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5월25일
느릿한 주말
얼굴이 까맣게 그을려서 촌티가 줄줄 난다고요! 주말에 시골집에 가자는 남편 말에 장난처럼 완강하게 거부했다. 무엇보다 체력이 달려서 주말에 시골집에 다녀오면 하루 이틀은 몸살 약을 먹으면서 보낸다. 서너 해 정도는 시골집에서 놀다 오는 수준이어서 건강도 좋아지고 힘든 것도 모르고 지냈는데 집수리하면서 조금씩 거들다 보니 무리가 온 것이다. 말이 거드는 수준이지 베짱이처럼 지내는데, 남편 혼자 땀 뻘뻘 흘려가면서 밭일하고 집안 곳곳을 고치는 작업을 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한 해 두 해 가면서 이제는 힘에 부쳐서 시골집에 가는 것이 부담되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집이 아니다 보니 어머님이 우리 집에 오시면 아파트가 훨씬 편안하고 좋을 터인데 하루만 지나면 시골집이 좋다고 서둘러 가셨다. 나도 그런 마음이다. 시골은 공기가 좋아서 잠시 머무는 것은 좋지만, 모든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니까 매주 가는 것은 이제는 못 한다고 선언했다.
혼자 주말을 보내니 한적하고 편안하다. 음악도 듣고 책도 보고 친구에게 전화도 하면서 보냈다. 이른 아침에 근처 저수지로 산책도 다녀오고 시골집에서 열심히 일하는 남편에게 의무감처럼 느껴지는 전화도 해주면서 말이다. 아무튼 느릿느릿 걸어가는 주말이 편안하다.
시골집에서 혼자 지내는 남편도 나와 같은 기분일 거다. 가끔 혼자 지내는 것도 충전이 된다. 주말부부로 오랫동안 보내다가 최근 들어서 집에서 출퇴근한다.‘함께일 때는 그래서 좋고 떨어져서 지내면 그래서 좋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하나씩 배우고 내려놓고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저녁 바람이 선선하니까 마음이 두근거린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시를 감상했다.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고요? 라는 시다. 신의 부름을 받더라도 더욱 사랑하리다. 사랑의 힘은 죽어가는 것도 살아나게 한다. ‘사랑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두어라 / 그것은 인생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라는 브라우닝의 시구를 음미하면서 잠을 청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