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후락(先憂後樂)”은 ‘근심할 일은 남보다 먼저 근심하고, 즐거워할 일은 남보다 나중에 즐거워함’의 의미를 가진 말입니다.
여기서 ‘남’은 백성을 가르키는 말이고 먼저 근심하고 나중에 즐거워하는 사람은 백성을 다스리는 벼슬아치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백성들의 즐거움을 즐거워하는 자는 백성들도 그 사람의 즐거움을 즐거워하고, 백성들의 근심을 근심하는 자는 백성들도 그 사람의 근심을 근심한다. 천하와 함께 즐거워하고 천하와 함께 근심하면서 왕 노릇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있지 않았다.(樂民之樂者, 民亦樂其樂. 憂民之憂者, 民亦憂其憂. 樂以天下, 憂以天下, 然而不王者, 未之有也.)」『맹자』「양혜왕편」
어찌 왕 뿐이겠습니까?
무릇 남을 다스리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말을 명심해야할 것인데 요즘엔 그저 그 자리가 ‘갑질’이나 하는 자리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을 뿐입니다.
고려시대 학자인 “이곡(李穀)”의 「차마설(借馬說)」에 보면
《그러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어느 것이나 빌리지 아니한 것이 없다. 임금은 백성으로부터 힘을 빌려서 높고 부귀한 자리를 가졌고, 신하는 임금으로부터 권세를 빌려 은총과 귀함을 누리며, 아들은 아비로부터, 지어미는 지아비로부터, 비복(婢僕)은 상전으로부터 힘과 권세를 빌려서 가지고 있다.
그 빌린 바가 또한 깊고 많아서 대개는 자기 소유로 하고 끝내 반성할 줄 모르고 있으니, 어찌 미혹(迷惑)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다가도 혹 잠깐 사이에 그 빌린 것이 도로 돌아가게 되면, 만방(萬邦)의 임금도 외톨이가 되고, 백승(百乘)을 가졌던 집도 외로운 신하가 되니, 하물며 그보다 더 미약한 자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맹자가 일컫기를 “남의 것을 오랫동안 빌려 쓰고 있으면서 돌려주지 아니하면, 어찌 그것이 자기의 소유가 아닌 줄 알겠는가?” 하였다.》라고 했는데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그게 무슨 말씀인지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중국 북송 정치가 범중엄이 일찍이 갈파한 ‘천하가 근심하기 전에 내가 먼저 걱정하고, 천하가 모두 즐기고 난 후에 내가 즐기리라’라는 대승적 정치철학을 우리나라 국회와 국회의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일까.
모든 행위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국회나 국회의원의 권한은 헌법이 부여한 것이므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권한 행사에는 그에 상응하는 의무가 뒤따른다.
국회의원은 각종 신분적 혜택을 받는 만큼 수준 높은 도덕성 함양과 윤리적 의무인 ‘노블레스오블리주’ 실천은 필수적이다. 헌법에는 국회와 의원들에게 입법권, 불체포특권, 면책권, 국가 예산 심의·확정권, 국정조사·감사권을 주면서도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집단이나 정파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이익을 지향하며 국가를 대표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헌법정신을 외면하거나 망각하면 본인은 물론 그 집단 전체가 지탄받아 마땅하다.
최근 주요 여론업체 네 곳이 공동으로 수행한 국가기관별 신뢰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81% 정도가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요즘 국회를 보면 차라리 AI에 맡기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반응은 국회의 위상을 잘 보여 준다. 국회에 대한 불만이 이 정도라면 바다가 배를 뒤엎는 수준이다.
요즘 같은 경제 위기 상황, 북핵 위기, 국가 혼란 정황에도 국가 예산 의결 지연, 국제경쟁력 선점을 위한 반도체 관련법 등, 정치가 해결해야 할 민생 문제와 국가적 미래에 대비하는 일은 뒷전이다. 확증편향적 당리당략으로 세월만 보내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답답증이 한계에 달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지역의 구청장이나 동장 수준이다. 동네 뒷골목 정비부터 구청 예산까지 자신이 확보한 것처럼 적시한 내용을 담아 지역구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를 보면 헌법에서 적시하고 있는 국회의원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국가 예산을 심의하면서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는 관행, 권한을 다 누리면서 비리가 드러나면 면책권을 앞세워 국회를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사악함, 개인의 투기 의혹과 비리 등 각종 스캔들에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함, 선동적 행위와 탐욕의 극치로 혹세무민하는 행위,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향한 ‘바지사장’, ‘쪽팔린다’ 등 무례의 극치인 막가파식 언어들….
이런 행태들은 멧돼지 눈에는 멧돼지로만 보이고, 부처님의 눈으로 보면 부처 아닌 것이 없다는 말처럼 되레 자신의 저속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추태로 보일 뿐이다.
진보라는 명분을 내세운 이들과 공조하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가짜뉴스를 침소봉대하며 편향된 한건주의 껍데기 논리에 편승해 선봉장 노릇을 하는 언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민심을 선동하는 국회의원들. 그들이 쏟아내는 막말 행태는 국정을 빙자한 위선으로만 비친다. 이런 모습이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 자화상이고 국회의원상이라니 차라리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국회와 국회의원이 신뢰를 잃은 건 헌법적 의무는 망각하고 국가 이익보다 그저 편향적 정쟁과 권력에 취해 불나비 같은 존재로 전락한 모습으로 국민의 눈에 비치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기본적인 요소다. 부끄러움을 알면 개과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면 금수와 다를 바 없다. 정치는 인간적 경륜과 사회적 경험을 두루 갖춘 후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와 헌신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 선현들의 근엄한 경책이다.
괴테는 ‘교회는 위장이 튼튼해서 온 나라를 집어삼켜도 탈 나는 법이 없다. 오로지 부정한 재물은 교회만이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무소불위였던 당시 교회의 타락상에 오늘 우리 국회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서울신문. 이성모 동북아협력인프라연구원장
출처 : 서울신문. [열린세상] 국가, 국민 안중에 없는 국회와 국회의원
<"기자님, 혹시 지역구 예산안 기사 쓰실 때 저희 의원님 빠뜨리시면 안 됩니다!"
국회 선진화법이 만들어진 이후 가장 늦은 예산안 통과되려는 시점, 한 국회의원 보좌진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이후 의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자신의 지역구에서 증액된 예산 내역을 기자들에게 뿌렸다.
매년 의원들은 없던 예산도 만들어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정부안에 없던 대산·당진고속도로 건설 예산 80억 원을 만들어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은 지역구 하수관로 정비 예산 등으로 15억 원, 장제원 의원도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예산을 기존 정부안보다 23억4500만원 늘렸다. 배현진·박수영 의원 등도 모두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두둑하게 챙겼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정부안에 없던 서귀포시 유기성바이오가스화 사업 예산 62억2200만원을, 예결위 야당 간사인 박정 의원(경기 파주을)도 0원이던 파주 음악전용공연장 예산 30억 원과 문산·법원 도로 확장 설계 용역비 2억 원을 확보했다.
특정 의원들만 지역구 예산을 챙긴 것은 아니다. 대부분 의원들도 자신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혈안이 된다. 국회에서 예산을 검토하는 시기가 되면 비공식적으로 의원별 예산을 받는 창구가 정해진다. 각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예산을 쪽지 형태로 주고받으면서 기획재정부에 전달해 증액을 검토시킨다. 회의록도 남지 않는 '소소위'를 통해 의원들은 앞 다퉈 지역구 예산을 증액시켜 달라며 민원을 넣는다.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동안 서민 경제, 약자를 위한 예산은 얼마나 챙겼을까. 내년도 예산을 살펴보면 엉뚱하게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던 공공임대주택 예산 6630억 원, 지역사랑상품권 3525억 원 등이 민생경제와 취약계층 지원으로 둔갑해 1조원 넘게 늘었다. 민생경제 및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으로 증액된 1조7000억 원의 절반이 넘는다. 민생경제란 꼬리표와 취약계층 지원 예산도 결국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한 결과였던 셈이다.
그러나 예산 배정이 아예 밀실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사업 타당성 자체를 검증받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나라 살림은 한정됐는데 예정에도 없던 지역구 민원 예산이 증액되면 꼭 필요한 다른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매년 반복되는 이런 구태를 바로잡자는 목소리는 계속되지만, 비공개로 이뤄지는 ‘밀실 회의’에서 여야 간 담판으로 결정되는 이런 예산심사 과정이 계속되는 한 지역구 예산을 나눠 먹는 몰염치한 행태는 계속될 것이다. 국회의 예산심사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출처 : 아시아경제. [기자수첩]'때릴수록 웃는다'…의원님의 '쪽지 예산'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을 괴물로 만든 주체가 우리 국민인지 아니면 그들 스스로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저렇게 뻔뻔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국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들입니다. 제가 어제 태안에 잠시 다녀왔는데 거기 국회의원이 예산을 따냈다는 플랜카드가 구석구석까지 버젓이 나돌고 있었습니다.
'때릴수록 웃는다'는 얘기는여론에서 맞을수록 지역구에서는 인기가 솟는다는 아이러니인 모양입니다. 이런 국회의원을 만드는 것이 바로 그 지역의 국민들입니다. 어느 지역 뿐이 아니고 우리 국민 모두가 각성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민의 혈세가 사방에서 낭비가 되는데 그것을 남의 일로 생각해서야 되겠습니까?
국민들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