다 차이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토목이 뭐....엄청난 워라벨을 기대한 건 아니었습니다.
지방에서 용역생활 하는 게 끝이 보여서 선택한 게 더 맞는 듯 하네요.
화이팅 하십쇼! 감사합니다.
국어, 영어 기본 베이스가 있으셨나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