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큐피드> ( 2 )
아까부터 자꾸만 허벅지를 쓰다듬는 여자의 손길에 은혁은 몸을 움찔한다.
안나수이의 짙은 향기가 화장품 냄새와 뒤섞여 영 속이 거북하다.
“자기야아. 어디 가는 거야? 자기 집에 가는 거야?”
“내려”
“왜애? 나 오늘 시간 많아”
“내리라구”
“싫어. 나 오늘 시간 많다니까. 내가 오늘 자기 천국 보내줄께.”
또 시작이다. 이 여자, 밝혀도 너무 밝힌다.
한두 번 만나고 끝낼려고 했는데 생각 외로 질린 여자다. 게다가 자존심까지 없다.
“오늘 좀 피곤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랑곳없이 은혁의 탄탄한 가슴을 어루만지는 여자.
차가 잠시 정체 되 있는 순간, 여자의 손은 좀 더 대담하게 아래로 향한다.
더 깊이.... 깊이........
은혁, 순간 자신도 모르게 흥분이 된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또 한번 휘말렸다간 경을 칠 지도 몰랐다.
이런 부류들을 잘 안다. 어떻게 남자 하나 잘 물어서 신분상승해보겠다고 발악을 하는
이런 여자들. 은혁이 제일 혐오하는 부류였다.
여자의 손을 탁 뿌리치려는데 이때! 끼이익_____
급브레이크를 밟는 은혁의 차.
미처 신호등을 못 봤다. 길을 건너던 한 여자,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동시에 넘어지고 들고 있던 가방 안에 내용물 우르르 쏟아진다.
오늘 재수 옴 붙었네.
은혁, 영 찜찜한 기분으로 앉아있는데....그 여자, 창문을 톡톡 두드린다.
마지못해 나가는 은혁.
근데.....어라? 이 여자....아까 그 여자?
채은과 은혁,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보고 놀란다.
아까 지하철역에서 만난지 6시간 만에 이렇게 또 만나게 되다니....이것도 인연인가?
은혁,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줍는 채은을 보며
“차암 인생 힘들게 사네”
채은, 팔짱 끼고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은혁을 쏘아본다.
“이봐. 왜 그렇게 여유만만이야? 이거, 명백한 당신 과실이야? 알아?”
은혁,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수표 몇 장을 꺼내며
“자. 이거면 돼? 이 참에 속옷도 하나 장만하든가.”
채은, 은혁이 건네는 수표 여러 장을 잠시 바라본다.
저걸 받어? 말어?
보통 드라마에선 여주인공이 이런 거 절대 안 받든데.
불쾌한 얼굴로 남자 얼굴에 확 뿌리면서 쏘아 부치고 가든데.
하지만 드라마는 현실과는 다르지., 그것도 아주 많이.
결국, 채은, 은혁이 내민 지폐를 뺏듯이 받는다.
생각해보면, 지금 자신이 알량한 자존심 따위 내세울 때가 아닌 것이다.
넉넉하지 못했던 집은 아버지의 빚보증으로 인해 압류딱지까지 붙었고 좀 있으면 경매에 넘어갈 판이었다. 아버지는 무능력하고 하나뿐
인 오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만 치고
있으니 정말 앞이 안 보이는 현실이었다.
“은혁씨, 뭐 해?”
차 안에서 나오는 늘씬한 미녀, 세상에. 아까완 또 다른 여자였다.
저 인간. 도대체 여자를 몇이나 달고 다니는 거야?
“그럼 가도 돼지?”
은혁, 여자를 데리고 다시 차에 오르는데 채은, 다가가 은혁의 앞에 가서 선다.
“나 다쳤을지도 모르는데....”
어쩐지 비굴한 느낌이 든다.
“다쳐? 어딜?”
“....”
“부딪히지도 않았쟎아. 30미터 전방에서 넘어졌는데 어딜 다쳤다는 거지?”
“그게...저기....살짝...아주 사알짝 부딪혔는데.”
정말 이러고 싶진 않지만 지금 한푼이 아쉬운 채은으로선 어쩔 수 없다.
예전에 아버지가 차에 살짝 부딪혀 발가락 하날 다치시고도 병원에 한달을 입원하며 보험사로부터 500만원을 받아내는 걸 본 적이 있었
다.
돈도 많아 보이는데 에라 모르겠다,. 그냥 들이대자.
“그래서? 더 달라구? 아님 병원에라도 입원하시게?”
“그래요. 아이구, 삭신이야. 아야.”
아픈 척하는 채은.
“그렇게 안 봤는데 꽤나 비굴하네. 어린 나이에. 하긴 죽지 않고 살려면 그렇게라도
해야겠지. 근데 어쩌나. 내가 지금 가진 돈이 없는데......”
허쭈. 이 자식 수 쓰네.
서린 기업의 기획실장이고 외제차까지 몰고 다니는 인간이 돈이 없다고?
채은, 뭐라고 하려는데 은혁, 잠시 머뭇거리며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거라도 가질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빼서 건네는 은혁. 척 보아하니 돈도 안 될 것 같은 낡은 목걸이.
마지못해 받아드는데 은혁, 이미 차를 타고 시동을 걸고 있다.
저기...저....이봐요!
부르릉_____이미 차는 출발해 버리고.
황당한 얼굴로 서 있는 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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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2.
[ 중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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