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하느님의 그 좋으신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에페 1,5)”
오늘 말씀 전례는 창세기의 말씀과 대조된 에페소서와 루카 복음서의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대조를 이루는 가운데 하느님의 한결같음이 돋보입니다. 하느님은 끊임없이 사람을 찾으시고 부르셨지만 사람은 등을 돌리고 그분 앞에서 숨어버렸습니다. 사람이 자신을 부끄럽고 저주받은 사람으로 여기 동안 하느님은 그에게 옷을 입혀주시고 축복을 베푸셨습니다. 사람은 갖가지 변명을 하지만 하느님은 구원계획을 말씀하셨습니다. 아담과 하와 이후 인류는 그렇게 하느님과의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이제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따라 마리아를 통하여 인류는 하느님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됩니다. 새로운 관계는 ‘새로운 창조’로 시작됩니다. 새로운 창조의 시작은 ‘하느님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을 선택(에페 1,4)’하심으로써 이루어집니다. 바로 그 사람이 공경하는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이십니다!
마리아가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서 전해진 하느님의 부르심은 마리아 한 사람에게 전해진 부르심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인류에게 전해진 부르심입니다. 하느님은 사람을 찾아 그를 부르시고 세상 창조 이전부터 계획하신 구원 계획을 말씀하십니다. 그 구원 계획의 핵심은 사람이 ‘불가능이 없으신 하느님께서 영원히 그와 함께 계시면서 은총을 가득 받고 주님의 총애를 받아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그 부르심과 계획에 응답한 첫 사람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응답한 첫 사람에게 약속하신 대로 ‘성령과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으로 덮어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마리아의 모범을 따라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모든 사람들도 그 복된 구원 계획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만물을 당신의 결정과 뜻대로 이루시는 분의 의향에 따라 미리 정해진 우리도 그리스도 안에서 한몫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이미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우리가 당신의 영광을 찬양하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에페 1,11-12)”
그렇게 성모 마리아와 같이 하느님의 부르심과 계획에 응답하여 순명한 사람은 참으로 복됩니다. 하느님의 선택은 전능하신 능력에서 비롯된 선택이기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약속은 모든 것을 당신의 결정과 뜻대로 이루시는 분에게서 비롯된 것이기에 반드시 이루어지고 맙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총애는 완전한 사랑에서 흘러나오는 것이기에 어떠한 분순함과 불가능도 없이 그것을 받는 이들을 충만케 할 것입니다.
바로 여러분이, 우리가 하느님의 그 복된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고 응답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이시고 전능하신 하느님의 선택과 약속, 은총과 총애 앞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마땅한 응답은 성모 마리아와 다르지 않습니다. 굴종이나 비굴함이 아닌 확신과 감사에 넘친 응답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오늘 서품을 받는 22명의 사제들과 모든 사제들이 그 복됨의 대열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