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딸이 걱정하며 나를 본다
형태장에서 나는 엄마를 보고 있다. 엄마는 딸에게로 가서 손을 잡았다. 엄마는 딸에게 누구를 투사하고 계셨다.
엄마와 딸 사이에 누군가를 세워 엄마로부터 딸을 떼어놓자, 이번에는 딸이 나를 본다.
엄마인 내가 걱정이 되어서 미칠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딸은 안중에도 없이 엄마를 본다.
저렇게 걱정하면서 나를 보는 딸인데 나는 옆을 내어 주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딸이 빽빽되냐?’고 물어 보셨다. 엄마인 내가 이런 에너지 상태면 자식이 폭력을 쓰기도 한다 하셨다.
어느 순간부터, 아니 처음부터 딸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딸이 나에게 폭력을 쓰지 않았던 것은 내 옆에 남편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딸이 감당되지 않았지만, 남편은 힘으로, 에너지로 딸을 감당해냈기 때문이다.
딸을 쳐다보지도 않던 내가 아버지를 세웠을 때, 선생님께서 아버지에게 가보라고 하시자, 딸이 보고 싶다고 했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버거운 상황에서 딸을 찾는 내가 알아차려졌다.
저렇게 회피하고, 또 저렇게 딸에게 의지하고 있었구나,
딸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워졌다.
2) 아빠에게 가라, 아빠가 더 안전하다.
딸 옆에 남편을 세워 나를 등지게 하자 딸의 마비가 풀렸다.
선생님께서 딸을 생각할 때마다
내 내면에서 ‘아빠에게 가라’, ‘아빠가 더 안전하다’고 하면서 딸을 남편에게 보내라 하셨다.
내 에너지 상태로는 아이들이 위험하다고 하셨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아빠에게 보내야 한다고 하셨다.
머리로는 알아들었는데, 내가 남편에게 아이들을 보낼 수 있을까?
아이들을 귀찮아하던 남편, 자기보다 아이들을 더 챙긴다고 그게 싫어서 떠난 남편,
그래도 아빠니까 나에게 있을 때보다 더 안전해진다는데.
그러고 보면 나의 마비도 아버지가 장에 들어오시자 풀렸다.
“너를 위해 네 아빠에게 너를 보낸다. 아빠에게 가라, 아빠가 더 안전하다.”
3) 아버지 선택에 이의 없냐구요?
“아버지! 당신의 운명에 동의합니다. 당신은 그렇게 가셔도 됩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선생님께서 ‘그렇게 가셔도 되세요?’ ‘아버지 선택에 이의 없으세요?’하고 물으셨다.
장에 있을 때, 선생님의 그 질문이 당혹스러웠는데,
영상을 다시 보니 마음이 담기지 않은 채, 그냥 선생님 말씀만 따라 하고 있었다.
내가 아버지 운명에 동의했던가?
아버지의 선택에 대해 지난 달 형태장에 세웠다고 바로 동의되고 받아들였던가?
내 안의 많은 의문들,
이것이 나의 공부거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당신의 운명에 동의합니다.
당신은 그렇게 가셔도 됩니다.
이제 저는 여기에서 그곳에 계신 아버지를 두고 물러섭니다.
제가 잘 살 수 있도록 축복해 주세요
제가 우리 딸과 잘 사는 것은 모두 아버지 당신 덕분입니다.
4) 엄마는 전업으로 사셨어요
엄마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동안은 전업으로 사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년 쯤 지나, 엄마는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시작하셨다.
물건은 별로 없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가게, 그리고 옆에는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탁자가 있는 가게를 시작하셨다.
아버지를 대신해 우리 5남매를 먹이고 공부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하셨을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그 가게를 시작하셨을 때 참 뜬금없었다. 준비도 없이 자본도 없이 시작한 가게는 6개월 조금 지나 문을 닫았다.
그때도 나는 엄마가 참 생각이 없고, 참 한심하다 생각했다.
그러다가 엄마는 보험회사를 2년 정도 다니셨다.
처음에는 즐겁게 잘 다니시는 듯 보였는데, 실적에 대한 압박 때문인지 슬그머니 그만두셨다.
엄마를 대신해서 보험료를 받으러 다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엄마는 집에서 니트 옷에다 수를 놓는 일을 맡아서 하시기도 했다.
일은 많은데 돈은 별로 되지 않는 일들이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계속 뭔가를 하셨는데 나도 모르게 엄마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엄마가 한 일들을 하찮게 여겼기 때문이다.
엄마는 우리 5남매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느라 가슴이 새까매지셨을 텐데...
“어머니! 당신은 크시고 저는 작습니다.
제가 잘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어머니 덕분입니다.”
첫댓글 홀로 5남매를 키우신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에 목이 매입니다. 어머니의 축복으로 선생님이 행복하게 사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