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아웃2를 보고 쓴 글이다.
라일리는 사춘기를 지나는 중이다.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 다섯 감정들은 나쁜 기억들은 모두 버리고 좋았던 기억들만 남겨서 라일리의 신념과 자아를 구축해 나가고 있었다. 어느 날 <불안이, 당황이, 따분이, 부럽이>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했다. 친구들과 하키캠프에 가서 3일을 보내는 동안 라일리는 안팎으로 감정들 간에서도 사람들 속에서도 부딪힘을 겪는다. 그리고 실수와 혼란스러움을 딛고 한발 더 어른스러워지고 나다워진다.
시즌 1,2의 공통점은 각각 유년기와 사춘기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부정적인 감정, 슬픔, 불안과의 갈등과 공생을 다룬다는 점이다.
시즌1에서는 라일리가 어린이였지만 이제는 사춘기 소녀가 된 만큼 그 감정들도 성장했다는 게 느껴졌다. 시즌1의 결말과 이어지듯 슬픔이는 짐이 아니라 하나의 감정으로서 역할을 했고 다른 감정들도 그런 슬픔이를 지지해 주었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건 기쁨이가 난관 속에서 보기 드물게 화를 내고 비관적으로 이야기하자 버럭이가 기쁨이를 달래주고 격려하는 장면이었다. 커 가다 보면 항상 낙천적인 아이가 좌절하고 분노할 수도 있고, 심술꾸러기도 누군가를 다독이고 일으켜 세울 수 있다. 그런 반전들이 성장이니까. 공감이 되는 장면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불안이가 소심하고 겁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불안도가 높은 사람의 이미지도 동일해서였다. 실제로 영화 속의 불안이는 오로지 혼자 온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모든 요소를 자기 손바닥 안에서 제어하려는 통제적이고 권위적인 캐릭터였다. 내 상상보다 영화가 더 불안의 실제 성격을 제대로 반영한 것 같다. 우린 불안할 때 그것에 사로잡혀 머릿속을 지배당하고 불안은 다른 감정을 묵살시키고 모든 사건을 자기 주관대로 처리하는 독재자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울면서 본 사람들의 가장 큰 눈물 포인트는 ‘불안이’의 불안이 맥스를 찍고 폭주하기 시작하는 장면인 것 같다. 각자의 마음속에 하나씩 품고 사는 금쪽같은 불안이가 생각나서 못났지만 안쓰러운 내 불안과 화면 속의 불안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괴롭지 말라고 안아주고 싶었다.
영화 후반부에 아빠의 머릿속에서 한 번도 보이지 않던 아빠의 불안이가 잠깐 등장하고 다른 감정들이 불안이를 보며 오랜만이라 인사하는 장면이 있었다. 불안이에게 미안하지만 희망적인 장면이었다. 질풍노도의, 불안과 불안정의 시기를 지나면 불안이는 항상 함께하진 않는 모양이다. 불안과 헤어지는 기점이 꼭 성인이 될 때는 아닐 것이다. 나이를 먹어도 아직도 사춘기인 사람은 많으니까. 아무쪼록 어느 시기에 있든 여전히 불안에게 머릿속을 강점당하고 있는 모두와 나까지, 그가 떠나고 언젠가 돌아와도 라일리의 아빠처럼 오랜만이라 털털하게 말할 수 있게끔 불안이를 꼬옥 안아주고 화해하는 날이 오기를, 그때까지 불안에 상처입지도 상처 입히지도 않고 몸과 마음 건강하기를 아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