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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최근 신세계그룹(회장 이명희)은 각종 구설에 휘말려 있는 모양새다. 신세계백화점이 여행사와 가이드를 상대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오너 일가 계좌로 30억원 상당의 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어 일각에서는 이명희 회장의 사위가 인사 이동한 것을 놓고 어려운 가시밭길을 버리고 쉬운 길을 택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보내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연이은 구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에 대해 짚어봤다. 논란
일고 있는 ‘면세점 리베이트’ 정책 모방 신세계백화점이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관광객 유치에 따른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업계에서 암묵적으로 실행되어온 백화점과 여행사 간의 리베이트 정황이 외부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모션의 일환?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외국인 관광객을 신세계백화점(명동)으로 유치하는 일부 인바운드 여행사와 가이드를 대상으로 판매수수료 및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여행사에는 매출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하고 가이드에게는 관광객 입점 명수와 매출에 따른 상품권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중화권 및 동남아 인바운드 여행사들과 관광객 유치에 따른 혜택과 수수료 지급 방법을 합의하고 지난 5월 15일부터 리베이트 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베이트 지급기준은 신세계백화점 전체 국산 브랜드 매출액 7%, 명품 수입브랜드 매출액 2%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신세계백화점과 리베이트 정책을 합의한 여행사가 유치한 외국인 관광객이 신세계백화점 국산 브랜드 매장에서 1000만원 어치의 물품을 구매했으면 이 여행사는 7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받고 수입 브랜드의 경우 20만원을 지급받는다. 이와는 별도로 외국인 관광객을 일반 패키지 관광객과 인센티브 관광객(100명 이상의 단체), VIP관광객(의료 및 성형) 등으로 등급을 분류하고 등급에 따른 세부적인 혜택과 추가혜택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가이드에게도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만 하면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의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일반 패키지 관광객과 인센티브 단체 관광객 15명 이상을 신세계백화점에 입점 시킬 경우 매출과는 상관없이 7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했으며 VIP관광객은 300만원 이상 물품을 구입할 경우에 같은 금액의 상품권을 지급했다. 상품권 지급방법은 입·퇴점 확인서를 등록한 후 신관 12층 고객센터에서 당일 지급됐다. 이러한 리베이트 영업에 대해 신세계백화점은 프로모션 정책일 뿐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 하에서 일부 여행사들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프로모션 정책의 일환”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면세점에서 지급하는 수수료에 비하면 1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중소상권 위협하는 행태 신세계백화점의 리베이트 영업과 관련해 롯데, 신라 등 국내 면세점 16곳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인원수나 매출에 따라 여행사를 상대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지급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 면세점은 지난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6년 가까이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관광객을 데려오는 대가로 지급한 리베이트 금액이 1조 16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지난 국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대기업 면세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방 중소 면세점의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면서 “리베이트 지급이 어려운 중소면세점은 관광객을 빼앗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리베이트에 대한 합리적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며 “관세청이 면세점업계 리베이트 제공 행태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의 리베이트 영업 역시 중소상권을 위협하고 있는 행태라 지적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면세점 리베이트 정책을 표방하면서 자신들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프로모션이라며 문제 될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신세계백화점의 이러한 입장은 중소매장이나 로드샵을 운영하는 상인들의 생존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어 말했다. 30억 자금 어디로? 이러한 구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30억원 상당의 자금이 신세계그룹 오너일가 계좌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를 보도한 <시사저널>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신세계 명의의 당좌계좌에 입금된 자금이 당좌수표로 인출된 직후 현금으로 교환되는 방법 등을 통해 약 60억원 상당의 자금이 사용처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빠져나간 혐의를 포착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이를 수상히 여기고 지난 2월 28일 이와 관련된 특정금융거래정보를 검찰에 넘겼다.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 1부에 배당하고 지난 3월부터 특정금융거래정보와 공시자료 등을 분석하는 동시에 계좌 추적에 나섰다는 것. 검찰은 이 과정에서 60억원 중 30억원 상당이 당좌수표에서 자기앞수표로 재 발행돼 신세계 이명희 회장 남편인 신세계 정재은 명예회장과 이 회장의 딸인 신세계 정유경 부사장 등의 계좌에 입금된 정황을 파악했다. 또한 이렇게 현금으로 교환된 30억원 중 일부는 비서가 사용한 것으로 포착됐다.
다만 검찰은 아직 내사중인 만큼 이 자금이 주주 또는 임원에게 주어진 정당한 자금인지 추가 확인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60억원 중 또 다른 30억원은 정확한 사용처가 파악되지 않아 추가 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담당직원 참고인 조사조차 없어, 의혹 억울” ‘상품권 깡’과의 연관성 이에 앞서 지난 5월 이와 관련한 검찰의 신세계 내사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장이 확산 된 바 있다. 당시에는 신세계그룹 일부 임직원과 관련 업체들 간에 자금을 주고받고 횡령이나 탈세 등 임직원과 관련업체들의 불법 거래 혐의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모 업체가 시중에서 매입한 신세계 상품권이 신세계백화점 일부 사업부서 임직원들에게 대량으로 흘러들어가 거액의 회사 돈이 빼돌려졌다는 혐의였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른바 ‘상품권 깡’ 등의 행태가 벌어졌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상품권 깡은 대량의 상품권을 구입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하고 이를 시중에 되팔아 현금화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상품권과 관련된 규제가 거의 사라졌으며 구매자의 익명성이 보장돼 유통경로 파악이 어렵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이용되어지고 있다. 당시 검찰은 “다단계 업체를 통해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이 신세계백화점 직원들에게 흘러간 정황을 파악했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직원들의 개인적인 비리인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처럼 상품권 깡 혐의와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오너일가 비자금 의혹에 대해 신세계그룹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좌계좌에서 나간 자금은 국세청 혹은 금감원에 노출이 되기 마련인데 급여 외에 나머지 자금이 흘러나갔다는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며 ‘오너 일가에 수십억 원의 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에 대해 확인된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 현재 검찰 측에서 이 부분에 대해 여전히 내사를 진행 중인지 조차도 알 수 없다”면서 “내사 중이란 소문은 지난 5월부터 알려졌지만 당좌계좌를 담당하는 직원에 대한 참고인조사 조차 없었다”고 항변했다. 현재 검찰은 이에 대해 공개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9개월째 여전히 내사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사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사나 수사 중인 부분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함구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에는 상품권 깡을 동원해 일부 임직원과 관련업체들의 불법 거래 혐의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하지만 최근 신세계 오너 일가 계좌에 일정 자금이 입금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당국의 수사결과에 따라 ‘신세계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눈길 끄는 인사조치 이처럼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는 수십억 원의 자금이 흘러들어간 의혹 제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이명희 회장의 사위로 알려진 이마트 문성욱 부사장이 자리를 옮긴 것과 관련 뒷말이 무성하다.
문 부사장은 이 회장의 외동딸인 신세계 정유경 부사장의 남편으로 지난 2011년 이마트의 해외 사업 총괄을 맡으며 이마트의 중국 사업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해 왔다. 이마트가 중국에 진출한 뒤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문 부사장이 나서서 중국사업의 구조조정을 직접 진두지휘한 것이다. 문 부사장은 올해 상해에 있는 ‘인뚜점’ 점포 매각을 단행했으며 텐진에서 운영 중인 5곳 가운데 한 곳 이상의 점포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가 중국 점포를 매각한 것은 지난 2011년 11개 지점을 한 번에 정리한 이후 처음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 부사장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이마트 중국 사업부분은 손실 폭이 크게 줄었으나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문 부사장이 지난 1일 신세계인터내셔날 글로벌 패션 1본부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오너일가인 문 부사장이 중국 사업 구조조정 전면에 나서자 이마트가 중국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추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는데 이러한 불필요한 시선에 신세계그룹은 부담을 느끼고 문 부사장을 전보 발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책임 회피하려 보직 변경? 그러나 문 부사장이 보직을 변경해 새로 맡게 되는 패션부문은 아내 정 부사장의 전문 분야로 문 부사장이 지금껏 맡아온 업무와 연관성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 부사장은 사위이기도 하지만 전문경영인”이라면서 “실적과 관계없이 전문경영인으로서 역량을 발휘한 인사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의 입장과는 달리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 부사장이 이마트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면서 중국 시장을 사실상 포기하고 슬그머니 발을 빼 책임을 회피하려 보직 변경한 것이 아니냐”며 “중국이라는 가시밭길을 버리고 아내가 이미 업적을 이뤄 놓은 패션사업에 입성해 편한 길을 선택한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처럼 신세계그룹은 리베이트 영업과 오너일가의 비자금 의혹, 거기다 사위의 보직변경 등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땅콩 리턴’으로 재벌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의 행태와 의혹은 또 다른 반(反) 재벌 정서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