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感氣)와 폐렴(肺炎)
‘봄비’가 내리는 계절, 1970년대 우리나라 최고 소울(soul) 가수로
활동한 박인수의 ‘봄비(신중현 작사ㆍ작곡)’ 가사(歌詞)가 떠오른다.
“이슬비 내리는 길을 걸으며 /
봄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며 /
나 혼자 쓸쓸히 /빗방울 소리에 /
마을을 달래도 /
외로운 가슴을 달랠 길 없네... /
나를 울려주는 봄비 /
언제까지나 내리려나... /
봄비가 내리네.”
봄비가 내리고 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봄철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올해는 봄 날씨가 변덕을 부리면서 일교차(日較差)가 큰 환절기(換節期)가 지속되어 우리
몸의 면역력(免疫力)이 떨어져 쉽게 감기에 걸린다.
음(陰)의 계절(가을, 겨울)에서 양(陽)의 계절(봄, 여름)로 변하는 환절기에 우리 몸의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다.
감기(common cold)는 일반적으로 세균(細菌)감염이 원인이 되는 경우는 5〜10% 미만이며,
대부분 바이러스(virus)가 인체에 침입하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감기(상기도 감염)는 대개 일주일 내외에 증상이 좋아진다. 하지만 기관지염(氣管支炎), 폐렴
(肺炎) 등 2차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병이다.
환절기에 일교차가 커지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가 나을 만할 때 또 다시 감기에 걸리는 재감
염률(再感染率)이 높아진다.
한방(韓方)에서는 감기의 주요 원인을 몸의 양기(陽氣) 즉 열기(熱氣)가 외부의 음기(陰氣) 즉
냉기(冷氣)를 이겨내지 못해서 오는 것으로 해석한다.
감기가 잘 낫지 않고 증세가 오래간다고 모두 독감(毒感)은 아니다.
독감은 고열, 근육통 등이 2주 이상 지속된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독감 환자는 보통 2월에는
외래환자 1000명당 12.7명까지 이나, 4월부터는 4.5명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감기를 예방하려면 체력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일교차가 심할 때는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어 체온 변화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또한 과로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시도록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감기를 치료하는데 필요하다. 손을 잘 씻으면 감기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감기치료 민간요법(民間療法)에는 생강과 파의 흰 부분인 총백(蔥白)을 잘게 다져서 넣고 달여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푹 쉬면 감기에 좋다.
기침 감기에 배와 꿀을 함께 중탕하여 마시면 초기 열을 동반한 기침에 효과가 있으며,
오미자(五味子)를 인삼, 맥문동과 함께 달여 복용하면 기침에 좋다.
또한 목욕탕 물 온도 정도의 뜨거운 물에 족욕(足浴)을 하면서 따끈한 차(茶) 한잔을 마시면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
폐렴(Pneumonia)은 세기관지 이하 부위의 폐(肺)조직이 세균, 바이러스 등에 감염돼 생기는
염증 질환이다. 폐렴구균이 일으키는 연쇄상구균성폐렴은 가장 흔한 형태의 폐렴으로 특히
병원 입원환자에게 흔하게 발생한다.
폐렴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년층에 잘 생기며, 특히 노인들은 회복 속도가 더디고
사망률도 높다.
폐렴의 증상은 신체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전신적인 증상과 폐에 염증이 생겨 폐의 정상적인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폐 증상이 나타난다.
발열(發熱)과 함께 기침, 가래, 흉통(胸痛), 호흡곤란 등 호흡기계 증상이 많이 나타나며, 두통,
피로감,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흉부(胸部) X-선 검사를 시행하며 객담검사, 혈액검사, 혈청검사, 흉막액
배양검사 등을 실시하기고 한다.
고령 사회를 맞아 우리나라 폐렴 사망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폐렴 사망자는 2000년 6.0명에서 8.5명(2005년), 14.9명(2010년), 그리고
2011년 17.2명으로 늘었다.
고령층에서는 폐렴이 암(癌) 사망률 보다 높다.
즉 한국인의 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43명인데 비하여 75세 이상 노인의 폐렴 사망률은
300명을 넘는다. 이에 폐렴이 한국인 사망 원인 6위로 올라섰다.
폐렴은 입원 치료를 받는 가장 흔한 질병으로 한 해 약 30만명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치료는 원인균에 따라 방법이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각 세균에 따른 적절한 항생제(抗生劑)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효과적인 항생제로 인해 대부분 완치가 되고 있지만 폐렴 원인균들의
항생제 내성(耐性) 또한 점점 강해지고 있어 일부 폐렴은 옛날 보다 더 치료하기 어려워졌다.
일반 성인의 경우 폐렴으로 입원하면 약 7일 정도 후에는 대부분 증상이 호전된다.
반면 65세 이상의 노인에서 폐렴이 발생할 경우 10명 중 8명 이상이 입원을 하여 치료를
받으며, 입원기간도 일반 환자에 비해 2배 이상 길다.
즉 노인은 15일에서 길게는 30일까지 입원하며,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에는 패혈증
(敗血症) 등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폐렴 예방을 위해 예방 백신을 맞도록 한다.
폐렴 원인의 30〜40%를 차지하는 폐렴구균에 대한 백신은 계절에 상관없이 접종할 수 있다.
폐렴균에 대한 항생제 내성률이 70〜80%로 매우 높아 예방 백신으로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
나이가 50세 이상이면 폐렴 예방접종(豫防接種)이 권장되고 있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천식, 당뇨병, 만성폐쇄성 폐질환, 간경화, 만성 신부전증,
심부전, 심근경색증, 암 치료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 등은 폐렴 백신을 꼭 맞아야 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은 10% 수준이다.
이에 지역 보건소(保健所)에서 ‘어르신 폐렴구균 무료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으며, 5〜6월에
만 75세 이상을 우선 접종한 뒤, 만 65〜74세 어르신은 10-11월에 접종할 예정이다.
아침과 밤은 쌀쌀하고 낮은 따사한 봄철 날씨 특성상 일교차가 크게 난다. 일교차(日較差)가
10도 이상 나는 환절기에는 감기에 안 걸리도록 하는 것이 폐렴 예방에 중요하다.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야외 활동을 할 경우에는 옷을 따뜻하게 입어 몸을 보온하여야 한다.
흡연, 과음, 과로, 편식, 수면 부족 등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자주 햇볕을 쬐며 걷기 운동 등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여 생활의 리듬을 유지
하여야 한다. 황사(黃砂), 미세 먼지가 발생하는 날에는 가능한 한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특히 노인들은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며, 기존에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병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각별히 주의하여야 한다.
글/ 靑松 朴明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