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괜찮은 잡지책
평소 책을 읽으면서,
괜찮은 잡지책 하나 정기적으로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와중에 법정스님이 추천한 책들을 소개하는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을 보았다.
법정스님이 추천한 책들 중에 <녹색평론>이라는 잡지책을 알게 되었다.
광고도 없는 책,
읽기 부담없게 2달에 한번 나오는 격월간지,
진보 성향의 책,
그 책이 가슴과 머리에 팍 와 닿았다.
그래서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을 읽자마자,
<녹색평론>의 최근호인 111호를 주문하였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읽었다.
첫부분에 현 경제 체제에 반기를 들면서 화페 개혁을 이야기하는 부분에
낯선 경제 용어들로 읽기 어려웠지만,
그 이후에는 괜찮았다.
그리고,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 내 속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비록 엉망이 된 나라를 지금 당장 바꿀 수 없는 안타까움에 가슴을 치기도 했지만 말이다.
환경 친화적인 종이질도 맘에 들고,
그 속에 담긴 뜻 또한 깊어 좋았다.
앞으로 이 잡지책을 자주 읽을 것 같다.
1. 死대강을 반대한다.
지난달에 무주로 놀러간 적이 있었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오가며 쉬엄쉬엄 갔었다.
가는 길에 금강을 보게 되었다.
트럭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금강을 보았다.
말로만 듣던 4대강, 아니 死대강을 직접 눈으로 본 것이다.
비참한 광경이었다.
그냥 눈으로 보아도 강 주변에 있는 동식물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강바닥이 파헤치고, 강 주변의 풀들도 모두 갈아엎었다.
삽질도 이런 삽질이 없다.
저렇게 파헤진 저곳은 회색의 콘크리트로 덮일 것이다.
저런 곳에 내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다.
이번 111호에서도 그런 4대강 정책을 비난하는 글들이 많이 실려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4대강 정책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에 의해 우리 백성들은 귀가 먹은 것인가?
상식을 밥말아 드셨나?
그런 4대강을 추친하는 이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정말 이해가 안간다.
나중에 후세들에게 얼마나 욕을 먹을려고...
온 몸으로 막아도 모자를 판에, 그들에게 표를 던지다니 말이 되는가.
정말, 드러운 시절이다.
그는 정말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지 모르겠다.
4대강을 녹색 뉴딜이라는 헛소리를 하고 다닌다.
이 책에 실린 4대강 정책을 비난하는 여러 글들 중 최종진이라는 시인이 쓴 아래 시가 가장 감명깊었다.
...
죄인
- 최종진
2009년 11월 10일 오늘을
죽음의 홍수라 하자
4대강 삽질이 시작되었다
매천의 절명시를 놓고
고개 돌려 외면하려는 나는
도대체 어찌된 놈인가
십자가 둘러메고 피 철철 흘리며
온 산하를 미친 듯 헤매어도
내 죄는 조금도 씻기지 않으리라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이
황톳물 되어 쿨렁쿨렁
가슴을 넘쳐흐른다
2. 세상은 모순덩어리
이 세상의 모순덩어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꾸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국의 통화문제 전문가인 리처드 쿡의 <통화개혁과 '국민배당'>을
통해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금융의 은행 독점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
은행업자들이 화폐 창조를 독점하고 있는 것은 최악의 민영화이다.
이 시스템은 온갖 곳에서 온갖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하고 있다.
개인, 기업, 정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은행의 화폐발행 메커니즘에서 생겨나는
부채에 쫓기면서 끝없는 경쟁적 질주를 강요당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또 장기적으로 통화의 가치를 감소시킨다.
연방준비은행법이 성립한 1913년 이래 미국 달러가 그 본래 가치의 95퍼센트 이상을
읽어버린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물가에 붙어있는 것은 이자만이 아니다.
시장에서 물품을 판매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이 안고 있는 부채를 면하려고
가능하면 물건 값을 올리려고 하는 것이다.
부패를 기초로 한 이 통화제도는 그 희생자인 사회가 죽어서야 행진이 끝날 것이다.
지금 세계 전체가 죽어가고 있다. (40 쪽, <통화개혁과 '국민배당'> 중에서)
...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는 자식 교육을 위해 정보를 수집한다.
열심히 책을 사서 본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다.
육아에 관련된 책을 사고, 인터넷을 뒤져 본다.
하지만, 옛날에도 그랬을까?
...
그러니까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하도 답답한 나머지 아들아,
아이는 책가지고 키우는 거 아니다, 하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심오한 말입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근대사회가 형성되기 훨씬 이전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간사회가 수행해왔던 일입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공동체에 누적된 엄청난 지식과 기술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아이를 기르는 것은 개인의 학식이 아니라
면면히 전승되어온 공동체의 결집된 문화의 힘이라고 할 수 있죠.
근대적 학문 따위로는 도저히 근접도 못하는
풍부하고 깊은 지혜가 거기에는 축적되어 있는 거죠.
이런 전통을 무시하고 대학 나왔다는 것을 근거로 잘난 척하고 있었던 거예요. (66쪽, <일리치의 혹> 중에서)
...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자본주의에서 국가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국가 존재 자체에도 모순덩어리는 존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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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국가의 역사는 공동체 파괴의 역사였고 지금도 끊임없이 파괴하고 있는 중이다.
자본주의는 공동체를 파괴해야만 성립되는 체제이다.
농업공동체가 해체되어야만 노동자가 공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 자본주의 국가는 중세에 번성했던 코뮨들을 철저히 파괴하고 출몰한,
역사상 매우 이상한 폭력국가체제였다.
그리고 이윽고 서구 제국주의는 전 지구를 침략하고 정복해서 자본주의화시켜버렸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철저히 파편화된 개인을 미화하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했으며
그것이 다름 아닌 개인주의다.
이른바 계몽사상들이 중세를 암흑시대로 규정하고
공동체의 억압성을 강조하면서 개인을 새롭게 부각시키는
선전물을 널리 대중들에게 전파한 것은 다름 아닌 자본가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이데올로기, 시장경제라는 맹목의 이데올로기는
이렇게 인민들을 눈멀게 한다.
한국의 수많은 청년들이, 맹목으로 서구를 추종하고,
조선시대 사상가들과 농민들의 역사에는 어둡지만 인종주의자들로서
유색인종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던 서구 계몽사상가들과 그들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복사해서 자신의 세계관으로 삼는 참으로 이상한 현상도,
서구화를 맹목으로 추종했던 국가교육의 공이 크다.
이제 이런 누런 피부 흰 가면의 식민지근성을 버리고 자립과 자치의 마을공동체에 눈을 뜨지 않으면
우리 모두 스스로 자멸해버리고 만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92쪽, <국가인가 공동체인가> 중에서)
...
3. 새로운 사실
그 밖에 유익한 정보와 새로운 지식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차 없는 도시를 실험에서 그치지 않고 성공하여
쾌적한 도시로 만들고 있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의 이야기,
아이이 대지진 속에 숨겨져 있는
미국을 비롯한 강대권의 탐욕에 관한 이야기,
<PD수첩>의 작가인 김은희씨가 광우병 관련된 방송으로 권력으로부터
핍박받으며, 재판을 받으면서 지금의 시대를
웃으면서 글을 쓸 수 없는 시대로 평가하는 이야기,
어느 대학생 독자가 쓴 취업 학원으로 변해버린 오늘날 대학의 풍경 이야기,
모두 가슴 시린 이야기들이다.
이 잡지책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버그(bug)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하지만, 쉽게 고칠 수 없는 버그들.
...
그리고 잡지답게 연재를 싣고 있는데,
<유교 다시 읽기>에서는 유교의 기본 이념이라고 생각하는 충효가
실제 유교에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다.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효'는 있지만, 나라에 충성하라는 '충'은 없다는 것이다.
유교에서 말하는 '충'은 그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처음 유교사상을 나라에 충성하는 것으로 접목했고,
그것을 우리나라에서도 충효사상이라고 정의한 것이라고 한다.
오랜 동양의 고전도 이렇게 왜곡되어 배우고 있었다.
...
그리고, 역사에서 잊혀진 평민출신 김백선 장군에 대한 소설의 첫번째 이야기도 실려 있었다.
구한말 활약했던 김백선이라는 낯선 이름의 장군.
그는 양반 출신 의병한테 항거했다는 명목으로, 죽었다고 한다.
참 안타까운 영혼이다.
4. 또다른 책의 발견
이 책의 뒷편에는 4권의 책을 추천해주고 있다.
부탄이라는 나라는 국민총생산을 중시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국민총행복지수(GNP)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행복의 경제학]이란 책,
그리고 작가가 현실 속의 갈등을 적은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라는 책,
그리고 제도권 내 의학계의 권력과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민간의료의 고수인 구당 김남수 선생과 이야기를 적은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라는 책,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재조합 식품(GMO)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파괴의 씨앗, GMO]라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다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라는 책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예전에 [미디어 비평]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똑부러진 소리 잘하는 MBC 이상호 기자가 저자라서
더욱 기대되는 책이다.
책제목 : 녹색평론 제111호 (2010년 3-4월호)
지은이 : 김종철 外
펴낸곳 : 녹색평론사
페이지 : 267 page
펴낸날 : 2010년 3월 31일
정가 : 8,000원
읽은날 : 2010.04.20 - 2010.04.23
글쓴날 : 2010.04.24
첫댓글 오랫만에 들렸다 갑니다......늘 강건하시기를 빕니다...
네, 방문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제서야 완연한 봄인것 같습니다. 행복한 봄날 만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