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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랑방
 
 
 
카페 게시글
―‥‥세계엔n 스크랩 부모님 모시고 함께 다녀온 봄소풍 이야기
권종상 추천 0 조회 44 11.04.29 14:45 댓글 8
게시글 본문내용

 

 

 

지난주에 휴가중 하루를 어머니 아버지께 쓰겠노라 공언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월요일은 침 맞고 휴식, 화요일엔 치과, 어제는 내과... 병원 안 가는 날을 생각해보니 오늘밖에 없었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날씨를 보니 비가 말 그대로 '꿀꿀하게' 내리고 있어서 조금은 걱정을 했습니다만, 그래도 금방 환하게 날씨가 개어 주어 다행이다 생각을 했습니다.

 

 

얼른 준비해서 부모님 댁에 가니 벌써 조금은 들떠 계시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긴, 제가 다운타운 모시고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으니... 이곳에서 좋은 바다 경치나 산 경치는 쉽게 가깝게 볼 수 있지만, 역동적이고 활기찬 도시의 모습을 관광하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시애틀에 살지만 시애틀 다운타운을 관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마치 서울 사는 사람이 남산타워나 혹은 63빌딩 올라가는 것처럼 잦은 일이 될 수는 없을 터. 운전 조금 더 잘 하고 길 좀 더 잘 아는(하긴 일하는 곳이 다운타운이니) 제가 모시고 나가야 마음도 놓이고 또 두 분도 관광에 더 집중하실 수 있겠지요.

 

 

일단 시애틀 다운타운 퀸앤의 사진 포인트인 하이랜드 스트릿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여기서 날씨가 좋을 때는 레이니어 산도 한눈에 보이는데, 이상하게 올 때마다 산을 볼 수 있을 만큼 날씨가 화창한적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오늘이라고 예외는 아니군요. 그러나 다운타운이 한 눈에 들어오고, 퓨젯 사운드 바다를 건너 다운타운과 섬들을 잇는 페리들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트이는 경험을 합니다. 올해는 이상하게 봄이 추워서 꽃들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이곳엔 그래도 꽃들이 피어 있는 곳이 있군요. 추운 날씨 때문에 상춘객들조차 볼 수 없는 그 심심함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사진에 담기는 두 분의 모습이 즐거워서 제 마음도 유쾌해집니다. 아버지 말씀이 압권입니다. "여기나 와야 미국 온 것 같아..." 어쩐지 재밌기도 하지만 가슴이 좀 찡해지기도 합니다. 부모님께 조금 더 신경 써드려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그 다음엔 오랫만에 이파네마를 찾아갑니다. 오늘 맞춘 와인은 리즐링. 원래 와인이 조금 달콤해서 마시기 쉬운데다 워싱턴주는 독일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리즐링을 많이 생산하고 또 우수한 리즐링이 많이 나옵니다. 특히 워싱턴주에서 가장 먼저 AVA(와인 재배지역)로 지정된 야키마 밸리는 주변을 감싸고 있는 콜럼비아 밸리 지역보다 날씨가 조금 서늘한 편이어서 밸런스 잘 맞춰진 화이트 와인들과 멀로의 생산지로 유명합니다. 이곳은 또 워싱턴주에서 가장 많은 농장들의 밀집지역이기도 하지요. 이곳의 맛있는 각종 샐러드들과 돼지고기, 닭고기와 잘 갑니다. 레드 와인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가격 때문에 패스. 이 한 병의 리즐링과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차를 몰아 이스트사이드의 카네이션이라는 곳을 찾아갑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는 레드몬드를 지나자마자 맞닥뜨리는 절대농경지들... 이곳엔 나름 봄이 찾아와 조화를 부리고 다닌 흔적이 보입니다. 신록이 덮인 들판과 밭에서 봄기운을 받으며 '캄란'이라고 불리우는 '영국 타운'을 찾아갔는데, 웬걸, 오늘은 개장날이 아니네요. 허탕입니다. 그래도 부모님은 마냥 좋아하십니다. "뭐,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 길도 너무 좋다, 뭐." 다음에 와 봐야겠네요...

 

 

 

그리고 다시 집에 와서 조금 쉬다가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산책을 나갑니다. 부모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공원의 흙을 밟으며, 봄기운 담긴 사진들도 좀 찍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습니다. 집에서 10분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런 공원이 있고, 이런 공원들을 그대로 자연 상태로 보존하려 애쓰는 이 사람들의 철학 같은 것도 문득 훔쳐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봄기운 가득 담긴 공기로 폐부를 씻어내고, 얼마 남지 않은 이 휴가를 더 알차게 보내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뭔가, 뿌듯함 같은 것으로 가득 채운, 그런 하루였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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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4.29 18:30

    첫댓글 아직 그곳도 쌀쌀한 날씨인가 보군요. 종상님은 참 대단한 분이란걸 종종 느끼지만 이렇게 부모님까지 잘 챙기시는걸 보면 부모님들이 얼마나 흐믓하실까 싶어요. 작으마한 어머님이 저렇게 기골이 장대한 아들까지 두시고... 참 다복하십니다. 시애틀에 계시면서도 어찌 6.3빌딩 못가 본 저를 아시는듯 이야기 하신데요 ㅎㅎ 가슴이 따듯해집니다 종상님 감사해요_()_

  • 작성자 11.04.29 21:11

    헉... 저희 남매가 기골은 모두 아버지를 닮았다는... 하하...

  • 11.04.30 00:35

    오랜 기억이지만 부모님 건강하실때 몇번 모시고 나갔었던가 생각해보니 손으로 몇번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좋아 하시던 기억이 나니 저 자신도 지금 기분이 좋아 집니다. 해서 내일은 억지로라도 자식들 끌고 댕겨야겠습니다.
    그 달달한 리즐링이 서늘한 기후에서 나오는 술이군요.
    저렇게 쇠꼬챙이에 구어 칼로 쓸어주는 고기는 브라질 방식인 듯한데....
    먹자면 한 없겠습니다. 아버님 조용히 침 넘기시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 작성자 11.04.30 01:17

    브라질 맞습니다. 리즐링이 더운 기후에서도 잘 자랍니다만, 아무래도 더운 곳에서 자라는 리즐링은 좀 산미가 부족하죠.

  • 11.04.30 12:53

    저는 오늘 리즐링이라는 애기를 처음 듣습니다....
    사전을 보니 라인산 백포도주라고만 되어있네요.....라인은 지명인것 같은데,,,알고싶습니다..

  • 작성자 11.04.30 13:56

    독일 라인강 일대가 원산지인 백포도 품종인데, 세계 어디서나 잘 자랍니다. 생활력 강한 포도죠. 라인강 일대에서는 보통 모젤, 라인가우, 라인헤센, 팔쯔 쪽에서 나오죠. 미국에서는 워싱턴주 걸 쳐주고, 호주는 아델라이드 지역에서 나오는 걸 쳐 줍니다. 프랑스에서는 알사스 산을 쳐주죠.

  • 11.07.06 17:49

    참 보기 좋습니다. ^^
    다행입니다. 저녁시간 바로 전에 사진을 봐서요. ㅋㅋ

  • 작성자 11.07.06 20:42

    꽤 오래전 글을 읽어 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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