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길에 2박3일 모스크바에 들렸다.
1994 년, 겨울 귀국길에 비행기가 이루크츠크에서 가솔린 공급을 이유로 내리더니 6시간 연착하고 말았다.
하바로브스크에서 아시아나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승객은 5명, 이미 비행기는 4시간 전에 출발~~!!
나와 두 아이, 영남대 교수님 한 분, 그리고 카이스트의 초청을 받아 객원연구원으로 서울로 가던 초행길의 니나씨
우리는 비행기를 놓치고 망연자실 항공사에 항의도 해 봤으나 나는 모르쇠로 일관......
할 수 없이 나흘 후에 오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얼어붙은 우수리 강가에도 가보고 박물관도 가보고 북한 식당에서 3박 4일 식사를 해결하며 호텔비도 내가 내면서 그렇께 함께 어울렸었다.
그리고 서울에 오자마자 설 연휴가 왔고 카이스트의 게스트하우스에 혼자 지낼 것 같은 니나를 우리집에 초대해서 또 연휴를 같이 보냈다, 그 때 이후 수많은 인연이 이어졌고 이제 그녀는 외국서 번 돈으로 모스크바에 아파트를 장만해 살고 있다.
난 가급적 유럽을 오갈 때는 그녀를 보기 위해 일정을 마련하는 편인데 이번에도 그러했다.
참으로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니나씨~~니나 언니~~~^^
모스크바를 7, 8번은 간 것 같은데 영 인연이 닿지 않는 곳이 다이아몬드 펀드 였다.
휴일이거나 문을 닫은 시간이거나 표가 없거나.....수리중이거나......
글을 검색해봐도 이 곳에 관한 기사는 없다.
이번에는 열일을 제치고 그곳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니나 언니의 사전 검색과 노력으로 우리는 드디어 소원을 달성했다,
러시아인인 언니도 그곳에 가본 적이 없었단다.
정보를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목요일은 휴관이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인가만 연다. (정확지 않네...벌써 한 달 전 일이라....)
하루 입장 인원이 정해져 있다.
표는 전혀 예약을 할 수 없다.
아침에 가서 줄을 서면 선착순 판매한다.
크렘린 안에 있는 건 맞는데 일반 크렘린 입장객과는 입장하는 문도 표를 파는 매표소도 다르다.
상당히 떨어져 있고 모스크바 강가 쪽 보르비츠카야 망루 바로 아래 숨듯이 입구가 있다.
가방속은 철저히 수색당하며 반입 금지 품목도 많다.
두 번이나 엄중한 수색을 당하고야 다이아몬드 펀드 앞에 도착 할 수 있다.
사진기는 꺼내서도 안된다.
우리는 아침 9시까지 가기로 했다. 교외의 아파트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7시 반에 나섰다.
드디어 9시 도착 줄을 서서 기다리다 검문소를 통과하고 박물관 앞에 이르렀다. 우리 앞에 이미 오십여명 정도가 줄을 서고 있었다.
아마도 열시 전후로 오늘의 표는 동날 것이다. 주말이라면 더욱 그럴것이고 (우리는 수요일이었음)
참고로 왕실의 무기나 말갖춤, 복식, 가구등을 볼 수 있는 무기고는 입구가 가깝기는 한데 별도의 표를 구해 들어간다.
표를 드디어 사고 줄을 서서 기다리면 일정 인원(약 20명 안팎)씩 끊어서 가이드를 따라 입장 한다. (영어, 러시아어)
열댓명의 경비병은 아주 살벌한 표정으로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가이드는 박물관에 대한 자긍심에 넘쳐 있고 어조 또한 비장하다. 그것을 듣는 러시아 인들도 자부심에 가득차 낮은 목소리로 진중하고 묻거나 한다. 단 두개의 전시실에 20여개 정도의 전시부스가 있고 한 번에 두 세개의 부스에 들어 있는 보물들을 설명 한 뒤 ( 이 때 딴 짓을 하면 안된다. 다른 부스를 기웃거린다든가...) 2,3분의 시간을 주면서 둘러 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 부스로 이동 하는 식이다.
이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 부분에는 다이아 몬드외에 유색 보석들의 원석이 전시되어 있다. 어느 한 부스에 들어 있는 다이아몬드의 양이 6 킬로그램이란다.
보통 4백에서 6백카라트 정도 되는 원석들이 여러개이고 백여 카라트 짜리는 즐비하다.
희귀한 노랑이나 핑크, 파랑 다이아원석 들이 있다.
그 다음 금 성분이 80% 이상 되어 보이는 샛노란 금덩이 들과 은덩이 들이 덩어리째 놓여 있는데 보통 한 덩이의 무게가 수십킬로그램에 달하고 백여킬로에 가까운 것들도 있다. 물론 잘 정제된 순도 99.9 %의 금괴도 쌓여 있다.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보석 컬렉션과 비교해도 완전 우위다.
저 넓은 시베리아의 보석광산에서 생산 된 원석들.......
아직 시베리아에 무엇이 얼만큼 매장되어 있는지 러시아 정부도 모른다고 한다.
아직은 꺼내 쓸 때가 아니라는 말 밖에......
그리고 드디어 로마노프 왕조의 왕과 왕후들이 사용했던 왕관과 가슴장식, 브로치 반지, 귀거리, 목거리, 팔찌.......티아라......
너무 아름답고 화려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미술관에 그림에서 보았던 왕관의 실물이 여기 전시되어 있다.
온갖 보석과 색색의 진주알들이 주렁주렁 연결된 보물들......잘 다듬어진 핑크ㅡ 노랑다이아들, 블루 사파이어, 녹색 에메랄드
크기도 다양하고 모양도 다양한 보석들이 아낌없이 박혀 있다.
정말 예뻤다.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값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예술품마냥 예뻤다.
그리고 그 다음은 공산혁명 이후에 러시아의 전통 기술과 현대 기술을 접목해 만든 왕관과, 보석레이스, 브로치, 온갖 악세서리를 전시해 놓은 부스를 보았다. 다이아몬드 컷탕 기술의 발달과 디자인의 세련됨으로 인해 이 또한 대단히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수천개의 다이아몬드로만 만든 활짝핀 장미 꽃과 잎사귀, 그리고 꽃봉우리를 연결해 놓은 브로치의 경우는
꽃의 섬세함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전통방식으로 만들었다는데 이제는 제조기술을 가진 장인이 없어 더 이상 그 비밀을 알 수 없단다.
잠시도 눈을 떼고 싶지 않은 기분은 바르셀로나의 가족성당 천장을 보았을 때(자유시간 30분)와 이날이었지 않나 싶다.
이번에는 두세개의 부스를 단 3분에 보아야 하였으니.......ㅎㅎㅎㅎ
그저 아름답다...아름답다...라는 말 밖에는......
런던탑내의 왕관실과는 비교도 안되는 화려함에 압도당했다.
러시아는 다이아몬드 왕국이다. 자신의 가치를 더 돋보이기 위한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이 박물관이 세워졌으리라 여겨진다.
이 박물관은 소속도 러시아 재무부 산하에 놓여있다.
아마 지구상의 가진 자들은 여기에 있는 보물을 소유하고 싶을 것이라 여겨진다.
값으로 환산하기 힘들것 같은 이곳에 보물들은 내게 황홀함을 선사했다.
이제 모스크바 갈 일이 생기면 반드시 다시 가볼 것이다. 갈 때마다.....ㅎㅎㅎㅎㅎ
실없어 보여도 할 수 없다...
보르비츠카야 망루 바로 아래 계단에 줄선 니나언니
아래 사진의
첫댓글 어마어마한 보석들의 향연을 보고오셨네요
저도 아직 가보진 못했지만 다음 러시아여행땐 꼭 들러봐야겠군요
헐 ~~
러시아를 7.8번씩이나 가보셨다니~~
정말 인연이 많은신가보네요
부럽고~~ 다이아몬드펀드!
저도 담 러시아방문때 꼭 가보렵니다
항상 가보고싶은곳중 하나가 러시아인데 좋은 정보 정말 감사합니다
다이아몬드펀드!
머릿속에 완전 입력합니다 ㅎ
누구 초상화?
모스크바에 짜르찌노라고 옛 궁궐을 복원해 놓은 곳이 있어요. 현재는 근사한 공원입니다. 그 곳을 지으라고 한 사람이 에카째리나 여제인데 완공을 못보고 죽었어요. 그 아들 니콜라이 황제는 궁 짓기를 반대해서 짓다 말았죠. 이 초상화도 그 궁궐서 찍었던 것 같아요. 조금 자신 없기는 한데 남은 기억으론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