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명에 아차산현, 아차산, 아차고개, 아차섬 등과 같이 ‘아차’가 붙은 것들이 많다. 앞의 지명 전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아차가 붙은 땅이름에도 그에 따른 전설이 붙어 있다. 아차고개에 대한 전설을 보기로 하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 사육신묘 마루터기로 올라가는 고개를 ‘아차고개’라 불렀다.
전설에 따르면, 세조 때 영등포 남쪽 시흥에 살던 어떤 선비가 사육신을 처형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민심을 대변하여 이를 막고자 도성을 향해 말을 몰았다. 이 고개에 이르렀을 때, 육신은 이미 노들나루 건너 맞은편 새남터에서 처형되었다는 비보에 접하고, ‘아차! 늦었구나!’하고 탄식하고는 울면서 돌아갔다.
그 뒤부터 ‘아차’ 하고 탄식한 고개라 하여 이 고개를 ‘아차고개’라 불렀다.
이들 전설을 보면 ‘아차’가 붙은 지명은 어떤 사람을 무지하게 죽인 데 대하여, 그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거나 후회하여 ‘아차’하는 감탄의 말을 한 연유로 인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전설일 뿐이다. ‘아차’의 원뜻은 그런 것이 아니다.
‘아차’의 뿌리말은 ‘앗, 앛’이다. ‘앗’은 ‘작다, 새로, 덜 된’의 뜻이다. 이러한 말뜻은 얼핏 보면 서로 다른 것 같으나, 실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즉 ‘새로’ 된 것은 아직 완전하지 못하고 ‘덜 되어[미숙]’ 있고, 따라서 ‘작다’. 이러한 뜻을 가진 ‘앗’이 음운 변화로 인하여 ‘아ᇫ, 앚, 앛’ 등이 되었고, 일본말의 ‘오토[弟]’도 여기서 생겨난 것이다. 작은 사람을 ‘아시>아이’라 하고, 작은어머니를 ‘아ᇫ어머니>아주머니’ 작은아버지를 ‘아ᇫ아비>아자비’라 하는 것은 거기서 유래한 말이다. ‘아시빨래’, ‘아시갈이’도 마찬가지다. 처음 새로 하는 빨래가 아시빨래다. 처음 논을 가는 것이 ‘아시갈이’다. ‘아침’도 마찬가지다. ‘앛ᄋᆞᆷ’이 변한 말이다. ‘새로’ 시작되는 때가 ‘앛ᄋᆞᆷ>아ᄎᆞᆷ>아침’이기 때문이다. 일본어의 ‘아사[朝]’도 ‘앗아’가 건너간 것이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아사달(阿斯達)’도 ‘앗달’을 표기한 것으로 ‘새 땅’이란 뜻이다.
그러면 ‘앗’에서 변한 ‘앛’의 예를 보자. 세밑의 옛말이 ‘아ᄎᆞᆫ설’인데 이는 ‘작은 설’이란 뜻이다. ‘아ᄎᆞᆫ아들’은 조카이며, ‘아ᄎᆞᆫ딸’은 조카딸이다. 신라 때의 벼슬 이름인 ‘아찬(阿飡), 아비한(阿比干)은 ‘앛찬, 앛한’인데 여기서의 ‘앛’은 ‘작은’의 뜻을 지닌다. 즉 아찬, 아비한은 ‘작은 제상’의 의미다.
그러므로 ‘아차산’은 ‘앛아산’ 즉 작은 산이란 뜻이다. ‘앛아산’의 ‘-아-’는 문법적인 조음소다. 아차고개는 ‘작은 고개’이고, 강화도 서쪽에 있는 섬인 아차섬(阿次島)는 작은 섬이란 뜻이다.
뜻인 ‘앛(아)’가 시대를 내려오면서 그 뜻을 잃어버리고, 감탄사 ‘아차’로 이해한 언중(言衆)들이 만들어 내었던 재미난 이야기다.
첫댓글 '아차산,'아차고개' 이미 늦었구나 탄식하며 울면서 돌아선 '아차고개' 전설이 그렇군요?
아차의 뿌리말 앗,앛,작은 뜻을 지닌 (아)로 시작되는 말, 재미있는 공부를 하였습니다.
박사님께 늘 진정으로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다은 선생님 늘 격려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