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마음은 이미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도 운전하는 것이 무섭다며 장롱면허를 가지고 있는 아내. 누구나 처음에 운전대를 잡으면 다 무섭고 겁이 나니까 용기를 가지고 딱 한 번만 해보라고 해도 지금까지 끝까지 거부하고 있는 아내. 하지만 그 때는 나만 운전면허증이 있었고 아내는 면허증도 없었다.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택시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불편한 것 같고 급한 마음에 아내를 병원에서 기다리게 하고 차라리 내가 가기로 했다.
아내는 심성이 곱다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야박하지 못하다고 해야 하는지 외출을 했다가 어쩌다 택시를 타게 되면 집까지 들어오면 될텐데 굳이 큰길에서 내려서 걸어 들어온다. 산동네처럼 꼬불꼬불한 골목길도 아니고 오르막길도 아니어서 택시 기사한테 미안해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아내는 내려서 걸어 들어온다. 아마 그게 마음이 편한가보다.
그런 것을 두고 세련되지 못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도회지 생활에 물들지 못한 아내에게는 그런 것들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내 딴에는 그 것도 조그만 권리라고 한 마디 하는 것은 그런 아내가 딱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평발이어서 걷는 것에는 항상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가 애들을 데리고 외출을 하면은 차안에서 애들이 다 잠을 자는데 작은애는 안고 조금 큰애는 걸려서 손을 잡고 오느라고 힘이 들어서 집에 와서는 그만 누워 버린다. 그러면 자질구레한 일들은 내 몫으로 돌아오고 자연적으로 내 할 일이 많아지니 나도 그런 것들이 싫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아내를 탓 하지만도 못한 것이 나 역시도 별반 나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도 서울 온지 얼마 안되어서 여기 저기 돌아 다녔었는데 마포에 있는 만리동 꼭대기나 동대문에 있는 창신동의 언덕배기에 있는 낙산아파트, 삼양동 오르막길을 택시로 올라가다 보면은 몸이 뒤로 넘어질 정도로 경사가 심해서 정말 택시기사 보기가 미안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목적지를 좀 더 올라가야 하는데도 기사의 눈치를 보느라 내려서 걸어 올라가 본적이 있는지라 시골사람 티를 못 벗는 아내의 심성을 탓할 수만은 없었다.
심성 좋은 아내가 몸도 좋지 않는데 행여 또 걸어서 오지 않을까 하는 기우에 수건 비누 치약 칫솔 등 생각나는 세면도구들을 먼저 가방에 담고 입원에 필요한 의료보험증을 챙겨서 급하게 집을 나섰다. 지금은 몇 년 식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후진할 때 핸들이 너무 뻑뻑해 온 몸으로 핸들을 돌려야 하는 빨간색 프라이드에 시동을 걸었다.
아내의 병명은 임신 중독증이라고 했다. 특별한 병은 아니지만 자기하고 별 관련이 없는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소시민적 삶이 다 그렇듯이 나 역시 이 병에 경험이 있는 사람의 말만 들었지 그냥 지나쳐 버렸기 때문에 막상 나에게 닥치니 생소하기만 했다. 이 병의 특징은 임산부의 전신이 부어 오르며 혈압이 급상승 할 때도 있고 담백요가 생기는데 이 단백요라는 것은 산모가 아무리 잘 먹어도 영양분이 태아에게 가지를 않고 소변으로 다 배출이 된다고 한다. 임신했을 때 산모가 영양분이 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태아를 위해서인데 태아에게 가야할 영양분이 오줌으로 빠져버리니 태아는 태아대로 크지를 못하고, 그 과정에서 산모의 배에는 물(복수)이 찬다고 한다.
이 병의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고 다만 나이가 많아서 임신을 해도 그렇게 될 수가 있고 산모가 너무 힘들게 일을 해도 올 수가 있으며 맵거나 짠 음식을 먹어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성일 뿐이고 칼슘이 부족하거나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고 하니 어떤 것이 원인이 되어 아내가 임신 중독증에 걸렸는지 잘 알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몇 달 동안의 식생활을 유추해 보면 전혀 감이 안 잡히는 것도 아니었다. 해물탕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도 아마 매운 음식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맵고 얼큰한 해물탕이 아내의 입맛에 맞기 때문에 그 당시 해물탕은 우리 집 외식 1 호였을 정도로 툭하면 나가서 해물탕을 먹었었다.
임신을 하면은 약간의 부종은 산모가 다 가지고 있으니까 크게 신경쓸 것은 못되지만 그 것이 임신중독증으로 변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부종은 신장 질환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데 자각증상이 없다 보니 산모가 특별히 아프다는 것을 을 느끼지 못하고 아프다고 느끼지 못하다 보니 처음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게 된다. 아내도 부어 오르는 것 말고는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를 않았다.
또 혈압이 상승하는 것은 혈관이 수축되어 피가 정상적으로 돌지 못하기 때문인데 피가 정상적으로 흐르지 않다 보니 만성적인 영양 부족, 산소 부족이 되어 태아는 미숙아로 태어나거나 사산할 위험이 있고 또 심한 경우 엄마의 뇌에 부종이 생기거나 간에 혈종을 만들고 전신에 경련까지 일으킨다고 하니 관리를 잘못하면은 산모와 아기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한다 .모를 땐 괜찮았지만 알고 나니 말만 듣는 만으로도 기분이 찜찜하고 혹시 어떻게 될까봐 겁이 나기도 했다. 뱃속에 태아를 잘 자라지 못하게 방해를 하는 담백요가 생기는 이유 또한 신장 혈관의 수축 때문이라고 하니 피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 번쯤 식생활을 반추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파야 병원을 찾게 되는 우리네의 특성상 우리도 미루고 미루다가 눈에 띄게 몸이 부어서 병원에 입원을 했던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조금 나은 편이었다. 같은 병원에 입원한 어떤 사람은 입원을 안하고 있다가 혈압이 갑자기 급상승하는 바람에 산모와 아기가 큰 위험에 빠졌었다가 간신히 수술로서 회생을 했다고 하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혈압조정이 안되어 평생동안 혈압 약을 먹어야 될 거라고 하였다. 병원을 좋아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할 때에 치료시기를 놓치면 큰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병원도 잘 이용을 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압축해서 말을 하면 몸 전체에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해서 단백요도 생기고 부종도 일어나며 고혈압도 동반한다고 한다. 그런데 임신중독증이 무서운 것은 갑자기 혈압이 상승을 하는 것인데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면 산모는 의식을 잃고 태아의 사산을 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서 병원에 입원을 하는 것이고 또 산모가 의식을 잃게 되면 사용하려고 그러는지 병실의 다른 침대와는 달리 아내의 침대 머리맡에는 산소 통이 항상 대기하고 있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아내는 급격히 오르는 혈압 때문에 혈압 강하제를 여러 번 맞아야 했고 태아가 자라지 않아서 고단위영양제도 수시로 맞았다. 그러나 영양제로 태아를 키우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였다. 왜냐하면 달을 채워서 아이를 낳으려고 아내는 죽도록 고생하면서 참았는데도 뱃속의 아기는 생각보다 잘 커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병원에 입원을 하고 자세히 보니 아내의 몸은 집에 있을 때 보다 더 부어 있는 것 같았다. 손등도 부어 올라 손가락으로 누르면 쑥 들어갔다가 한참 있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안 그래도 머리가 커서 얼굴이 크게 보이는데 큰 얼굴이 더 크게 보이고 평소에도 날씬하지 못한 몸매가 환자복을 입으니 더 부풀어 보였다. 그러나 일단 병원에 입원을 하고 보니 마음은 안정이 되어 갔으나 나의 일상은 고달프기 짝이 없었다.
첫댓글 거꾸로 읽었네요..조위에 읽고..또 내려오니...임신중독증이였군요.. 빨리 나으셔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