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하종오
우리야 우리끼리 하는 말로
태어나면서도 넓디넓은
평야 이루기 위해 태어났제
아무데서나 푸릇푸릇 하늘로 잎 돋아내고
아무데서나 버려져도 흙에 뿌리박았는기라
먼 곳으로 흐르던 물줄기도 찾아보고
날뛰던 송장메뚜기 잠재우기도 하고
농부들이 흘린 땀을 하면서
우리야 살기는 함께 살았제
오뉴월 하루 볕이 무섭게 익어서
처음으로 서로 안고 부끄러워 고개 숙였는기라
우리야 우리 마음대로 할 것 같으면
총알받이 땅 지뢰밭에 알알이 씨앗으로 묻혔다가
터지면 흩어져 이쪽저쪽 움돋아
우리나라 평야 이루며 살고 싶었제
우리야 참말로 참말로 참말로
갈라설 수 없어 이 땅에서 흔들리고 있는기라
===[한국인의 애송시 II, 신예시인 48인선 중에서, 청하]===
하종오: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한사대를 졸업했으며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데뷔했다.
맑은 감성과 순결한 언어로 이 땅에 서린 한과 소망을 노래한 시인으로 《반시》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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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왠지 정겹지만
슬픔과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오늘은 아침 비행기로 김포 왔습니다.
인천항공관제소 이틀 출장입니다.
저녁식사 후, 시 한 수 감상하고 이제 좀 쉬려고요.
편한 저녁 되시길 빕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