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오늘 청주 출장 가는 날인데 아래 내용이 페이스북에 뜨길래 몇 글자 끄적끄적. 8년 전 박근혜 시절 민중총궐기 이후. 결과적으로 박근혜는 탄핵으로 물러났지만, 민중총궐기 이후 민주노총에 있던 가장 가까운 선배는 구속되었고, 지역본부에 있던 가장 친한 친구는 집 앞에서 수갑채워져서 연행되고, 안타깝게도 백남기 농민은 그때 물대포로 인해서 돌아가셨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투쟁 당시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1400명이 상경했었고, 그중에서 우리 교육공무직 충북지부 파업대오만 700명 넘게 서울로 올라갔었다. 그해 연초부터 파업 계획 세우고 조직하느라 우리 지부 간부들이랑 400여 학교 현장을 돌면서 조합원들이랑 정말로 울면서 만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총궐기 이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서 자진 퇴거하며 '비정규직 철폐' 머리띠를 두르는 모습을 TV로 보면서, 일면식도 없었지만 저 사람은 정말 '우리 대장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함께 울컥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결국 박근혜가 한상균 위원장을 구속했어도, 내 주위 선배와 친구들을 잡아가두었어도, 울고 다닐 정도로 힘들게 활동했어도, 당시 우리에게는 이명박-박근혜에 맞서는 대의명분이 있었고 자부심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민주노총도 그런가?
이명박과 박근혜가 경찰과 용역 깡패를 총동원해서 사업장별로 노조를 박살내고, 정보기관을 총동원해서 진보당을 해산하고 노조를 공격했던 것과 다르게, 윤석열은 대중적으로 시민들과 심지어 조합원들에게마저 민주노총이 외면받는 약한 고리를 붙잡고 민주노총의 사회적 고립을 강화하고 있다. 간첩 사건이 조작이냐 아니냐, 노조 회계에 부정이 있느냐 아니냐와 같은 진실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두 의혹을 제기하면 할수록 지지율이 올라가는 재미를 보고 있는게 사실이다. 거기다 저들은 MZ노조를 가져다가 민주노조를 중장년의 기득권 노조 이미지로 대비시키기까지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지도부는 그저 '주구장창 총파업 노래'와 민주노총판 위성정당 논란을 가져올 '진보정당 연합 선거정당'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기에, 민주노총의 사회적 고립은 그 자체로 조합원들의 노조 파업 참여 동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대의명분도 없고, 자부심도 없는 조합원들이 무슨 연유로 피해를 감내하면서 총파업에 동참할 것이며, 아무 감흥도 없는 연합 선거정당에 참여할까.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소위 '간첩 사건', '회계 부정 사건'에 대해 모두 다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이건 다 거짓이고 공안 탄압이다'라는 입장만 취하고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이명박과 박근혜가 수세에 몰려 '다스도 내것이 아니고, 최순실 측근설도 다 거짓이다'라고 했을 때, 그게 대중들에게 설득력이 있다고 누가 생각했나. 민주노총이 투쟁을 해야한다는 원칙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외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윤석열의 민주노총 고립 강화에 맞서 우리의 대의명분은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민주노조가 왜 필요한지, 그로부터 어떻게 우리를 대중적으로 표상할지부터 지혜를 모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 심판과 같은 별 감흥 없는 구호는 그만 두고, 더 많은 노동자들한테 와닿는 구호가 필요하지 않을까. 당장 경향신문 기자들이 쓴 기획기사 '노조 왜 해?' 시리즈가 노조 간부들한테 반향을 일으킨 것만 봐도 알텐데.. 2023년 윤석열은 전혀 걱정 안되는데, 민주노총은 많이 걱정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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