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속의 문
권수찬
문은 역이었으며 철길이었다
마당 어귀에 불안한 온도
한꺼번에 휘둥그레지다 부려진 입이었다
구두가 사라졌고 담장이 조용했다
정착하지 못한 문들이 뒤숭숭했다
지그재그로 걸쳐진 문,
이 문과 저 문 사이로 흘끔거리는 개들의 뒤축
어머니가 유리 재떨이를 내다버린 날부터
두 뼘 자리엔 약봉지가 대신 앉았다
문지방의 일방통행은 어긋남이었고
창 너머 무엇 하나 잡히는 적 없었다
지붕은 새처럼 불쑥 튀어나왔으며
검은 우물은 움푹 솟았다
부딪히는 난간마다
안팎으로 내다버린 흥정이 있었다
흘러 다니는 공기가 커튼 속으로 숨어들고
창문 닳은 모서리마다 축축한 말소리가 베겼다
누런 탱자나무 분재가 내려앉았다
열매는 쭈그러들고
난 화분 속에서 꽃 피고 싶어졌다
흔들리는 건 내가 아니라 긁히는 바닥이었다
선반 위 돋보기가 반드시 놓여 있고
못에 걸린 아버지의 잠바가 장롱 깊숙이 묻힐 즈음
문짝을 세우던 나에게
손잡이가 뒤통수를 툭툭 치고 있었다
마음에도 수축된 창이 있어
활처럼 굽은 저녁
나는 파리해진 문틈을 엿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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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감상실
문 속의 문 - 권수찬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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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0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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