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균 정량만큼의 트래킹을 했고 오프화이트&나이키 에어 리미티드 운동화 밑창을
수선하러 재래식 구둣방에 들렸어요. 요새는 광택 구두를 신지 않기 때문에
구둣방이 사양 길이지만 우리 시대는 구둣방 프리이엄이 일억 씩 갈 때도 있었어요.
수선은 못 배웠어도, 물광 하나는 끝내주게 낼 수 있는데 구둣방은 버킷 리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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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외했어요. 신발은 나이키와 아디다스만큼 편한 신발이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가벼운 느낌이 나서 '오프화이트와 나이키의 콜라보' 상품을 좋아하게 되더이다.
오프화이트나 나이키가 30만 원대 가격인데 둘을 콜라보로 해서 한정판으로 나온
'에어 시리즈'가 화이트는 120만 원, 블랙은 230만 원을 호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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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는 두 색상 모두를 가지고 있는데 가장 잘 닳는 발꿈치 쪽 밑창이 떨어져서
붙이는 작업을 했어요. 두 짝 비용으로 5.000원을 지불 했고, 고 홈 해서 화이트를
살펴보니 역시 수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주역에서 말하는 우주는 '리미티드 코스모스'
입니다. 그래서 음과 양의 조화는 '유한 속 유한의 창조'(기독교의 영원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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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료를 가진 창조)이고 '제자리 찾기'와' 항상성'이라고 이해했습니다. '한정판'이기
땜에'보존'해야 하고 '제자리를 찾아내는 것'의 중요성이 있다고 보는 '주역'은 점쟁이
들의 예언서가 아니라, 우리를 끊임없이 자기 실존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경전입니다.
주역은 주어진 운명에 매달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 반대로 숙명론적 생각에 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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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자기 운명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척하고 새롭게 창조해 나가기를 가르쳐
주는 사상이며, 사람과 사회를 변혁시키려탄생한 철학입니다.주역 리스펙트!
성경 신학도인 저는 일체 신비주의를 거부했는데 주역에는 초자연적인 사건이
아예 없어요. ‘너는 천당에 갈 것이다.’ 혹은 ‘너는 지옥에 갈 것이란’ 말도 없어요.
또 타자가 와서 ‘너를 구원할 것’이란 이야기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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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들이 없기에 주역은 '점' 서 임에도 종교를 탄생시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주역은 우리에게 ‘너의 실존의 의미가 무엇인가’라고 되물을 뿐입니다.
주역은 고대의 점으로부터 출발했지만, 결국 우주론적인 철학으로 발전했대요.
태극기 자체가 우주의 모습을 나타낸 겁니다. 태극은 문자 그대로 큰 극인데 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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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limit·한계)도 되고, 리미트리스(limitless·무한)도 된답니다. 그게 우주지요.
이 제한적 우주(a restricted universe)를 서양 사람들(기독교)은 신격화하고 신비
화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주역을 읽을 때마다 잘
모르겠으니까, 그래서 나를 경건하게 만드니까, 그러면서도 겁을 주지 않으니까,
겁을 주지 않는 데도, 내가 경건해지니까. 내게 ‘주역이 모든 경전의 으뜸이라고’
본다면 내 지성의 오독인가.
2023.8.18.fri.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