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래 살았던 서울과 주변 위성도시권보다 한달정도 기후가 늦게 진행되는 제주도는 중부지역의 10월이 가을의 절정인 것처럼 11월에 가을의 향취가 여기저기서 진하게 펼쳐집니다. 제주의 기막힌 가을의 억새풍경도 지천이고 그리고 표선과 같이 남쪽을 중심으로 색바랜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먼나무의 가로수 즐비함도 이 때부터 시작입니다.
제주도 억새는 어딜가나 광활하게 펼쳐져있지만 제가 머무는 동쪽은 아직 미개발지가 많은 탓에 작은 도로 주변으로는 가을내음을 제대로 맡을 수 있습니다.
억새도 먼나무도 겨울내내 버티며 제주도다운 풍경을 선물하지만 그 기세가 시들어질 즈음 만개하기 시작하는 동백은 또 어떨런지요. 여기저기 우람한 동백나무도 많아서 낙화한 동백꽃이 주변바닥을 붉게 수놓는 풍경 또한 장관이지요. 겨울 끝자락에서 봄에 이르기까지 바닥에 펼쳐진 동백꽃들은 땅에 떨어져서도 처연함없이 기품이 넘칩니다.
제주도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가을, 일부분이야 제주도 외 다른 지역에서도 즐길 수 있지만 일부분들을 몽땅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같은 가을풍경은 여기 주민이 되어야 누릴 수가 있습니다. 제주도의 11월의 또다른 아름다운 풍경, 바로 노지귤밭에서 노랗게 익어가는 열매들 입니다. 여기저기 지천인 귤밭에서 초록색 일변도를 벗어나는 유일한 시기가 지금입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풍경 속에 클로버도 더욱 싱싱해지니 제철임이 틀림없습니다. 제주도 클로버는 놓여있는 곳마다 무늬와 모양, 크기, 색깔들이 제각각이나 이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클로버를 주제로 논문도 가능할 듯 합니다.
4잎 5잎 클로버는 돌연변이 집단에서 나오는 비율이 더 크긴 하지만 두 세개가 합쳐지며 잎과 줄기를 붙어버려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6잎 이상의 클로버는 주변 비슷한 모양새의 두 줄기가 합쳐져서 형성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두 개가 합쳐져서 4, 5잎 된 것은 한쪽편에서 자기잎을 희생한 결과이고, 6잎 이상부터는 어느 편도 자기잎을 희생하지 않고 버틴 결과입니다. 이렇게 합치는 작업은 흔하게 일어나며 실제로 채집현장에서 보면 합치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은 자주 눈에 띕니다. 합쳐서 행운을 만들어내는 합치클로버들을 저는 현장에서 볼 때마다 응원해줍니다.
태생이 돌연변이성이 된 것은 이파리 시작점이 모두 한 군데로 모이는 반면, 두 개의 줄기가 합치를 해서 만들어낸 5잎 클로버는 이파리 시작점 위치가 조금은 맞지않습니다. 사진으로 올린 두 개의 5잎 클로버를 보면 확실히 다릅니다.
수 천개의 4,5,6잎 클로버를 채집했으니 이를 토대로 통계를 내서 논문을 써봐도 좋을 듯 한데 식물학에 학식이 일천한 일개 무명의 무지랭이라 이것도 그냥 자기만족일 뿐입니다. 관심사가 많은 것은 삶의 활력소이기도 하지만 시간을 더 쪼개어 써야하니 스스로의 다그침 속에 심신은 늘 분주상태.
태균이 준이 모두 평온한 일상의 전개라 격랑도, 높은 파고도, 거센 비바람도 잠잠해진 상태에서 이 평화가 깨질 일은 많지 않은 듯 해서 다행이자 감사한 노릇입니다. 태균이 엄마의 분주함이 자신에게 영향을 주면 미친 듯 전화질을 해대지만 그것도 발전이라면 발전이니 봐줘야죠. 지난 주말에는 아침 일찍 공사 현장에서 일을 보았더니 아침밥달라고 무려 188통을 했으니까요. 그래도 결코 화는 내지않으니 이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두 녀석의 평온한 일상이 이대로 그냥 평생간다 생각하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엄마를 무조건 따라하는 태균이 이벤트도 꽤 바라는 눈치입니다. 점점 머리가 굵어지는 녀석을 보면 흐뭇하기도 합니다. 성장에 가속이 붙기를 바라는 아름다운 11월의 가을입니다.
첫댓글 두 청년의 뒷 모습, 체격이 비슷합니다.
두 청년이 우애롭게 잘 지내길 기도합니다.🥀🙏🏻🌻
사진속 풍경들이 너무 아름다워요~
영화 세팅 같은..현실인가 싶은 아름다움이예요
아름다운 시절을 만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