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속는 노인들
45세인 부장판사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66세 할머니에게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막말을 해 물의를 빚었다.
사기 및 사문서 위조사건 피해자인 할머니가 진술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자
불쑥 내뱉은 말이다.
사기 피해를 입은 것만 해도 억울한데 판사에게 모욕까지 당한 것이다.
나이 든 노인들은 왜 그렇게 사기꾼들에게 쉽게 속는 걸까. 속이 빤히 보이는 사기에도
속아 넘어간다 대부분 사람에게 그렇게 명백한 야바위로 보이는 것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
시골 할머니들은 공짜상품을 준다는 얄팍한 사기상술에 속아 엉터리 물건들을 사들이기
일쑤다.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60세 이후엔 의심 기능을 관장하는 뇌의 특정 부위(vmPFC)가
쇠퇴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복내측 전전두엽이 조절하는 '의심 과정'에 결손이 생김에 따라 판단력이 흐려지게
된다. 그러면 허위 정보, 노골적인 속임수와 사기에도 취약해진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쉽게 속아 넘어 간다.
인터넷 팝업 광고 은행 계좌 상세정보를 알려주면 복권 당첨을시켜준다는 꾐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전화 이용 구입 권유자들이 노인들에겐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이다.
너무나 명백한 사기 책략인데도 속절없이 넘어간다
문제의 뇌 부위 vmPFC는 소프트볼 공 크기 정도로, 사람의 머리 앞쪽 눈 바로 위에
있다. 60세 이후에 퇴화가 진행되는데, 퇴화의 시작과 진행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문제의 부장판사는 무심코 실언을 했을 것이지만, 어쩌면 vmPFC 퇴화가 그에게 조금
일찍 찾아왔을 수도 있다.
전에 어느 대통령후보는 늙으면 집에서 쉬시고 투표하지 않하는 것이 좋다고도 공언하고
모당의 새파란 의원은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멤버들을 향해 '나이를처먹었으면 곱게
처먹어. 당신 같은 어버이 둔 적 없어.
분노감에 욕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개 같은 쓰레기들과 말 섞기 싫어서 참는다'고도 했다.
한국전쟁의 전설적인 할아버지 뻘되는 望百의 영웅을 국회 국방위 감사장에서
민족반역자라 부르다니
이런모욕도 젊은아이의 조기vmPFC 퇴화인지 아니면 나이든 세대가 vmPFC퇴화로
잘속아 넘어가 주어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