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렌지와 전기밥솥 ◈
삼성전자가 전자레인지 생산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79년 6월 이었어요 그런데 이를 생산 중단한지도 벌써 20년이 넘었지요 1979년 6월 수원공장에서 첫 생산을 시작한지 23년 만에 중단하였어요 삼성전자는 텔레비전과 비디오, 세탁기, 냉장고 등도 태국현지 공장으로 생산이전을 계속하여 `메이드 인 타일랜드´ 제품이 국내 시장에 역수입되어 판매되기도 했지요
1965년 금성사(현 LG)가 국내 처음으로 전기밥솥을 출시했어요 주부들은 끼니마다 밥 짓는 수고를 벗어날수 있게 됐다며 반색했지요 1980년대 초까지 일본 조지루시사(社)의 일명 ‘코끼리 밥솥’이 최고 인기였어요 1983년, 주부 17명이 시모노세키와 후쿠오카를 돌며 코끼리 밥솥을 무더기로 사재기했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지요 일명 ‘코끼리밥솥 사건’이라 했어요
코끼리 밥솥은 용량이 컸지요 8인용은 기본이고 15인용 점보 사이즈까지 나왔어요 당시 사진을 보면 작은 쌀독만 한 솥에 밥이 가득했지요 한국이나 일본이나 밥을 많이 먹던 시절이었어요 밥을 맛있게 짓기 위한 한·일 양국의 기술 경쟁도 치열했지요 일본 3대 전기밥솥 제조사인 파나소닉이 1988년 바닥만 눌지 않도록 내솥 전체를 가열하는 밥솥을 선보이자, 4년 뒤 우리 업체는 압력 전기밥솥으로 맞섰어요 그 후 한국 시장에서 일제 밥솥이 서서히 사라졌지요 2000년대 초엔 중국인들이 한국제 전기 밥솥을 사재기했어요 이때가 한국 전기밥솥 전성기였지요
그런데 전기밥솥이 어느새 과거의 유물이 돼가고 있어요 한·일 양국이 같은 처지이지요 파나소닉이 일본 내 전기밥솥 생산을 중단하고 올 상반기 중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기로 했어요 일본 내에선 더 이상 전기밥솥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지요 인구 감소, 노령화도 있지만 쌀 소비 급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요 한국 가구의 연간 쌀 소비도 1970년 1인당 136㎏에서 2021년 56㎏으로 크게 줄었지요
1973년 서울시가 발표한 표준 식단엔 밥그릇 크기 규정이 포함돼 있었어요 쌀이 많이 들어가는 돌솥 대신 스테인리스 밥공기를 쓰라며 밥공기 크기를 내면 지름 11.5㎝, 높이 7.5㎝로 제한했지요 지금은 강제하지 않는데도 밥그릇이 작아지고 있어요 2012년 이후 시중엔 내면 지름 9.5㎝, 높이 5.5㎝ 밥공기가 쓰이고 있지요 전기밥솥 크기도 함께 작아지는 추세이지요 6인분이 기본이지만 2000년대 들어 3~4인용이 나왔다가 2010년 이후엔 1인용이 나왔어요
식품 업계에선 지난해 한국 식탁에서 고기 소비가 처음으로 쌀 소비를 앞질렀을 것으로 보고 있지요 그 만큼 쌀 소비가 줄어 들었다는 이야기지요 전기밥솥에 해 둔 밥을 며칠이 가도 다 먹지 못해 버리기 일쑤였어요 신혼부부 혼수 목록에서 밥솥이 빠진지 오래됐지요 가끔 밥이 생각나면 햇반을 사다 먹는다고 하지요 이제 전기밥솥은 식혜·갈비찜·감자·고구마·피자 요리 기능을 탑재한 종합 요리 기구로 탈바꿈하고 있어요
세계10대 경제대국 답게 생활필수품의 품격이 높아진 것인지 아니면 초식을 주로하던 우리민족의 식성이 육식으로 변한 것인지 빠르게 변화하는 의식주의 변천사는 알길이 없어요 구한말 서양인들은 엄청난 양의 밥을 먹는 한국인들을 보고 놀랐다고 하지요 그 조상들이 요즘 우리를 보면 경악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