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에 관한 변론
- 김미정
뱉지도 삼키지도 못해 목에 걸린
참말과 헛말 사이 들썩이는 숨소리
경계가 허물어질 때면 목 넘김이 순하지
허울을 걸어놓고 골똘한 하루하루
가고 오지 않는 이유 따위 모르고
울다가 웃다가 말다, 먹울음을 삼키지
선연한 흑과 백이 팽팽히 맞닿아서
이쪽도 저쪽에도 다가서지 못할 그때
잿빛에 물든 하늘이 울멍울멍 맴돌지
-<대구시조> 2023. 제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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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빛이 흑과 백 뿐일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흑백논리에 익숙합니다
오죽하면 인간의 꿈은 총천연색이 아니라는 증거를 댑니다^*^
하나의 행위를 놓고 옳다 그리다를 따지는 게 싫어서 양비론을 펼치면
'회색분자'라는 멍에를 씌우기도 합니다
세계 4대성인으로 추앙받는 분들도 가까운 누군가로부터 비난받고 따돌림을 받았습니다
티끌 하나 없고 흠결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요?
입에서 나온다고 다 참말이 아니듯이
유명한 이의 약속이라고 해서 꼭 지켜진다는 보장이 없는 세상살이입니다
밑그림은 늘 회색이어서 덧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