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 강우근
하나의 불이 꺼질 때 나의 영혼이 어디로 옮겨 가는지 궁금해
내가 희미해질 때 왜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은 전부 검게 물들어가는지
내가 사라질 때 또다른 빛을 보는 아이들의 표정은 얼마나 생생할까
어디선가 달리고 있을 아이들은 모래알처럼 빛이 날까, 초원의 풀처럼 자꾸만 솟아날까
용기가 없는 사람의 용기가 정말로 궁금해
잠들기 싫은 날에 나를 오래도록 켜놓은 사람의 다음 날이
힘을 내려고 밥을 푹푹 떠먹는 사람의 아침 인사가 궁금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이 하얀 연기는 내가 말하는 방식일까, 당신이 말하는 방식일까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나를 자꾸만 피운다
나는 당신에게 몇분의 기억이 될 수 있을지
당신이 읽는 책의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
당신이 울면서 했던 기도가 이루어졌을
세계에서 당신이 지을 환한 미소가
ㅡ시집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창비, 2024)
***************************************************************************************************************************
어제 오후 묵은 세배를 드릴 겸 찾아 뵌 종숙모께서는 많이 수척해보였습니다
지난해 여름 지병으로 먼저 소천하신 종숙과 재혼하신지 어언 반세기 이십니다
홀로 되신 후 체중도 줄고 참고 살았던 신체적 노화도 드러나서 약한 치매도 나타나 있습니다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으니 교회에 나가 기도 드리는 외출마저 꿈도 꾸지 못하십니다
자연스레 아들딸에게 전화하는 것 말고는 사람 구경조차 힘들다고 투덜대십니다
-아지매요, 그래도 귀가 멀쩡하고 팔다리도 움직일만 하니 얼매나 다행이니껴?
-다복이도 저리 비틀거리면서 곁을 맴돌고 있으니 마음이 놓이니더.
재혼전에 낳은 딸래미 내외도 가끔 찾아오고, 재혼 뒤에 길러 성가시킨 4남매도 지성이니
어쩌면 다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천하신 종숙과 함께 교회에 나가 기도하셨던 것들이 모두 친인척 행복이었다는데......
설 연휴 나흘 동안은 요양보호사도 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혼자 있을 날을 걱정하시네요
그래도 맏아들이 찾아 올 것이고, 한 마을에 사는 시동생 내외도 있으니 마음이 놓입니다
새봄이 와도 이만큼만 건강 지키시기를 빌며 키가 줄어든 양초의 기도를 떠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