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노래하는 생명밥상 원주 농가맛집 '토요'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백운산 자락에는 회촌마을이라 불리는 작은 산촌마을이 하나 있다. 이 조용한 산촌마을에 이상하리만큼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흙을 노래하는 생명밥상'을 내는 '토요(土謠)'가 있기 때문이다. 토요는 단순히 음식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곳이다. 토요의 맛과 멋을 오롯이 즐겨보자.
서낭할머니 보쌈정식의 상차림
흙을 노래하는 생명밥상, 토요
원주 하면 치악산을 가장 많이 떠올리지만, 원주 남쪽에 자리한 해발 1,087m의 백운산 역시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숨어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백운산 서쪽 기슭에는 회촌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예부터 전나무가 많아 전어치마을로 불리다가 일제강점기에 전나무 '회(檜)' 자를 따 회촌마을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머물렀던 곳이고,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된 매지농악이 대대로 전수되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의 오랜 역사와 함께 전통과 문화가 공존하는 마을이다 보니 문화관광부가 문화역사마을로 선정하기도 했다.
[왼쪽/오른쪽]회촌마을 입구에서 본 '토요'와 매지농악전수관 / 매지농악을 형상화한 상징물
회촌마을은 여느 시골처럼 한적한 마을이지만, 요즘은 외지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흙을 노래하는 생명밥상 토요가 있기 때문이다. 토요는 흙 토(土), 노래할 요(謠)를 쓴다. 해석하면 '흙을 노래하다'라는 뜻이다. 즉 흙을 노래하는 생명밥상을 내는 곳이다.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이며, 흙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존재다. 흙은 곧 생명을 상징하며, 사람들에게 풍요와 건강을 선사한다. 토요는 농촌진흥청과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선정한 농가맛집이다. 농가맛집은 "농업인의 진정성과 이야기를 슬로푸드로 제공하는 신개념 치유형 농촌식당"이다. 그냥 맛집이 아니라 화학조미료 대신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을 이용한 로컬푸드, 더 나아가 역사와 전통이 가미된 그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넓고 깔끔한 토요의 전경 토요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함께하는 토요, 아트 토요, 갤러리 토요, 페스티발 토요 등 네 가지 문화를 더했다. 함께하는 토요는 회촌마을의 전통음식 체험으로 두부, 청국비지, 전통떡과 술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으로 4월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아트 토요는 회촌마을에서 즐기는 공연으로 월 1회 진행되며, 갤러리 토요는 토요에서 상시 열리는 작가 초대전이다. 재미있는 것은 전시회가 미술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참여 작가가 다음 전시회 초대 작가를 지명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페스티벌 토요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대표하는 네 가지 축제로 회촌마을과 외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간다. 봄에는 단오, 여름에는 회촌마을에서 생산한 옥수수, 가을에는 회촌마을 배추를 이용한 김장, 겨울에는 정월대보름 달맞이축제를 주제로 성대히 열린다.
릴레이 작가전이 열리는 토요
서낭당 할머니를 닮은 토요의 음식
토요의 생명밥상은 회촌마을에서 생산되는 건강한 먹거리를 기본으로 한다. 식재료의 대부분이 회촌마을이나 원주 지역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토요의 원산지 표기에는 수입산은 물론 국내산이라는 표기도 찾아볼 수 없다. 모두 '회촌마을산', '회촌산 유기농'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원주 지역이라도 돼지고기는 '치악산 금돈', 소고기는 '원주산 한울축산' 등으로 세세하게 표기해 믿음이 간다. 메뉴는 크게 점심시간(오전 11시 30분~오후 2시)에만 맛볼 수 있는 원주절기음식 모둠상, 하루 전까지 예약을 해야만 하는 토요생명밥상, 묵은지닭볶음탕과 뽕잎토종닭백숙 등이 있다.
[왼쪽/오른쪽]서낭할머니를 형상화한 보쌈정식 / 원주에서 나는 뽕잎으로 만든 뽕잎밥
원주절기음식 모둠상은 쉽게 말하면 한식 뷔페다. 국과 찌개는 물론 생선조림과 다양한 밑반찬, 샐러드로 즐길 수 있는 신선한 야채, 해초, 과일 등 20여 가지의 음식이 상에 오른다. 절기음식 모둠상이라는 이름처럼 제철 재료를 이용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밥도 찰밥, 잡곡밥, 뽕잎밥이 매일 번갈아가며 나온다.
묵은지와 무생채를 넣어서 빚는 만두는 매콤하면서도 깔끔하다
토요생명밥상은 일명 서낭할머니 보쌈정식이다. 전체적인 상차림은 꽤 푸짐하다. 회촌마을에서 만든 묵은지와 시래기로 찜을 만들고, 부추 위에 돼지고기를 올렸다. 자세히 보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바로 회촌마을 서낭당에 모셔진 서낭할머니를 형상화한 것이다. 보쌈 돼지고기와 마늘, 고추, 당근으로 각각 서낭할머니의 머리, 눈, 코, 입을 만들었다. 묵은지와 시래기, 청국장과 된장을 섞은 양념장에 돼지고기를 올려 먹는다. 보쌈을 먹고 난 뒤에는 육수를 더 붓고 버섯, 호박, 고구마, 두부, 만두 등을 넣어 끓여 먹으면 된다.
회촌마을의 자랑, 토지문화관과 매지농악전수관
[왼쪽/오른쪽]박경리 선생이 생전에 사용했던 바느질 도구 /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
회촌마을은 역사와 예술이 깃든 고장이다. 250여 년의 마을 역사는 물론 매지농악과 함께 정월대보름 달맞이축제와 단오제의 전통이 면면히 내려오고 있다. 게다가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말년까지 머물다 세상을 떠난 곳이다. 박경리 선생은 1980년 서울을 떠나 원주 단구동에 정착했다. 《토지》의 4, 5부를 완성할 만큼 왕성한 집필활동을 한 곳이 바로 원주다. 단구동 일대가 택지지구로 개발되면서 1998년 회촌마을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 토지문화관은 후학을 양성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1층에 박경리 선생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과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문화관 인근에 선생이 머물던 2층 집이 자리했다.
회촌마을 매지농악전수관 회촌마을의 원주매지농악은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회촌마을은 백운산을 경계로 충청도와 맞닿아 있고, 경기 지역과도 가까운 지리적 특색을 가지고 있음에도 영서 이남 지방 특유의 농악 형태를 이어오고 있다. 원주매지농악은 회촌마을에 전승되어온 전통 농악으로 농번기에는 두레농악, 동제를 올릴 때는 축원농악, 명절에는 놀이 등으로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다. 특히 정월대보름 달맞이축제와 단오제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해 흥을 돋운다. 매지농악전수관에서는 전통문화이자 예술적 가치를 지닌 매지농악을 전수, 계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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