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홈프로젝트: 라벨 교향악곡 전곡 시리즈 I 공연 후기
멋짐 폭발 오케스트라
조명효과를 극대화한 익스클루씨브한 공연
스베틀린 루세브~ 라벨을 그대로 재현하다
오늘 공연은 그야말로 절대로 다시 볼 수 없는 exclusive 하고 모든 신체 감각을 다 건드려 준
최고의 라벨의 관현악을 보여주었습니다
고잉홈 오케스트라가 잘할 줄은 예상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스베틀린 루세브라는 마부가 끄는 보석가득 박힌 황금 마차같달까요
마부도 마차도 반짝거리는 빛으로 눈을 멀게하고 이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소리를 다 쏟아내는 듯한
다채로운 음향이 귀를 즐겁게 합니다
그리고 이 공연이 보통의 다른 공연보다 비싼 티켓가격인 이유가 충분히 납득되었는데요
스베틀린 루세브가 연주와 지휘를 하고(지휘는 사실 거의 없습니다)
손열음 첼레스타
김두민 첼로수석
김홍박 호른수석
타츠키 나리타/바실리 슈미코프 바이올린 수석
조성현 플룻수석
조인혁 클라리넷수석
함경 오보에수석
솔로 아티스트로도 이름난 분들이 오케스트라에 계셨다는 것을 알고나니
그 소리의 품질도 지휘자없이도 가능했던 그 어려운 화성과 리듬의 완벽함도
다 이해가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은
Shéhérazade, ouverture de féerie
‘세헤라자데 - 요정’ 서곡
Ma mère l'Oye (“Mother Goose”), Suite
‘어미 거위’ 모음곡
— Intermission —
Daphnis et Chloé, Suite No. 1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1번
Daphnis et Chloé, Suite No. 2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
오늘 프로그램은 라벨의 교향적 관현악곡 중에서도 평소에 잘 연주되지 않는 것들로만 구성되어서
예습을 하고갔는데도 사실 귀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라벨의 관현악은 실연으로 들어야 한다 !!!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
음반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섬세하면서도 라벨 특유의 복잡한 듯 하면서도 균형과 절제미를 갖춘 오케스트레이션을 실연에서는 완벽히 이해가 될 만큼 임팩트가 강했습니다
라벨의 음악은 단순히 인상주의 음악이라고만 규정지을 수 없는 고전적인 특징도 가지고 있고 감각적인 음색이 드뷔시와 닮아있지만 라벨은 좀 더 고전적인 형식을 중요시해서 명료한 선율선, 규칙적인 악절과 빈틈없는 구성력을 보여준다는 평이 과연 실감나게 이해가 되는 라벨의 관현악 공연이었습니다
오늘 공연은 첫번째 세헤라자드 서곡부터 특별했습니다
보통의 오케스트라 공연은 무대가 밝아진 후 지휘자가 등장해서 포디엄에 서고 나서 연주가 시작되는데
오늘 공연은 지휘자가 없습니다
리더인 스베틀린 루세브가 악장의 자리에 앉아 리드를 하는데 악곡의 특성이 대부분 현악부나 관악부가 동시에 시작하는 부분이 거의 없고 관악 독주악기 솔로가 첫 시작을 맡는 경우가 많다보니 스베틀린 루세브의 지시도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곡들이 박자나 화성이 평범한 전개가 아닌데도 모든 악기군들이 실수하나없이 완벽히 제 역할을 하고 화합과 대립하면서 드라마틱하고 유기적으로 짜여진 듯이 들립니다 이런 오케스트라 공연을 볼 수 있을 줄이야........
또 한가지 중요한 차이는 오늘은 무대가 계속 밝혀져 있지 않고 어두운 상태로 시작해서 첫 시작을 떼는 독주악기에 포인트 조명이 비춰지고나서 조명이 계속 어둡고 밝아지기를 곡의 전개와 함께하니 극적인 효과가 더 강력합니다
세헤라자드 서곡은 풀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다 만끽하기도 하고 개별 악기군의 독주도 음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퍼커션의 활약에 압도당하기도 하면서 첫 시작부터 이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아낌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나서 스베틀린 루세브와 단원들이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잠시 나갔다 다시 들어오는데 대편성 오케가 일부 단원들을 빼고 소편성으로 다시 들어옵니다
이제 '어미거위 모음곡' 을 연주합니다
라벨의 매혹적인 모음곡 〈어미 거위〉는 ‘네 손을 위한 다섯 개의 어린이 소품’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요 제목과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다섯 개의 동화를 바탕으로 피아노 2중주 모음곡으로 완성된 것을 나중에 관현악 편성으로 편곡하였고 오늘 공연은 관현악 버전의 연주였습니다
동화를 바탕으로 한 모음곡이다 보니 동심과 마법의 세계에 잠시 빠졌다 나온 것 같은 환타지같은 느낌에 현악파트와 솔러 관악기의 대비가 너무 에로틱하게 아름다와서 오늘 레퍼투아 중에서 제일 좋았던 곡이기도 합니다
곡의 구성은
1곡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파반’(Pavane de la Belle au bois dormant(Pavane of Sleeping Beauty)
2곡 ‘엄지 동자’(Petit Poucet(Little Tom Thumb))
3곡 ‘파고다의 여왕 레드로네트’(Laideronnette, impératrice des pagodes(Little Ugly Girl, Empress of the Pagodas))
4곡 ‘미녀와 야수의 대화’(Les entretiens de la belle et de la bête(Conversation of Beauty and the Beast))
5곡 ‘요정의 정원’(Le jardin féerique(The Fairy GardenLent et grave))
으로 5 파트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특히 4곡과 5곡이 가장 아름다왔습니다
4곡에서 미녀를 상징하는 클라리넷과 야수를 상징하는 저음 바순이 대화를 시작하는데
무대 대부분은 어둡고 클라리넷 수석과 저음바순에는 조명이 비춰진 상태로
두 악기의 연주가 너무나 에로틱하게 들려서 아 이것이 바로 라벨이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빨간조명 켜지고 하프가 띠리링 울리자 뒤쪽에 가 있던 바이올린 수석이
조명 속으로 들어와 아름답게 바이올린 연주 후 다시 원래 앞 자리에 착석하는 퍼포먼스도
이색적이면서도 드라마를 완성해 주는 것 같습니다
조명의 효과가 곡의 전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니 감동은 더욱 극대화됩니다
마지막 5곡의 시작은 따뜻한 음색이 꽉 찬 현악부의 합주로 극강의 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받쳐주는 관악파트와의 케미 폭발로 어느덧 눈물이 잔잔히 솟아오름을 느낍니다
그저 평범한 느린 3박자의 아름다운 선율로 시작된 음악은 신비로운 요정의 세계를 매혹적으로 그려내고,
점차 음량이 커지면서 피날레에 걸맞게 화려한 팡파르와 포르티시모의 글리산도로 클로징 !!!
1부에서 벌써 라벨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것 같았습니다
인터미션이 되자 무대 위의 배치가 또 바뀝니다
이번에는 대편성으로 그런데 특이하게 무대를 양분하여 단원들의 자리가 관객쪽을 보는 게 아니라
대결구도처럼 서로 마주보게 배치가 됩니다
2부에 연주할 다프니스와 끌로에 모음곡 1, 2는 총 세곡씩 구성되어있는데 각 모음곡의 세번째곡은 격렬한 춤곡이라고 모든 악기군의 결연한 투쟁같이 보이도록 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두번째로 좋았던 곡이 마지막에 연주한 다프니스와 끌로에 모음곡 2번이었는데 서로 바라보는 악기군들이 으르렁대다가 쓰다듬다가 하나의 솔로 악기가 한번 뱉어주면 다른 솔로악기가 받아서 대답해주고 그 뒤와 앞은 언제나 현악파트가 끌고 받쳐주면서 한치의 틈도 없이 짜여진 촘촘한 거미줄을 바라보는 듯한 음향을 경험합니다
스베틀린 루세브의 바이올린 솔로 부분에서는 그 가늘고 고운 실크같은 고음 줄기가 공중으로 퍼져나가는데 그가 진짜 잘하는 아티스트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의 리더십은 공연 전 무대에 잠시 등장할 때 부터 느껴졌는데 연주하는 동안 뿐 아니라 모든 연주가 끝나고 각 단원들을 인사시키고 허그로 격려하는 그 모든 동작에 리더의 품격이 보입니다
지휘자없이 모든 단원이 각자 자기 파트를 알아서 책임지고 무대의 모든 구석구석을 공연을 위해 설계하고
조명의 효과를 극대화하여 라벨의 곡이 지닌 오케스트레이션의 전달을 더욱 용이하게 한
이 공연의 기획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런 라벨의 관현악 공연을 볼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한 관람이었습니다
첫댓글 귀한리뷰 감사합니다.
정말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스베틀린 루세브의 카리스마가 특히 돋보였는데 이날 연주에서의 리더십은 매우 훌륭했어요.
단원들 하나하나를 두루 챙기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1부에서 라벨의 어미거위는 근래에 보기드문 명연출과 화음으로 듣는즐거움과 보는즐거움을 모두 만끽할수 있었습니다.
2부 다프니스와 끌로에는 한편으론 발레와 함께였다면 좀더 풍성하게 즐길수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아주 많이 자주 연주되는 곡은 아니지만 프랑스음악의 색깔이 강하다는 느낌이 있어 라벨의 관현악을 즐길때면 한번씩은 들어보는 작품이라 반갑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날공연은 생각도 않고 있었는데 예당에서 문자를 보내줘서 바로 예약하고 이틀후에 공연을 보러갔는데 기대이상의 연주를 보여주어 기분좋은 경험을 할수 있었습니다.
라벨의 작품으로만 구성된 공연도 귀하고
이렇게 뛰어난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본 것도 귀하고
더욱이 스베틀린 루세브같은 아티스트를 알게 되어 더 귀한 공연이었습니다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세련됨을 다 갖춘 라벨~ 의 재발견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