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부신중(八部神衆)>
불교에는 기독교와 같은 신(神) 개념이 없다.
기독교의 신이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신(創造神)이요,
죄 지은 자를 벌하는 의(義)의 사법신(司法神)이라면, 그러한 신 개념이 불교에는 없다.
불교에서는 잘못된 행동을 탓하되 이를 ‘죄’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죄’라는 말부터 부처님 가르침과는 동떨어진 말이다.
부처님은 중생의 잘못을 벌하고 선행을 상 주는 법 제정자도, 중재자도,
심판자도, 권력자도 아니기 때문에 ‘부처의 법에 위반됨’과 같은 것은
애당초 있지도 않다.
어디까지나 행위를 한 자가 자신의 행동에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과응보(因果應報)에 의한 자기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것도 부처님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윤리, 우주적 원리,
자연의 섭리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다.
행위의 결과로 고통을 맛보거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자신의 일이다. 따라서 선을 행하든 악을 행하든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인 것이다. 부처님은 다만 바른 길을 가르쳐줄 따름이다.
어떤 면에서 절대 타력(他力)을 강조하는 아미타불의 구원자로서의 의미가
기독교의 신 개념과 비슷한 면도 있지만,
거기에도 사법신(司法神)으로서의 개념은 없다.
그리고 불교에서 신중신(神衆神)은 다만 호법신일 따름이다.
따라서 불교에는 기독교 신(神) 개념과는 거리가 먼 다수의 신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신의 무리라고 해서 신중(神衆) 혹은 성중(聖衆)이라 부르는데,
그들의 성격은 그리스의 신들과 비슷한 자연신의 성격이며,
더 나아가 신인동형적(神人同型的)이다. 자연을 의인화한데다가 거기에 인간적인
여러 특징과 모습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팔부신중(八部神衆)이라 해서,
천(天), 용(龍), 야차(夜叉), 건달바(乾闥婆), 아수라(阿修羅), 가루라(迦樓羅), 긴나라(緊那羅),
마후라가(摩睺羅迦) 등 8종류가 있어 줄여 팔부중(八部衆) 혹은 팔부신(八部身)이라 한다.
그리고 인도의 토속신과 대승불교의 전개과정에서 상정된 신과
불교의 전파 지역에서 흡수된 토속신들로서, 범천(梵天), 제석천(帝釋天), 사천왕(四天王),
금강역사(金剛力士), 칠성(七星), 산신(山神) 등이 있고, 특별히 화엄신중(華嚴神衆)이 또 있다.
밀교계 경전에서는 호법적 기능과 현세 이익적 기능,
그리고 수호신적 기능이 강화된 신들이 나타난다.
더욱이 만다라(曼茶羅, Mandala)의 도상에는
이들 신중이 불ㆍ보살의 무리를 수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신중들 중에서 수호 기능을 하는 신중은 불탑의 탑신부에 조각돼
사리를 옹호하고, 변상도(變相圖)에 그려져 경전을 보호하며,
사찰 출입문에 배치돼 가람을 수호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신중의 가람 수호 기능은 가람을 신성화하는 역할까지 부여받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산지 가람이 형성되면서
절 입구에서부터 중심 공간인 법당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일주문(一柱門), 금강문(金剛門),
사천왕문(四天王門), 해탈문(解脫門) 등을 쭉 세웠는데,
거기서 이들 신중(仁王이나 四天王)은 금강문이나 사천왕문에 당당히 서서
삿된 무리들의 출입을 가로막아 도량을 신성화하고 있다.
또한 신중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여러 가지 내우외환으로부터 국가의 안녕을 비는 역할을 한다.
즉, 진호국가(鎭護國家)적 측면에서 신중도량(神衆道場)을 개설해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국가를 지켜내고 국익을 도모코자 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왕 또한 때로는 국토를 수호하는 인왕(仁王)으로 섬겨질 정도였다.
이와 같이 팔부신중(八部神衆)은 불법을 수호하고, 대중을 교화하는 신장(神將:하늘의 장수)이다.
원래는 고대 인도의 악마였거나 귀신이었지만,
부처님께 교화돼 불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
팔부중은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기에 명중팔부(冥衆八部)라고도 한다.
팔부중에 관한 기록은 <법화경> 등의 대승경전에 나타나며, 사천왕(四天王)의 권속으로 기술되고 있다.
아래는 팔부신중들이다.
① 천(天;Deva) ― 천계에 거주하는 제신(諸神)을 말한다.
불교 우주관에서 우주를 셋으로 나누어 3계(三界)라 하는데,
이에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가 있고, 여기에 각기 천상이 있다.
부파불교시대 아비달마불교가 확립한 불교 우주관에 나타나는 천상에는 28천(天)이 있다.
대체로 불교에서 28천(욕계 6천, 색계 18천, 무색계 4천)이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27천 혹은 29천 설도 있다. 그리고 여기서 천(天)은 신(神)을 말한다.
그리고 28천에 욕계6천이 있고, 욕계6천 가운데 수미산(須彌山) 정상의
도리천(忉利天)에만 별도로 33천이 또 있으므로 이를 합치면 천상은 더 많아진다.
하지만 이는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환상의 이론이다.
② 용(龍;Naga) ― 육도(六道) 중 축생계에 속하는 짐승으로 물속에 살면서
바람과 비를 오게 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 호국의 선신(善神)으로 간주되며
팔대용신(八大龍神)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팔대용신(八大龍神)으로,
난타, 발난타, 사갈라, 화수길, 덕차가, 아나바달다, 마나산, 우발라 등이 있다.
용 가운데는 법행용왕(法行龍王)과 비법행용왕(非法行龍王)이 있으며,
법행용왕은 세계를 보호하지만
비법행용왕은 불에 달구어진 열사(熱砂)를 내려 인간세계를 방해하기도 한다.
③ 야차(夜叉;Yaksa) ― 불법을 수호하는 여러 신장 중 하나이다.
고대 인도에서는 야차는 생김새가 추괴하고 잔인 혹독한 귀신이었는데,
불법에 귀의해 사천왕의 하나인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 웻사와나/Vessavana, 多聞天王) 휘하에서
북방을 수호하는 수문장 역할을 담당하며, 사람을 도와 이익을 주며 불법을 수호하는 신이다.
야차는 일반적으로 비인간(非人間, amanussa)으로 묘사되고 있다.
주석서에 의하면, 이들은 아귀(餓鬼, peta)들보다 위의 존재로 묘사되고 있으며
선한 아귀들을 야차로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특히 <자타카(Jataka, 本生譚)>에 자주 등장하는데 하늘을 날아다니고
벽을 관통해 지나가는 등 초자연적인 힘을 지니고 있고,
공양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재보(財寶)나 아이를 갖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천(天) 야차, 지(地) 야차, 허공(虛空) 야차가 있다.
야차의 아내는 빠알리어로 약키니(yakkhinī)이며, 야차녀(夜叉女)ㆍ
약차녀(藥叉女)ㆍ나찰녀(羅刹女)라 번역했다.
④ 건달바(乾闥婆;Gandharva) ― 인도신화에서는 천상의 신성한 물 소마(Soma)를 지키는 신.
그 소마는 신령스런 약으로 알려져 왔으므로 건달바는 훌륭한 의사이기도 하며,
향만 먹으므로 식향(食香)이라고도 한다.
긴나라(緊那羅)와 함께 도솔천에서 제석천(帝釋天) 인드라의 시중을 들면서
인드라 신의 궁전에서 음악을 담당하는 천신으로서 팔부중의 하나이다.
인도 말로 간다르바 비드야(Gandharva vidya)가 음악을 의미한다.
그리고 간다(gandha)라는 말은 향(香)을 의미하므로,
간달바는 술과 고기는 일체 먹지 않고 향기만 먹고 사는 천신으로 묘사되며,
이런 어원적으로 해석돼 의역해서 식향(食香) 또는 심향(尋香)이라 한다.
이들은 수미산 남쪽 금강굴에 살며 언제나 부처님이 설법하는 곳에 나타나 찬탄하며
불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통상 놀고먹는 ‘건달’이란 말도 이 건달바에서 유래됐다.
고대인도 신화에서 건달바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었기에
이에 대한 의미와 해석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⑤ 아수라(阿修羅;Asura) ― 인도신화에서는 다면(多面)ㆍ다비(多臂),
즉 얼굴도 많고 팔도 많은 악신으로 간주됐으나, 불교에서는 선신의 역할을 한다.
싸움을 잘하므로 수라장, 수라의 싸움 같은 말이 생겨났다.
줄여서 <수라>라고도 하는데, 아소라(阿素羅), 아소락(阿素洛), 아수륜(阿須倫)으로 음사되며,
비천(非天), 부단정(不端正), 무주(無酒), 비동류(非同類) 등으로 한역된다.
원래는 인도 브라만교의 신이며, 고대 페르시아의 최고신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와 어원이 같아 인도에서는 처음에 선신이었다기
차츰 악신(惡神)으로서 취급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불교에 들어와서는
8부중의 하나가 돼 6도 가운데 아수라도의 주인공이 됐다.
아수라(阿修羅)는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인간과 신의 혼혈인 반신 반인이다.
인드라와 같은 신에 대적하는 악한 무리로 나타난다.
아수라와 신들 사이의 전쟁은 인도 신화의 바탕을 이룬다.
힌두교의 초기 경전인 <리그베다>에 이미 신들과 암흑의 대적이 싸우는 이야기가 나온다.
불교는 힌두교의 천신과 아수라 역시 윤회를 벗어날 수 없는 존재로 봤다.
불교는 생명이 지옥도-아귀도-축생도-수라도(아수라)-인간도-천신도의
육도를 따라 윤회한다고 본다. 이러한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생은
자신이 지은 업에 따라 다음 생애에 육도 중 한가지로 태어난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윤회의 업장을 해탈한 존재가 곧 부처이다.
인도 신화의 대부분을 새롭게 해석해서 받아들인 불교는
인도의 신들을 불교의 호법신장으로 변화시켰다.
인도의 신들이 부처의 설법에 감화돼 불교에 귀의했다고 본다.
<화엄경>에서는 이러한 아수라가 호법신장이 돼 화엄성중(華嚴聖衆)으로서
아수라왕(阿修羅王)이라 하는데, 그야말로 성스런 대중 가운데 하나다. 곧 보살이다.
⑥ 가루다(Garuda) ― 가루라(迦樓羅)로 번역하기도 한다.
새벽 또는 태양을 신격화한 상상의 새로 금시조(金翅鳥)라고도 한다.
밀교에서는 대범천(大梵天) . 대자재천(大自在天) 등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화현(化現)한 새라고 한다.
독수리 머리에 사람 몸을 한 괴물로, 머리엔 여의주가 있고,
항상 입으로 불을 내뿜으며, 금빛 두 날개를 펼치면 그 길이가 336만 리나 되고,
용을 잡아먹고 산다고 하는 전설적인 상상의 새이다.
⑦ 긴나라(緊那羅;Kimnara) ― 본래 악사(樂士)의 기능을 담당한 신이었다가
팔부신중의 하나로 자리매김 하였다. 군복을 입은 모습에 왼손에 삼차극 무기를 들고 있으며
머리를 기른 상으로 단정한 형태로 서 있다.
의인(擬人) 혹은 인비인(人非人), 가신(歌神), 악신(樂神)으로 한역되며
사람인지 짐승인지 분명치 않다. 제석천이 노래와 춤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를 위한 가무의 신이다.
가릉빈가(迦陵頻伽;Kalavinka)라는 신중이 있다.
아름다운 울음소리로 불법을 설하는 상상의 새이다.
<아미타경>에 의하면, 이 새는 극락정토에 살며,
그 형상은 팔부중 하나인 긴나라(緊那羅)와 비슷해서
새 몸에 사람 얼굴을 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석탑이나 부도, 석등과 같은 석조물에 더러 조각돼 있다.
⑧ 마후라가(摩睺羅迦;Mahoraga) ―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신,
불교에서는 불교를 수호하는 팔부신중 중 하나이다.
사람의 몸에 뱀의 머리를 가진 신으로, 음악의 신.
땅속의 모든 요귀를 쫓아내는 임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뱀을 상징하는 신으로 땅속의 마귀를 진압하는 신중이다.
석굴암에서는 오른 손으로 칼을 들고 있고,
왼손은 자연스레 구부려서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고 있다.
[출처] 블로그 아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