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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9篇 達生篇 第2章(장자 외편 19편 달생편 제2장)
열자列子가 관윤關尹에게 물었다. “‘지인至人은 물속을 잠행潛行하더라도 질식窒息하지 아니하며, 불을 밟아도 뜨거워하지 아니하며 만물萬物을 내려다보는 높은 낭떠러지 위를 걸어 다녀도 두려움에 떨지 않는다.’고 합니다. 묻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관윤關尹이 말했다. “그것은 순수한 기氣를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혜나 기교, 또는 용감하다고 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앉으시지요. 내 그대에게 말해드리겠습니다. 무릇 모양과 소리, 색채를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사물이니 이 사물들이야 어찌 서로의 차이가 멀 수 있겠습니까. 무릇 사물이 어찌 사물의 모습이 있기 이전의 상태에 먼저 이를 수 있겠습니까. 이 사물들은 모습과 색채色彩일 뿐이니 사물이 아직 형체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여 생멸변화生滅變化를 초월한 경지에 멈추는 것, 이것을 체득하여 궁구窮究하는 경지를 사물이 어떻게 머물 수 있겠습니까.
그는 장차 정도에 넘치지 않는 절도節度에 머물러 끝이 없는 근원에 몸을 감추며, 만물이 끝나고 시작하는 도道의 세계에 노닐어서, 자기의 본성을 한결같이 지키며 자기의 정기精氣를 기르며 자기의 덕德을 〈천지와〉 합하여 만물의 나아가는 바를 통달하고자 하는 사람이니 무릇 이 같은 사람은 그 자연의 덕[천天]이 완전하게 지켜지며 그 정신精神도 다른 것이 끼어들 틈이 없으니 물이나 불 따위의 재앙이 어디로부터 들어올 수 있겠습니까.
무릇 술에 취한 사람이 수레에서 떨어졌을 경우에는 비록 빨리 달리고 있었다 하더라도 죽지 않으니, 뼈와 관절은 보통의 사람과 다를 것이 없는데도 해침을 당한 정도가 보통 사람과 다른 것은 〈술의 힘으로〉 그 정신이 온전히 보전되었기 때문입니다. 수레에 탄 것도 알지 못하며 수레에서 떨어진 것도 알지 못하여 죽거나 사는 데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감정이 마음속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 까닭에 그는 어떤 사물을 만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저 술에 취한 자가 술로 인해 정신의 온전함을 얻고서도 오히려 이와 같은데 하물며 하늘[천天]에서 온전함을 얻었음에랴.
성인聖人은 천天에 몸을 감추고 있기 때문에 그 무엇도 성인聖人을 해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복수하려는 사람도 〈원수는 미워하지만〉 원수가 살인에 사용하였던 막사鏌邪나 간장干將을 미워하여 그것을 부러뜨리려 하지 않습니다. 또 비록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가진 자라 할지라도 바람에 날려 떨어진 기왓장을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칼이나 기왓장처럼 무심無心하게 되면〉 천하가 평화롭게 다스려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쟁에 의한 혼란이 없게 되고 사람을 죽이는 형륙刑戮이 사회에서 없게 되는 것은 모두 이 무위자연의 도道에서 말미암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성인聖人은〉 인간들이 하늘로 떠받드는 지혜나 기교 따위를 계발하지 아니하고 자연 그대로의 천天을 계발합니다. 자연의 천天을 계발하면 무위자연의 덕德이 생기고 인간의 지혜나 기교 따위를 계발하면 덕을 해치는 일이 생겨납니다. 그러니 천天(자연)을 억압하지 아니하고 그 인위의 폐해를 소홀히 하지 아니하면 백성들은 참다운 삶으로 살아가는 데 가깝게 될 것입니다.”
子列子問關尹 曰
至人潛行不窒 蹈火不熱 行乎萬物之上而不慄 請問何以至於此
關尹曰 是純氣之守也 非知巧果敢之列 居予語汝
(자열자 문관윤하야 왈
지인은 잠행부질하며 도화불열하며 행호만물지상이불율하나니 청문하이지어차오
관윤왈 시순기지수야라 비지교과감지렬이니라 거하라 여 어여호리라)
열자列子가 관윤關尹에게 물었다.
“‘지인至人은 물속을 잠행潛行하더라도 질식窒息하지 아니하며, 불을 밟아도 뜨거워하지 아니하며 만물萬物을 내려다보는 높은 낭떠러지 위를 걸어 다녀도 두려움에 떨지 않는다.’고 합니다. 묻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관윤關尹이 말했다. “그것은 순수한 기氣를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혜나 기교, 또는 용감하다고 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앉으시지요. 내 그대에게 말해드리겠습니다.
☞ 자열자子列子 : 열자列子의 극존칭. ≪열자列子≫의 주인공 열어구列禦寇이다. 열어구는 성姓이 열列이고 이름은 어구禦寇(또는 圉寇, 圄寇)라고 불린 사람으로 ‘어구’가 실제 이름인지 아니면 도적을 막거나 도적을 잡아 옥에 가두는 일을 담당해서 붙여진 직능의 이름인지는 분명치 않다. 후세 사람들이 존중해서 열자列子라 불렀다. 춘추시대 사람이라는 설도 있지만 대체로 전국시대 정鄭나라 사람으로 정나라의 재상인 자양子陽과 같은 시대, 즉 기원전 389년경에 살았으며 장자莊子 이전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생애가 불확실해 허구적인 인물로 의심하는 학자들이 있으나 생존 자체를 부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전적을 종합해 볼 때, 열자는 맑고 빈[청허淸虛]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고서 무위無爲를 숭상하며, 자연적인 품성을 따라 도를 깨달았던 은자隱者라 여겨지는 인물이다.
☞ 관윤關尹 : 관문을 지키는 관리. 관關은 관문이고 윤尹은 관리라는 뜻이다.
凡有貌象聲色者 皆物也 物與物 何以相遠
夫奚足以至乎先 是色而已 則物之造乎不形而止乎無所化
夫得是而窮之者 物焉得而止焉
(범유모상성색자는 개물야니 물여물이면 하이상원이리오
부해족이지호선이리오 시색이이 즉물지조호불형이지호무소화를
부득시이궁지자는 물이 언득이지언이리오)
무릇 모양과 소리, 색채를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사물이니 이 사물들이야 어찌 서로의 차이가 멀 수 있겠습니까.
무릇 사물이 어찌 사물의 모습이 있기 이전의 상태에 먼저 이를 수 있겠습니까. 이 사물들은 모습과 색채色彩일 뿐이니 사물이 아직 형체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여 생멸변화生滅變化를 초월한 경지에 멈추는 것,
이것을 체득하여 궁구窮究하는 경지를 사물이 어떻게 머물 수 있겠습니까.
☞ 범유모상성색자凡有貌象聲色者 개물야皆物也 : 물物은 모두 사물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
☞ 물여물物與物 하이상원何以相遠 : 물物은 물物을 초월할 수 없다는 뜻이다.
☞ 부해족이지호선夫奚足以至乎先 : 물物과 물物은 서로 같은 물物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존재일 수 없으므로 물物의 근원에 있는 도道에 도달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 시색이이是色而已 : “色은 곧 자취이니 모습과 소리, 색채이다. 위에서 본래 네 글자로 표현했는데 여기에 이르러 한 가지만 거론한 것이니 문장을 쓰는 법이다.”고 풀이(林希逸)
☞ 부득시이궁지자夫得是而窮之者 물언득이지언物焉得而止焉 : 시是, 지之는 위 문장의 불형不形, 무소화無所化를 가리키며, ‘득시이궁지得是而窮之’는 위 문장의 ‘순기지수純氣之守’에 해당한다. ‘궁지자窮之者’는 위 문장의 지인至人을 말한다.
彼將處乎不淫之度 而藏乎無端之紀 遊乎萬物之所終始
壹其性 養其氣 合其德 以通乎物之所造
夫若是者 其天守全 其神無郤 物奚自入焉
(피장처호불음지도하야 이장호무단지기하며 유호만물지소종시하야
일기성하며 양기기하며 합기덕하야 이통호물지소조하나니
부약시자는 기천이 수전하며 기신이 무각이어니 물이 해자입언이리오)
그는 장차 정도에 넘치지 않는 절도節度에 머물러 끝이 없는 근원에 몸을 감추며, 만물이 끝나고 시작하는 도道의 세계에 노닐어서,
자기의 본성을 한결같이 지키며 자기의 정기精氣를 기르며 자기의 덕德을 〈천지와〉 합하여 만물의 나아가는 바를 통달하고자 하는 사람이니
무릇 이 같은 사람은 그 자연의 덕[천天]이 완전하게 지켜지며 그 정신精神도 다른 것이 끼어들 틈이 없으니 물이나 불 따위의 재앙이 어디로부터 들어올 수 있겠습니까.
☞ 처호불음지도處乎不淫之度 : “만물과 자연의 도수를 어기지 않는 것이다.”(江遹)
☞ 무단지기無端之紀 : “앞에서 맞이하여도 머리를 볼 수 없고 뒤에서 따라가도 꼬리를 볼 수 없다.”(江遹), 기紀는 ‘실마리, 시원始原, 근본根本’의 뜻.
☞ 일기성壹其性 양기기養其氣 합기덕合其德 이통호물지소조以通乎物之所造 : 일기성壹其性은 심성을 순일하게 하여 뒤섞이지 않게 한다는 뜻. 기氣는 원기元氣. 합기덕合其德은 자신의 덕성을 대도와 서로 부합시킴을 뜻함. 물지소조物之所造는 조물자造物者를 지칭.
☞ 기천수전其天守全 기신무각其神無郤 : 천天은 자연의 덕德. 각郤은 격隙과 같다. 간격間隙, 곧 틈이라는 뜻.
☞ 물해자입언物奚自入焉 : 물物은 물이나 불 따위의 재앙, 곧 외물의 침범을 뜻한다.
夫醉者之墜車 雖疾不死 骨節與人同 而犯害與人異 其神全也
乘亦不知也 墜亦不知也 死生驚懼 不入乎其胸中
是故 遻物而不慴 彼得全於酒 而猶若是 而況得全於天乎
(부취자지추거에는 수질이나 불사하나니 골절이 여인동하나 이범해여인이는 기신전야일새니라
승역부지야하며 추역부지야하야 사생경구를 불입호기흉중이라
시고로 오물이불습하나니 피 득전어주하야도 이유약시온 이황득전어천호여)
무릇 술에 취한 사람이 수레에서 떨어졌을 경우에는 비록 빨리 달리고 있었다 하더라도 죽지 않으니, 뼈와 관절은 보통의 사람과 다를 것이 없는데도 해침을 당한 정도가 보통 사람과 다른 것은 〈술의 힘으로〉 그 정신이 온전히 보전되었기 때문입니다.
수레에 탄 것도 알지 못하며 수레에서 떨어진 것도 알지 못하여 죽거나 사는 데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감정이 마음속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 까닭에 그는 어떤 사물을 만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저 술에 취한 자가 술로 인해 정신의 온전함을 얻고서도 오히려 이와 같은데 하물며 하늘[천天]에서 온전함을 얻었음에랴.
☞ 오물이불습遻物而不慴 : 오遻는 만난다는 뜻. 습慴은 두려워함.
☞ 이황득전어천호而況得全於天乎 : 하늘에서 온전함을 얻은[득전어천得全於天] 사람은 곧 지인, 성인을 지칭한다. 천天은 곧 대도를 지칭한다.
聖人藏於天 故 莫之能傷也 復讎者不折鏌干 雖有忮心者 不怨飄瓦
是以 天下平均 故 無攻戰之亂 無殺戮之刑者 由此道也
不開人之天 而開天之天 開天者德生 開人者賊生
不厭其天 不忽於人 民幾乎以其眞
(성인은 장어천 고로 막지능상야하나니라 복수자부절막간하며 수유기심자라도 불원표와하나니
시이로 천하에 평균하니 고로 무공전지란하며 무살륙지형자는 유차도야니라
불개인지천하고 이개천지천이니 개천자는 덕생하고 개인자는 적생하나니
불염기천하며 불홀어인이면 민이 기호이기진이니라)
성인聖人은 천天에 몸을 감추고 있기 때문에 그 무엇도 성인聖人을 해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복수하려는 사람도 〈원수는 미워하지만〉 원수가 살인에 사용하였던 막사鏌邪나 간장干將을 미워하여 그것을 부러뜨리려 하지 않습니다. 또 비록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가진 자라 할지라도 바람에 날려 떨어진 기왓장을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칼이나 기왓장처럼 무심無心하게 되면〉 천하가 평화롭게 다스려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쟁에 의한 혼란이 없게 되고 사람을 죽이는 형륙刑戮이 사회에서 없게 되는 것은 모두 이 무위자연의 도道에서 말미암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성인聖人은〉 인간들이 하늘로 떠받드는 지혜나 기교 따위를 계발하지 아니하고 자연 그대로의 천天을 계발합니다. 자연의 천天을 계발하면 무위자연의 덕德이 생기고 인간의 지혜나 기교 따위를 계발하면 덕을 해치는 일이 생겨납니다.
그러니 천天(자연)을 억압하지 아니하고 그 인위의 폐해를 소홀히 하지 아니하면 백성들은 참다운 삶으로 살아가는 데 가깝게 될 것입니다.”
☞ 부절막간不折鏌干 : 막간鏌干은 막사鏌邪와 간장干將으로 둘 다 명검의 이름.
☞ 수유기심자雖有忮心者 불원표와不怨飄瓦 : 표와飄瓦는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기왓장. 막사鏌邪와 간장干將이 사람을 해치거나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기왓장이 사람을 해쳐도 모두 무심無心하기 때문에 원망을 피할 수 있는 것처럼 성인 또한 무심함으로써 외물의 해침을 피할 수 있음을 비유하고 있다.
☞ 불개인지천不開人之天 이개천지천而開天之天 : 〈그리하여 聖人은〉 자연 그대로의 무위무심無爲無心의 세계를 열어 나감을 뜻한다.
☞ 개천자덕생開天者德生 개인자적생開人者賊生 : 개천자덕생開天者德生은 위의 천하평균天下平均의 뜻을 이어서 말한 것이고, 개인자적생開人者賊生은 위의 공전攻戰과 살륙殺戮을 이어서 말한 것이다.
☞ 민기호이기진民幾乎以其眞 : 이기진以其眞은 참다운 삶의 태도를 지니고 살아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